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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남자의 젊은 시절을 한번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1960년대에 태어난 한 남자는 서울 삼양동 판잣집에 살았습니다. 부친이 다니던 직장에 월급이 일정치 않아 굶는 일도 허다해 체력장에서 턱걸이도 두 개 이상 못하던 이 남자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공부였습니다. 어머니가 낡은 재봉틀로 베갯잇에 수를 놓아서 그의 학비를 벌었습니다.

2009년 대학에 입학했던 한 청년이 있습니다. 공부를 잘했던 이 학생은 아버지의 사업실패 이후 고등학교도 갈 수 없을 만큼 집안이 어려워져 잘하는 공부로 검정고시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간신히 대학에 입학했지만 서울의 다른 대학교 등록금에 비해 반값이라는 대학 학비조차 부담스러워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갔고,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두 청년에게 미래의 희망은 공부였습니다. 그리고 한 청년은 그 희망을 이루었고, 다른 청년은 젊은 나이에 사고사를 당했습니다.

어느 정도 짐작하셨겠지만 공부로 가난을 벗어날 수 있었던 한 청년은 오세훈 서울시장입니다. 그리고 불우한 청년은 지난 2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에서 질식사한 노동자 중 한 명인 황승원(22)씨입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일하던 서울시립대 휴학생 황승원씨는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냉동기 보수업체에 일용직으로 취업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아마 그 청년이 살아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면 미래의 훌륭한 서울시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오세훈 시장은 죽은 그 청년이 어떤 심정으로 일을 하고, 공부를 해왔는지 가장 잘 이해하고, 다독여줄 수 있는 선배였을지도 모릅니다. 미리 그들이 만났더라면 오세훈 시장은 시립대학 등록금 문제에 좀 더 빠르게 신경써주었을지 모릅니다.

힘든 청년 시절 보냈다던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시장님에게 시립대학교도 반값등록금 운동에 동참해주실 수 없는지 의향을 물었습니다.
▲ 오세훈 시장과의 시정질의(제231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오세훈 시장님에게 시립대학교도 반값등록금 운동에 동참해주실 수 없는지 의향을 물었습니다.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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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제231차 서울시의회 4차 본회의에서 저는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원으로서 오세훈 시장에게 시정질문을 했습니다. 반값 등록금과 논쟁을 관련해서 서울시립대의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질의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시립대 등록금은 다른 여타 대학의 등록금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며, 절반 정도 된다고 지금 평가가 되고 있어서 별다른 대책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더군요.

하지만 대학생 학업보장을 위해 이후 약간의 비용이라도 낮추어보려고 노력하고, 시립대학생을 만나거나 아니면 또 이후에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도록 노력해보라고 권유했고, '알았다'는 대답을 받아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기간에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선거 공약으로 장기 전세인 시프트 주택과 서울형 그물망복지, 가난한 공부의 경험 때문에 3무(無) 학교(학교폭력·사교육·학습준비물 없는 학교), 빈집을 지켰던 과거를 살려 서울형 어린이집을 내세웠던 그가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에 대해 마음 한 구석에서 적극적 지원을 해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채 열흘도 안 되어서 7월 2일 시립대학교 학생이 학비를 벌기위해 애쓰다가 어린 나이에 죽고 말았습니다. 저도 사회의 어른으로서 아픔과 미안함을 느끼며, 오세훈 시장도 그런 심정이리라 짐작합니다.
  
서울시는 시립대학교에 한 해 600억 원을 지원합니다. 시립대학교 총학생회장 말에 따르면 8300여 명의 학생 중 집안 사정이 곤란한 학생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 낮은 등록금 때문에 시립대학교를 택한 학생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한 학기 등록금이 인문대의 경우 200~230만 원 정도이고, 공대일 경우 270만 원입니다. 사립 대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는 꿈의 등록금입니다. 그래도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죽은 학생은 이 비용도 버거워 휴학을 하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꽃 피우지도 못한 채 세상 떠난 학생들

서울대학교에서는 이미 가구소득분위 중 5분위 이하 소득계층의 자녀들에게는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립대학교 역시 서울대학교처럼 우선 저소득층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으로서 다른 대학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들의 등록금을 낮추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해서는 안됩니다.

시립대 총학생회장 전언에 의하면 죽은 학생을 그리던 친구들은 그 친구가 늘 구내식당에서 가장 싼 1500원 짜리 라면밥을 먹던 모습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무상급식 한 끼 단가가 2500원 정도인 것에 비해봐도 최하위짜리인 밥을 한창 때인 청년이 그마저도 어려워하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구내식당 음식값도 인상될 조짐을 보인다고 합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 어려운 고학생들에게 희망의 모델이 될지 모릅니다. 더불어 현재 오세훈 시장이 그들을 잘 이해하기에 그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나누어 줄 위치에 와있습니다.

2011년 상반기 대학생들의 절실한 요구로 시작한 반값등록금은 정치권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논의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자료에서 보듯이 고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을 하지만 이미 취업 준비 기관화가 되어 버린 대학에 특별한 의미나 성과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대학이라도 졸업하지 않으면 취업에, 결혼에 온갖 불리한 일을 당하므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야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특별한 이유 없이 물가인상률의 두 배가 넘는 등록금 인상을 수년 동안 하고 있어도, 여당과 정부는 이 상황을 방관해왔습니다. 이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대만이라도 조금씩이라도 등록금을 낮추고 더 나아가 기숙사 제공 및 무상교육이 될 수 있도록 차제에 확실한 대책을 세워주길 바랍니다. 오 시장은 그간 반값등록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서울시립대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등록금을 언급하며 '이미 반값'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등록금 때문에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학생들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 학생들과 반값등록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등록금을 무상 수준으로 낮춰 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학업 부담을 덜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등록금 벌이를 하다 유명을 달리한 한 청년의 넋을 위로하는 길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명신 기자는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입니다.



태그:#오세훈 시장, #서울시립대, #등록금 벌기 위해 일하던 , #일하던 시립대학생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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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ngo에서 일합니다 교육현안에대해 대중적 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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