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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저녁 종로의 한 한정식집에서 마주앉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3사 CEO. 최 위원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이석채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
 14일 저녁 종로의 한 한정식집에서 마주앉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3사 CEO. 최 위원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이석채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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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저녁 서울 종로에 있는 한 한정식 집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3사 CEO들이 모처럼 얼굴을 맞댔다. 지난 2월 28일 같은 곳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 후 5개월만이다. 당시 통신비 인하 여론이 빗발치던 시기였지만 통신사 CEO들은 통계가 부풀려졌다며 통신비 개념 재정립을 주문해 '물 타기'를 시도했다.(관련기사: 김황식 "통신비 인하 유도"... 최시중 "통계 재정립해야" )

이날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신비 인하는커녕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와 '망 중립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6월 2일 SK텔레콤은 '기본료 1000원 인하'를 뼈대로 한 통신요금 인하 계획을 발표했지만 '통 큰 인하'를 기대했던 시민단체나 이용자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급기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11일 이동통신 요금 원가와 요금 산정 근거 공개를 거부한 방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나마 KT와 LG유플러스는 두 달 째 요금 인하 관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날 어떤 식으로든 '통신비 인하' 관련 당부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방통위는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통신업계 CEO들에게 통신비 부담 경감 노력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지만 현장 분위기는 좀 달랐다.

정작 최 위원장은 현장에 온 기자들에게 "요금 인하는 통신사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식으로 비켜갔고 통신사 CEO들도 엉뚱하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와 '망 중립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무제한 데이터 폐지 명분 달라"...'모바일 무료 전화' 물 건너 가나

14일 저녁 간담회에 앞서 손을 맞잡은 통신3사 CEO들.
 14일 저녁 간담회에 앞서 손을 맞잡은 통신3사 CEO들.
ⓒ 방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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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석채 KT 회장은 "통신사 모두 무선데이터 폭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KT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망을 확충했으나 순식간에 용량이 바닥났다"고 무선 트래픽 급증에 따른 어려움부터 호소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역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영원히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무제한 데이터요금제에 대해 통신사가 편하게 빠질 수 있도록 명분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공을 방통위에 넘겼다.

반면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지난해 가장 먼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한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는 폐지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3G 트래픽 폭증에 따른 고민은 타 통신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석채 회장은 "무제한 데이터의 더 큰 문제는 애플리케이션(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앱을 개발하는 데 있다"면서 "망 부하를 발생시키며 비즈니스를 한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망 중립성' 문제를 거론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유무선 인터넷 망 사용에 있어 어떤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선언적 원칙이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QoS(서비스 품질 관리)를 내세워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등 일정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구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업자들은 통신사에 '망 중립성' 원칙을 강제하는 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망 중립성과 관련하여 해외사업자들이 밀려오는 것에 대해 토종 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망 중립성' 관련 규제 도입에 부정적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날 통신사 CEO들은 통신요금 인하를 바라는 이용자 목소리에 화답하기는커녕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고 모바일 인터넷 전화 등을 계속 제한해 소비자 편익을 오히려 후퇴시키겠다는 주문만 한 셈이다.    


태그:#방통위, #통신사, #최시중 , #통신비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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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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