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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로 화백
 사이로 화백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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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이 전도된 '뱃놀이'와 커다란 수박 위에 들러붙은 '원두막', 문상과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하는 '장례식도 함께', 오래된(?) 장승의 '충치 뽑기' 등 '사이로식' 유머와 해학은 녹슬지 않았다. '술취한 매화'와 '달동네와 양지마을'과 같이 고풍스런 여백의 아름다움도 여전하다.

지난달 15일에서 21일까지 서울 광화문에 있는 광화랑에서 사이로 화백의 카툰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이 벌써 여덟 번째 개인전이다.

"개막 때 사람들을 부르지도 못했어요. 두 달 전에는 특별전도 했거든요. 자주 불러 미안할 정돕니다."

한 해 여러 명의 딸들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처럼 그는 쑥스런 소감을 밝혔다.

그만큼 왕성한 작품 활동 중이다. 이미 카툰계에서는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하루에 한 편꼴, 1년이면 300편이 넘는 작품이 탄생한다.

<술 취한 매화>, <충치 뽑기>, 좌로부터
 <술 취한 매화>, <충치 뽑기>, 좌로부터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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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다 보니 자연히 작업량이 쌓이네요. 내가 이렇게 해야 후배들한테도 큰소리칠 수 있지 않겠어요? 가령, 소설가다 시인이다 하면서도 1년에 한 편도 안 쓰는 사람이 후배들을 나무랄 수 있나요.(웃음)"

2004년 첫 개인전 이후, 매년 책을 내거나 전시를 열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성실히 지켜오고 있다. 마땅히 작품을 발표할 만한 지면도 전무하고,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유머카툰의 문턱을 낮추고, 잊히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한 것만이 아니라 '달라진' 것도 있다. '말타는 사람', '가족', '엄마의 자장가'와 같이 추상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카툰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한 폭의 추상화같은 깊은 세련미가 물씬 풍긴다.

<말 타는 사람>
 <말 타는 사람>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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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형성을 중시하는 카툰들이 눈에 띄길래 시도해 봤어요. 어떻게 하면 카툰이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보일 수 없을까 하고 종종 시도하고 있죠."

또, 달라진 것이 있다. 작법의 변화다. 한 장의 원화만을 그려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원화를 스캔받아 출력하고, 그 위에 수채물감을 덧칠했다. 판화처럼 매번 같으면서도 다른 작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원화를 스캔하는 과정에서 이미지가 조금 달라지고 또, 덧칠하는 과정에서 다시 조금 달라집니다. 작품마다 같은 느낌이 안 나죠. 재밌어요. 원화에 없는 색깔이 나오고, 한 그림에서 여러 가지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설령 잘못되더라도 다시 색을 입히면 돼 편한 점도 있고요.(웃음)"

전시를 구경하는 사람들
 전시를 구경하는 사람들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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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아리랑>지 신인만화 당선을 통해 데뷔한 사이로는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카투니스트로 살아온 한국 카툰의 대부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고, 최근에는 카툰 작법 책을 내기도 했다.

"국내외 만화 이론서는 많지만 유난히 카툰에 관한 이론은 정립되어 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평생을 그려온 카툰에 대해 담았습니다."

전시 이후의 계획은 또 다시 전시다. 다음 전시는 아마도 '종이를 떠나다'의 제2탄이 될 듯하다. 종이가 아닌 폐품을 활용한 카툰전 '종이를 떠나다'(2006)는 당시 많은 화제가 됐다.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이로, #카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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