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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바위
 사자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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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북쪽 해변길은 진촌리에서 해안을 따라 두무진까지 이어진다. 중간쯤 연꽃마을이 있어 우리는 고봉포구를 거쳐 연꽃마을까지 갔다 올 예정이다. 백령도 북쪽 해변에는 두 개의 포구가 있다. 하나는 동북쪽에 있는 고봉포구고, 다른 하나는 서북쪽에 있는 사항포구다. 고봉포구에는 유명한 사자바위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보러 간다. 사자바위는 용맹스런 사자가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고봉포구에 들어서니 한적한 어촌이다. 바다에 나갔다 돌아온 배들이 포구에 묶여 있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만 분주하다. 차를 내려 방파제 쪽으로 가니 사자바위가 보인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멋지지 않다. 사자처럼 보이지도 않고, 포효하는 모습도 아니다. 관광객 중 한 사람이 "저게 어떻게 사자로 보여? 이구아나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이구아나로 보인다.

바다 가운데 있는 이구아나, 그렇다면 이야깃거리가 된다. 이곳을 여러 번 방문한 이광국 선생이, 최근에 사자바위 옆에 방파제용 콘크리트 시설물을 설치해서 경관이 오히려 나빠졌다고 말한다. 사자바위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방파제용 콘크리트가 연결되어 육지로 기어오르려는 이구아나의 모습이 되고 말았다. 관광지에서는 시설물 하나를 설치하는 일도 인간의 편의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백령도 특산품, 까나리액젓과 약쑥

백령물산의 약쑥 가공시설
 백령물산의 약쑥 가공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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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포구를 나온 우리는 백령도 특산물 약쑥 가공단지를 보러 간다. '백령물산'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백령도 자생 약쑥을 사용하여 진액, 환, 뜸, 차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현장에 도착하니 공장으로 안내, 제조공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은 간단한 강의를 듣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백령도 약쑥은 맛이 진하고 뒷맛이 달면서도 독특한 쑥향이 난다고 자랑한다.

섬 특유의 기후조건에서 해풍을 받아 자라기 때문에 '무코젠-E'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코젠-E가 위염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말한다. 쑥의 효능은 <동의보감>에 잘 설명되어 있다고 한다. "쑥에는 독소가 없고 모든 만성병을 다스리며, 특히 부인병에 좋아 자식을 낳게 한다"는 것이다.

백령물산의 사장 남궁순자 여사는 육지 사람이지만 1990년부터 이곳 백령도에서 쑥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20년이 넘게 이 사업을 해와 이제는 전국적으로 꽤나 많이 알려진 상태다.

백령도 보리
 백령도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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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쑥공장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약쑥보다는 밭에 있는 보리가 눈에 띈다. 계절이 6월인지라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백령도에서는 수리시설이 미치는 곳에선 벼농사를 짓지만, 밭에선 보리와 밀농사를 짓고 있다. 6월에 보리를 베고 나면 그 자리에 대개 메밀을 심는다고 한다. 이곳 백령도에서는 메밀의 생산량도 많은 편이다. 우리는 점심 때 이 메밀로 만든 칼국수를 먹을 예정이다.

관광에서는 볼거리 놀거리도 중요하지만 쇼핑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관광 상품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실용적인 곳으로 간다. 백령도 농수산가공물을 전시 판매하는 '가영수산'이다. 가면서 보니 해안을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다. 백령도 남쪽과는 달리 북쪽에서는 좀 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해변의 철조망과 갈매기
 해변의 철조망과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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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철조망 밖 해안에는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다. 철조망으로 인해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어, 갈매기들이 마음대로 산란을 하고 새끼를 낳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땅이 오히려 동물들의 천국이 되는 아이러니다. 우리 인간들이 지구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이용하면서 다른 동식물들이 소외되어 온 게 사실이다. 이제 그들에게 이 땅을 조금은 돌려주고 공존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가영수산 가는 길에는 또 몽운사라는 절이 있다. <심청전>에 나오는 몽운사의 이름을 따온 것 같다. 생긴 지는 오래되지 않았고, 고승대덕의 발우를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멀리서도 해수관음상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찾아간 가영수산에는 다시마, 미역, 까나리 액젓과 같은 수산가공품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수산가공품으로 다시마를 이용한 젤리와 비누 등이 눈에 띈다. 그 외 쑥과 민들레 가공품, 소금과 고춧가루와 같은 농수산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백령도 수산물 까나리 액젓과 미역
 백령도 수산물 까나리 액젓과 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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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물건을 보니 미역과 까나리액젓이 가장 많다. 그런데 요즘 미역은 국거리보다는 여름 냉채용으로 적당하다고 한다. 물에 넣으면 너무 풀어지기 때문이란다. 나는 까나리액젓을 한 통 산다. 겉절이를 한다거나 김치를 담그는 데 좋기 때문이다.

물건을 구입한 우리는 백령도 관광의 마지막이 될 연꽃마을로 향한다. 연꽃마을은 농촌체험 교육농장으로 몽운 김진일씨가 운영하고 있다. 몽운은 <심청전>에 나오는 몽운사와 관련이 있고, 연꽃은 심청이와 관련이 있다.

에로틱도 관광상품이 된다

에로틱 남근
 에로틱 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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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마을에 도착하니 심봉사와 심청이 장승이 우릴 반긴다. 그런데 들어가면서 보니 장승들이 색다르다. 팔이 하나씩 달렸는데 남근을 표현하고 있다. 다들 깔깔거리면서 한마디씩 한다. 농장 안 정원에는 남근의 하이라이트가 있다. 남근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장승의 입속 혀를 남근으로 표현하고 그곳에서도 역시 물이 뿜어져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에로틱이다.

그렇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예술이다. 즐거움과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장승의 표정이 즐겁고 남근 조각에서는 예술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양예술에 비해 우리 예술이 그동안 폐쇄적이고 또 금기시하는 것들도 많았다. 이제야 조금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개방적으로 생각하자.

남근의 쾌감
 남근의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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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안 작은 연못에는 수영하는 장승도 있다. 수영하는 장승, 이거 정말 참신한 발상이다. 그런데 가운데 남근이 물 밖으로 드러나 있고, 거기서 분수가 솟아오른다. 아 시원하다. 그리고 쾌감이 느껴진다. 장승의 얼굴에 그 기분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다른 연못에는 연이 심어져 있지만 초여름이어선지 아직 연꽃이 피지는 않았다. 7월 말이나 되어야 연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은 또한 농장인지라 농작물도 심어져 있고,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 같이 지나가는 관광객은 이 농장에 별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깝다. 농장과 에로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관광 상품으로 괜찮은 조합이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돈이 좀 되어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지속가능한 농장 에로틱 관광이 되길 바란다.    

백령도를 떠나며

용기포항 여객터미널
 용기포항 여객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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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를 떠나는 배가 오후 1시에 있다. 그것을 타려면 12시 30분 정도까지는 용기포항에 도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1시 30분에 조금 이른 점심을 먹을 수밖에 없다. 점심은 백령도 명물 메밀칼국수다. 메밀로 만든 뜨끈한 칼국수로 이곳에서 재배되는 메밀을 사용해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칼국수 식당 중 가장 유명한 '두메칼국수'로 향한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 같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먼저 짠지떡이 나온다. 짠지는 김치를 토속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짠지떡을 먹어보니 백령도식 만두다. 짠지를 잘게 썰고 거기에 굴과 홍합 같은 해산물과 호박과 두부 같은 농산물을 넣은 다음 메밀피로 싸서 만든 일종의 만두다. 맛을 보니 토속적이고 맛있다. 그런데 이것은 1인당 1개밖에는 줄 수 없단다.

미리 주문을 하면 더 구입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칼국수가 곧 나올 텐데 너무 많이 먹으면 본 음식을 남길 수도 있다. 칼국수를 먹어보니, 짠지떡 한 개에 칼국수 한 그릇이 정량이다. 다들 한 그릇씩 깨끗이 비운다. 뜨거운 것이 싫은 사람은 메밀냉면을 먹을 수도 있다.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12시 15분이다. 이곳에서 용기포까지는 1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인천행 여객선 전면
 인천행 여객선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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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포항에 도착하니 바로 배표를 나눠준다. 대합실에는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여럿 기다리고 있다. 해병대 헌병도 보인다. 이제 백령도 관광이 활성화되기 시작해, 인천으로 떠나는 배가 만석이라고 한다. 우리는 표에 인적사항을 적고 배로 향한다. 이번에는 다행히 배의 선수에 올라가 볼 수가 있다. 쾌속선이어서 그런지 배의 모양도 돌고래처럼 둥근 유선형이다. 배는 1시에 출항한다. 객실 안 TV에서는 <전국노래자랑>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4시간 30분 후면 인천항에 도착한다. 나는 백령도로 향할 때처럼 그렇게 호기심을 생기지 않아 자리에 앉아 눈을 감는다. 우리가 탄 배는 올 때와 반대로 대청도, 소청도를 거쳐 바로 인천항까지 운행할 예정이다. 파도가 잔잔하고 안개도 별로 없어서 주변에 멀미하는 사람도 없다. 배는 인천대교를 지나 5시 25분 인천항에 도착한다. 이제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태그:#백령도 북쪽 해변, #고봉 포구, #사자바위, #약쑥과 까나리 액젓, #에로틱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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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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