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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서전철역 옆에 마련된 어르신 무료급식소
▲ 급식소 부산 구서전철역 옆에 마련된 어르신 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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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아침 일찍 '스님짜장' 준비를 하여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 구서 전철역 옆에 마련한, '어르신 무료급식소'로 찾아가는 길이다. 7월 복중에 한 달에 10번 이상을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가다가 갑자기 차 안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에어컨까지 고장이 난 것이다.

창문을 열어보아도 찜통이다. 그래도 어찌 할 것인가? 세 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했다. 지난 번에 다녀왔기 때문에 분위기는 대충 알고 있는 곳이다. 오늘 역시 배식시간이 아직 멀었는데도, 많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다. 밖으로는 전과 다름없이 긴 줄이 이어져 있다.    

매주 화요일이 되면 혜일암에서 600~800분의 어르신들께 무료급식으로 점심 공양을 대접한다
▲ 현수막 매주 화요일이 되면 혜일암에서 600~800분의 어르신들께 무료급식으로 점심 공양을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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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소 풍경. 기다리시는 어르신들과 준비에 여념이 없는 혜일암 봉사자들
▲ 풍경 무료급식소 풍경. 기다리시는 어르신들과 준비에 여념이 없는 혜일암 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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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혜일암의 어르신 사랑

부산 혜일암. 그리 크지 않은 절집이다. 주지 우신스님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지하철 근무자들과 적십자 자원종사자 등 30여 명의 봉사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 중에는 어린 학생들도 보인다. 혜일암 신도님들은 부모님께 공양을 지어 올리듯, 매주 화요일마다 이곳에서 600~800명의 어르신들께 점심 대접을 하고 있다.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을 듯하다. 아마도 한 번 급식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작은 암자에서는 벅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낯 한번 붉히지 않고, 매주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께 정성들여 지은 점심 공양을 하고 있다.

선원사 운천스님이 부산까지 달려가 스님짜장을 배식하고 있다
▲ 배식 선원사 운천스님이 부산까지 달려가 스님짜장을 배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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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이렇게 어린 학생들도 있다
▲ 봉사자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이렇게 어린 학생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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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자주 오세요?"
"거의 매주 와요. 저 스님이 화요일이면 맛있는 음식을 해주니까."
"오늘은 멀리 남원에서 자장면을 해준다고 해서 일부러 나왔어요. 지난번에도 한 번 먹었는데 맛이 있어서."

어르신들은 그저 이렇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에 대해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씀들을 하신다. 힘들지만 어르신들이 혹여 끼니라도 굶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혜일암 봉사자들. 세상에 보살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누구는 무료급식을 반대한다고 생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급식소의 노악사님들 정말 멋지십니다

한창 배식이 시작되고 어르신들이 자장면을 맛있게 드신다. 그런데 그 전부터 음악이 그치지를 않는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시는 어른도 연세가 70세는 넘어 보인다. 그리고 악기 연주를 하시는 분은 이미 80세를 넘으셨다고 한다.

점심으로 마련한 자장면을 드시는 어르신들
▲ 점심 점심으로 마련한 자장면을 드시는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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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르신들 매번 나오시나요?"
"자주 나오세요. 혜일암에서 무료급식을 하는 날은 꼭 나오시는 것 같아요"
"연세가 꽤 되신 듯 한데요.""악기 연주하시는 분은 80이 넘으셨대요. 그래도 정정하세요. 이렇게 당신과 비슷한 또래의 분들에게 음악으로 조금 더 즐겁게 해주시기 위해서 연주를 하신데요."

아름답다. 늙어 주름진 손이 빠르게 선에서 선으로 이동을 하면서 아름다운 음률을 만들어 낸다. 누가 이 분들의 멋진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인가?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아름답다.

무료급식소에 나오셔사 음악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시는 노악사
▲ 노악사 어르신 무료급식소에 나오셔사 음악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시는 노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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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건강하게 오래사세요. 그리고 좋은 음악으로 마음이 아픈 분들을 많이 위로해 주세요."

괜히 에어컨이 나오질 않는다고 투덜거린 내가 낯이 뜨겁다.

▲ 연주를 하시는 어르신 연세가 지긋하신데도 불구하고 무료급식소를 찾아 연주로 봉사를 하시는 노 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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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료급식, #부산, #구서전철역, #혜일암, #노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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