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정길 전 장관 블로거 간담회 두 번째 이야기 이어갑니다. 지난 6월 24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서울, 부산, 경남의 블로거들이 김정길 전 장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관련기사 : 박근혜 보다는 낫다는 김정길, 그럼 노무현 보다는?). 

김정길 전 장관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 정치 역정 그리고 국정 현안에 대한 여러가지 소신을 이야기 한 후, 간담회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모든 자격을 박탈 당한 전두환과 노태우를 취임식에도 초청하고 예우를 하였다. 김 전 장관이 만약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두환, 노태우를 취임식에 초청할 것인가?"

잘 아시다시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는 전두환, 노태우씨가 참석하였습니다. 5공 청문회에서 '살인마 전두환'을 외치며 명패를 집어던졌던 노무현 대통령도 전두환, 노태우의 취임식 참석을 막지는 못하였지요. 김정길 전 장관은 아주 심플하게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는 대답을 하였습니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전두환, 노태우는 취임식에 초청하지 않겠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국정에 대한 자문을 받을 것이 있겠는가? 대통령이 되면 취임식에 초청하지 않는다. 전두환, 노태우씨는 법원 판결로 전직 대통령에 관한 예우 자격을 박탈 당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집권 야욕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범죄자를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과연, 박근혜, 손학규와는 차원이 다른 지도자라고 인정할 만하였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관례를 내세우는 측근들이나 관료사회(공무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가 제 마음을 읽었는지 "공무원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블로거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길 전 장관
 블로거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길 전 장관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대통령 당선돼도, 전두환, 노태우는 취임식에 초청하지 않는다

김정길 전 장관은 정무수석과 장관직을 거치면서 비교적 공무원들과 일해 본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라고 하는 책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대통령 취임식에 전직 대통령을 초청하는 관례를 깨뜨리려면 전례를 내세우는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다행히 김정길 전 장관은 단순히 전두환, 노태우를 초청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밝힌 것이 아니라 공무원에게 휘둘리지 않아야 자신의 약속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전두환, 노태우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 하는 것보다 '전례를 내세우는 관료들,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신뢰를 더 높여주었습니다.

함께 블로거 간담회에 참여한 이춘모 선생은 휴가지에서 우연한 기회에 김정길 전 장관이 쓴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를 읽고 사비를 들여 진해시청 공무원들에게 책을 사서 돌린 경험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당시 인연으로 김정길 전 장관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 간담회에도 참석하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김정길 전 장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김정길 전 장관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싫어하는, 지지자들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동물보다 대통령을 더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식에 이명박 대통령은 초청할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 블로거 간담회
 김정길 전 장관 블로거 간담회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그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 초청할까?

김정길 전 장관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간담회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통해 김정길 전 장관의 생각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분명히 이명박 대통령을 초대할 겁니다. 너무 싱거운 결론인가요? 결론이 좀 싱겁다면 과정을 좀 설명하면서 짠 맛을 좀 더해보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자신의 다른점,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매력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부탁하였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동자, 서민,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김정길은 여론주도층, 중산층, 지식인의 지지를 더 많이 받았다고 자평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명패도 집어 던질 만큼 다혈질의 측면이 있다. 김정길은 오히려 협상과 타협에 능하다.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타협과 협상을 잘 하지만 원칙은 지킨다. 타협과 협상이 제대로 되려면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김정길 전 장관의 이야기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광주 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과 노태우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지킬 수 있겠지만, 국민투표로 선출된 이명박 대통령의 정체성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만약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고 본선에서도 승리하여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이명박 대통령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 철학을 지킨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도 초청하고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으로도 예우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민주 정부 10년을 이끌어 온 전직 대통령이 모두 서거하셨기 때문에 만약 김정길 전 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영삼,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만 취임식에 초청될 것 같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전 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다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사람이 전직 대통령이라면서 국가원로자문회의 같은 곳에 등장하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보는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정길, #노무현, #전두환, #노태우, #전직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