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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풀이 바람에 일렁이며 파도가 된다.
▲ 강정마을 바다 초록의 풀이 바람에 일렁이며 파도가 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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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가 자욱한 아침, 초록의 풀이 바람에 해무에 숨바꼭질하듯 희미하게 보이는 등대와 강정 포구로 돌아오는 아스라한 배를 바라본다. 가까이 올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뱃고동소리와 배가 지나간 자리에 남았다 사라지는 물길에 온 마음이 뜨거워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구나, 제주의 살결 곳곳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구나 새삼 감동이 밀려온다.

강정 포구의 방파제에서 바라본 강정마을
▲ 강정마을 강정 포구의 방파제에서 바라본 강정마을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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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포구 방파제에 올라 바라본 강정마을은 해무에 쌓여 신비스럽게 다가온다. 무채색으로 채색된 강정마을, 도대체 어떤 미친 것들이 저곳에 해군기지를 짓겠다 하는가! 해무에 수줍게 드러난 강정의 속살을 보건만,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이 튀어나온다.

"이건 아니야."

해군이 불법으로 점령한 군사지역, 그들의 불법은 왜 용인되어야 하는가?
▲ 강정바다 입구에 살치된 구조물 해군이 불법으로 점령한 군사지역, 그들의 불법은 왜 용인되어야 하는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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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스스로 불법을 자행하고 그 불법을 눈감아주려는 이들이 있다. 작은 이익에 흔들린 사람들과 그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갈등을 부추기며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점치는 사람들에게는 이 아름다움이 차라리 재앙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올레 푯말이 을씨년스럽다. 사람과 역사가 빠진 올레는 개인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지 몰라도 소비하는 여행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조형물 사리오 강정바다의 앞의 섬과 해군기지반대 깃발이 보인다.
▲ 조형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조형물 사리오 강정바다의 앞의 섬과 해군기지반대 깃발이 보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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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들이 만든 작품은 무기를 상징하는 철로 만들어졌다. 함정 모양으로 뚫린 철판에 들어온 작은 섬과 해군기지 반대의 의지를 담은 깃발의 아우성이 예리한 칼날이 되어 폐부로 파고 들어온다.

이 바다에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이 가로막힐 것을 누가 상상했을까? 이 바다를 강대국의 전쟁기지로 빼앗기고, 그 기지를 지키는 이들의 육정을 채워줌으로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일자리 창출'이고, 자주국방일까?

상징물, 분단된 조국의 상징을 보는 듯하다.
▲ 철조망 상징물, 분단된 조국의 상징을 보는 듯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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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해안이라 이름 지어진 올레 7길을 걸었던 수많은 이들과 혹은 이 길을 개척(?)했던 이들은 제주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구럼비바위를 보고 감탄을 자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이 군사기지가 된다고 하건만, 제주의 속살을 보았다고 말하던 그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들은 제주의 속살을 본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무관심하게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다. 그들에게 올레는 단지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었다.

용암이 녹아서 통으로 된 바위들 마다 특이한 모양들이 새겨져 있다.
▲ 구럼비해안의 바위 용암이 녹아서 통으로 된 바위들 마다 특이한 모양들이 새겨져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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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곳곳마다 아름답지 않은 곳 어디 있을까? 제주에 둥지를 품고 살아간 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갑자기 아내가 제주의 검은 화산석을 보면서 한마디 말을 툭 던졌다.

"제주도 돌은 왜 이렇게 다 검은색이야?"

회색과 황토색의 조화가 특이하다.
▲ 구럼비해안의 바위 회색과 황토색의 조화가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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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위가 특이해서 좋다던 아내에게도 제주도가 조금은 싫증이 날 때가 되었나 싶었다. 그때 이 구럼비해안을 알았더라면, 이 구럼비바위를 알았더라면 이곳에 데려왔을 것이다. 검은 화산석 속에 박힌 황토빛깔의 바위, 그것만으로도 이곳은 해군기지가 들어와서는 안 될 곳이다. 바위 하나, 돌멩이 하나, 모두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바위들의 모양과 특이성만으로도 이곳은 지켜져야 한다.
▲ 구럼비해안 바위들의 모양과 특이성만으로도 이곳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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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는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이곳을 순례한 이들이 오늘 오후(7월 2일) 제주시청 앞에 모이기로 했단다. 바다와 척박한 땅과 하나 되어 살아가던 순박한 이들을 투사로 만드는 세상, 그들이 투사가 되어 거리로 나설 때에도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제국주의 꼭두각시가 되어 자기 영달이나 취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예술가들의 조형물
▲ 조령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예술가들의 조형물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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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투사일 필요는 없겠지만, "돌멩이, 꽃 한 송이 건들지 마라!"라는 그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이고, 뭐라고 대답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는 깃발들.
▲ 구럼비해안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는 깃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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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야 할 때 말하지 않으면 벙어리다. 침묵이 금이려면, 침묵해야 할 때와 말해야 할 때를 잘 가려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 말한다.

"돌멩이, 꽃 한 송이도 건들지 마라!"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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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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