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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들꽃을 피워내듯 펼치는 축제이니 들판을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레 진행되어야 할 '증평 들노래축제'가 특정단체의 이기적인 통제로 축제의 본질이 많이 훼손되었기에 이를 고발합니다.

 

증평 들노래 축제는 인공적인 무대가 아닌 들판에서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이 들노래로 펼쳐나가는 축제입니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다소간의 연출이나 통제는 있을 수 있지만 여느 축제의 공연장 보다는 훨씬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여야 합니다.

 

축제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 곳에서나 구경도 하고, 함께 어깨를 들썩거릴 수도 있는 축제라야 했겠지만 지난 19일 축제 현장은 축제 행사 중 하나인 '전국사진촬영' 때문에 그렇질 못했습니다.

 

'전국사진촬영대회'와 본말이 전도된 축제 현장

 

사진촬영대회도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여러 행사 중의 하나니 차질 없이 치러져야 했겠지만 축제와 사진촬영대회 중 어느 것을 위한 행사장인지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본말이 전도돼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야 포토라인을 정하고, 사람들을 통제해 주니 좋았겠지만 온전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입장이라면 필요하지 않은 불쾌한 통제일 뿐입니다.

 

사진촬영대회를 위해 십분 양보를 한다고 해도 그날 사진촬영대회를 진행하고 있던 관계자들의 안내방송과 언행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사진촬영대회와 무관한 사람이 있다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치 사진촬영대회에 참석한 사람들만을 위한 행사장인 듯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던 통제는 누구에게서 위임받은 무소불위의 권한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의적으로 정한 포토라인을 벗어나 서있는 사람이라면 대회참가자 여부를 가리지 않고 동영상카메라의 녹음기능이 민망할 정도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전국사진촬영대회 지도위원이라는 사람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욕을 많이 먹어 배가 불러 밥을 먹지 못해 죽을 거라는 등' 저주에 가까운 독설까지 퍼붓고, 시연되고 있는 행사까지 중단시키느니 뭐니 하는 언행은 통제를 넘어선 횡포였습니다.

 

후원금 줬으니 '축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

 

오전 촬영대회가 끝나고 문제의 방송을 했던 지도위원을 만났습니다. 사진 촬영대회 중이라는 것을 십분 양보해 포토라인을 정하고, 사람을 통제하는 것 까지는 이해한다고 해도, 시연되고 있는 행사를 중단시키느니 뭐니 하는 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관계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통제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 '출연료(후원금)를 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의 이기적이고 황당한 대답이었습니다.

 

출연료로 엄청난 금액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들노래축제추진위원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니 '그럼 우리는 품을 팔고 있는 게 되냐'며 격분하며 아주 허탈해 합니다.

 

300여 명의 참가자들이 2만 원씩 납부한 대회참가비나 협회 예산에서 얼마의 후원은 있었던 게 맞지만 금액은 그 많은 사람들을 그리 오랫동안 이래라 저래라 할 금액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습니다.

 

설사 그들이 지원한 금액이 모델료로 지급을 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금액이었다 하더라도 그 시간 그 곳에서 치러지고 있는 모든 행사는 참가자 모두를 위한 행사이지 누가 독점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이 분명 아니었습니다.

 

얼마의 후원금을 내고, 후원을 명분으로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하는 행위는 들풀처럼 자리잡아가야 할 들노래 축제를 짓밟는 행위이고,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무형의 폭력이며, 순수해야 할 축제에 대한 희롱입니다.   

 

들노래축제는 들풀처럼 간섭이나 통제없이 치러지고 계승되어야 합니다. 관이라고 해서 통제하려 들고, 단체라고 해서 간섭하려 든다면 들노래축제의 미래는 시들어 갈게 자명합니다. 

 

들노래축제를 주관하고 있는 양철주 장뜰노래보존회장의 바람, 너른 장뜰에서 자라고 있는 수많은 들풀처럼 아무런 간섭이나 통제 없이 증평들판에서 제자리를 잡아가는 그런 축제로 발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들노래축제, #전국사진활영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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