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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기준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별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모두 1535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민 3.3명 당 1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셈입니다. 말 그대로 '똑똑한' 전화 스마트폰. 그러나 똑똑한 만큼 쓰다 보면 한가지 문제점도 있습니다. 바로 '너무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보니 종종 중독을 경고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스마트폰에 빠져 지낸 사람들의 경험담를 통해 올바른 스마트폰 이용법을 생각해 보는 기획 기사를 세 차례 내보냅니다. [편집자말]
며칠 전 한 조사기관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등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자연스레 '스마트폰 중독'을 알리는 뉴스에 눈길이 갔다. 다름 아닌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내가 스마트폰 중독이란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 아이폰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4월경, 아이폰으로 교체했으니 1년이 조금 더 되는 시간동안 난 아이폰과 함께 생활한 셈이다.

아침부터 잠들기까지 나와 함께한 '스마트 폰'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새 아이폰.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새 아이폰.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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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에 놓인 아이폰은 오전 6시 알람소리와 함께 내 단잠을 깨운다. 난 아이폰 알람을 끄면서 동시에 날씨앱을 선택한다. 그날의 기온, 강수 확률을 체크하고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할지 결정한다. 씻고 화장을 하는 동안 스마트폰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흘려보낸다.

집에서 나가기 전 아이폰을 이용해 버스도착시간을 알아보고, 교통 앱을 통해 미리 예약해 둔 기차 좌석표를 확인한다. 통근기차 안에서도 아이폰은 내 손을 떠나지 않는다. 밤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최근주요 뉴스를 살펴보고, 내 앞으로 온 메일을 열어본다.

중요하게 처리할 메일이 있을 경우에는, 그동안 갈고닦은 엄지족 타자 기량을 발휘한다. 특별히 처리할 메일이 없을 때는, 소셜커머스 앱을 이용한다. 내가 좋아하는 맛집의 반값 할인쿠폰이라도 발견하면 쿠폰을 사고, 꼭 먹으러 가겠다며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회사에서도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일상은 계속된다. 일의 특성상, 회의시간엔 아이폰을 이용해 수시로 안건을 확인해야 한다. 가끔씩 열리는 '카카오톡' 그룹 회의에도 참여한다. 언제부턴가 내 책상에 메모장이 없어졌다. 아침마다 진행되는 기획회의부터 기록이 필요한 통화내용은 모두 아이폰 속 '메모'에 기록되고 있다.

잠들기까지도 내 손에는 항상 스마트폰이 있다. 잠자기 전 10여 분, 앱을 가지고 놀기 위해서다. 습관처럼 나는 베개 맡에 누워 앱 스토어를 누른다. 그리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날의 '무료 인기항목' 코너를 클릭한다. 입맛에 맞는 앱을 발견하면 '설치' 버튼을 누른다. 내가 선택한 앱은 게임이거나, 가볍게 할 수 있는 심리 테스트 등이다. 그렇게 십 여분, 설치한 앱을 이용해 놀다가 잠이 든다.
 
스마트폰 빨리 받겠다고 '퀵서비스'를...

아뿔싸, 그렇게 내 일상과 함께한 아이폰을 일주일 전 잃어버렸다. 지난 금요일 새벽, 버스 안에서 손에 들고 있던 아이폰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것이 없어졌다는 것을 안 건 집에 도착한 후였다. 주머니건 가방 안이건 다 뒤져봤지만 아이폰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화를 해 봤지만, 20초간 귀에 익은 컬러링이 들린 후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급한 마음에 우선 분실신고를 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보험에 가입해놔서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모델의 아이폰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안내원의 설명이 돌아왔다. 하지만 보상여부를 떠나 아이폰이 없는 내 상태는 '불안'그 자체였다.

단순히 연락체계의 부재가 주는 답답함이 아니었다. 내 손 안에 있어야 할 '그 어떤 것'이 없다는 데서 생기는 초조함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폰을 다시 받을 때까지 임대폰이라도 이용하고자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KT플라자' 직영점에 가서 임대폰을 받아야 했지만, 주말동안 KT플라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주말 내내 나는 휴대폰 없이 생활해야 했다. 밥맛도 없었고, 잠도 잘 못 잤다. 이유는? 그냥 불안했다. 월요일 아침, 출근 전에 KT플라자에 찾아갔다. 지난 5일간의 통화기록, 주민등록증 사본 등 필요한 서류를 접수했다.

'어디, 아이폰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뿐이랴.' 서류를 접수했지만 바로 새 아이폰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준비한 서류가 보험회사에 등록돼야 순차적으로 보상절차가 진행된다고 했다.

서류를 접수한 당일 날, 서류접수가 끝났다는 확인전화는 받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언제쯤 아이폰을 받을 수 있다는 보험회사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난 답답한 마음에 계속  KT서비스센터로 재촉 전화를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임대폰을 받긴 했지만, 스마트폰이 아니었기에 간단한 문자와 전화통화만 가능했다. 한마디로 '꼴통폰'이었다. 다행히 임대폰을 사용한 지 이틀째가 되던 날 보험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러 가지 정보를 확인하고는, 새 아이폰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폰을 내가 일하는 회사의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택배로 배달하는데 3~4일이 걸린다고 했다.

난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가장 빠르게 아이폰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고 돌아온 답은 '퀵서비스 이용'이었다. '퀵서비스' 이용 비용을 내가 부담하는 조건 하에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배송해 그날 저녁 아이폰을 잃어버린 지 4일 만에 받았다.

이젠 네게서 벗어나야겠어!

이 일을 계기로 아이폰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이폰 없이 살아온 날이 더 많았는데 언제부터 난 아이폰 없는 일상이 불안했을까. 삶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됐을까. 

난 이제야 알았다. 1년 전 내 생활 속으로 들어온 똑똑한 '스마트폰'이 결코 내 삶을 똑똑하게 바꾸어 놓은 게 아니었다는 것을.

새 아이폰이 내게 왔지만, 난 더는 아이폰과 함께 잠들지 않는다. 대신, 바쁜 하루 동안 펴보지도 못했던, 읽지 못한 책장을 넘기다 잠든다. 수첩도 하나 새로 샀다. 아이폰 속 '메모'에 기록해 놓았을 법한 메모들이 조금씩 수첩 안에 손글씨로 빼곡히 들어차고 있다.

바뀐 게 또 한 가지 있다. 몇 개 꼭 필요한 앱을 빼고는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열어보지 않을 앱은 습관처럼 다운받지 않는다. 그래서 내 아이폰의 바탕화면은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 그래도 불편한 건 없다.

시간이 또 흐르면, 난 다시 아이폰에 길들여진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는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이 물건에 내 삶을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1년 동안 나와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 이젠 너 없이 나 스스로 '스마트' 한 삶을 살아볼게." 


태그:#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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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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