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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와 중형 태풍 메아리가 한바탕 난동을 피우고 잠잠해졌다.

아직 태풍이 소멸된게 아니라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고 하는데, 어떤 언론은 '태풍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떠벌리고 있다. 기자가 직접 태풍과 비 피해 현장을 확인했는지는 의문이다.

관련해 26일 점심께 빗줄기가 잦아들어 우비를 단단히 챙겨입고 논밭을 살피러 나갔다. 지난 25일 오전에도 태풍이 온다기에 아랫밭과 농수로를 살피고 정비하고, 윗밭에 올라와 감자를 조금 캐다 오후 1시쯤 집에 돌아왔었다. 그 뒤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또 퍼붓기 시작해 밤새 몰아친 비바람도 심상찮아 논밭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엄마도 태풍이 별일 없이 지나가길 바랬지만, 뉴스특보로 전해지는 강풍-비 피해 소식은 남일 얘기가 아니었다.

우선 윗밭에는 강풍으로 인해 비닐하우스 한 동의 중간 부분 비닐이 찢겨 벗겨져 버렸고, 고추밭의 고추들도 줄줄이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방향으로 쏠려 있었다. 그나마 고추 나무가 많이 부러지지 않았는데, 내일 아침부터 다시 고추밭 손을 봐야겠다.

그렇게 윗밭을 살펴보고 아랫밭으로 내려가는데, 많은 비에 물이 불어난 공촌천도 난리가 아니었다. 돌풍에 갈대들이 이리저리 춤을 췄고 계양산 머리 위로는 먹구름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세찬 바람에 몸이 움찔움찔 할 정도여서 서둘러 아랫밭으로 내려갔다.



총총걸음으로 아랫밭에 내려와서는 비닐하우스 상태를 살폈는데, 비닐을 씌운 하우스 2동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미리 바람이 통하게 여기저기 창을 열어두었기에, 힘쎈 바람이 하우스 안에 들어왔다가 휙하고 빠져나갔다. 장맛비를 맞으며 심었던 검은콩과 다른 작물들도 바람에 기우뚱 한 것 빼고는 괜찮았는데, 방풍림 역할을 해준 포도나무가 안쓰러웠다.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 벌레가 다 갉아먹은 열무에 물을 뿌려주고는, 삽을 들고 논둑과 농수로를 살폈는데 바람은 더욱 거세져 벼들이 머리카락처럼 파르르 날렸고, 논 건너편 숲의 큼지막한 소나무와 아까시나무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휘청거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요란하던지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그 속을 백로가 힘겹게 날아올랐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강풍에 그만 논에 주저 앉아바렸다.
 
미리 농수로의 잡풀도 깍아주고 논둑도 다져놓아서 논에는 그다지 피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비가 밤새 또 많이 오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빗물이 잘빠지도록 농수로의 수풀을 다시 걷어내고 물길도 내주었다. 뽕나무의 굵은 가지들도 자유자재로 휘게 만드는 태풍 속에서 삽으로 중심을 잡아가며.

여하간 태풍 메아리가 지나간 내일은 정말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올포스트에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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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태풍, #비피해, #고추, #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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