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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저는 전주한옥마을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먼저 광주비엔날레 사무국을 방문하고 오후에 한옥마을로 들어서는 지점에서 정체로 차가 지체되는 때에 도로 위의 한 자전거여행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희 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옥마을에 도착한 그는 도로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저는 일행들과 한옥마을보존협의회의 안내를 받기 위해 그를 대면할 기회를 가지질 못했습니다.

2시간 가까이 한옥마을을 돌아 나올 때 그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그분에게 뛰어갔습니다. 그분은 5월 19일에 출발해 17일까지 자전거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의 여행기를 읽은 분이 하룻밤 함께 보내자고 해서 그분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그 분이 봉고차를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그는 봉고차에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싣고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분이 자전거 여행 고수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20일 이상의 단독 자전거 여행을 매년 해오고 있는 자전거여행 매니아, 윤종열
 20일 이상의 단독 자전거 여행을 매년 해오고 있는 자전거여행 매니아, 윤종열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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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과의 느긋한 대화는 그분이 계룡산의 숲속에서 느긋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는 6월 16일 아침, 전화로 가능했습니다. 39세의 윤종열 선생님은 2시간 동안 아낌없이 자전거 여행에 대한 노하우를 모두 풀어놓았습니다.

- 한 달 동안이나 자전거 여행을 할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셨나요?
"한 달 전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충북 옥천에서 레커차를 운전했습니다. 그 직업이 스트레스가 많은 고된 일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 왜 자전거 여행을 택하신 건가요?
"1. 천천히 주변 경치를 가슴에 담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는 언제든지 세울 수가 있거든요. 느림의 미학을 가진 도구예요. 자동차는 원하는 지점에 정차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2. 마음대로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 마음 가는 대로 가기에는 자전거만한 것이 없습니다.
3. 욕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무리하게 장거리의 라이딩을 계획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몸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자동차처럼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밟을 수가 없어요. 저는 절대 야간 라이딩을 하지는 않습니다.
4. 운동이 되고 몸이 건강해집니다. 다이어트 걱정이 없어요.
5. 돈도 절약됩니다. 기름을 한 방울도 쓸 필요가 없어요.
6.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나기 좋습니다. 길가의 누구에게나 말을 걸 수 있어요.
7.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몸을 써야 하니까요. 저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 자전거를 즐긴 것이 오래되었나요?
"7년 되었습니다. 보름 이상의 여행만을 꼽는다면 이번이 네번째입니다. 물론 일상에서 짬이 날 때마다 하루이틀간의 라이딩은 손으로 다 꼽을 수는 없습니다. 첫번째는 배낭여행식의 여정이었고 이번을 포함한 나머지 세 번은 캠핑여행이었습니다.

제1차 여정은 34세 때입니다. 그 때는 라이딩을 시험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배낭여행객들처럼 지인들 집이나 찜질방을 이용하면서 20여 일 라이딩을 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돈이 없는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지요. 하지만 실상은 돈이 더 소비되고 안정된 여행을 할 수가 없어요. 매끼마다 식사를 사먹고 모텔이라도 이용하면 5만~6만원은 기본입니다. 식사도 5000원 미만을 찾기가 어렵거든요. 찜질방은 너무 시끄럽습니다. 경험을 사고자 하는 학생이 아닌 제게는 적절치 않았습니다.

35세 때는 3개월간 동남아를 여행했어요.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 시엠립 지역에서는 일주일간 자전거로 여행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오토바이크로 여행했구요. 렌탈비가 아주 쌉니다. 하지만 위험은 감수하셔야 해요. 그때 경험을 '자여사(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는 네이버 카페에 '죽거나 말거나'라는 여행기로 올렸습니다. 전주에서 만났던 분도 그 여행기로 인연이 된 처음 뵙는 분이었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캠핑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야외생활이 더 좋습니다. 금전적으로도 훨씬 절약됩니다. 텐트로 잠자리를 해결하고 밥해 먹으면 하루 경비 만 원이면 견딜 수 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패니어(자전거 배낭)만을 이용해서 캠핑 장비를 수납했습니다. 36세 때입니다. 천안_수원_춘천_미시령_강릉_7번국도_밀양_양산_진해_창원_대구 정도의 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세 번째는 37세 때입니다. 서해안과 제주도, 다시 전라남북도를 타고 올라오는 20일간의 여행이었습니다.

네 번째인 이번은 좀 호화스럽게 준비했습니다. 패니어뿐만 아니라 자여사 공구로 트레일러를 준비하고 캠퍼들의 상비품들을 두루 갖추었습니다. 바비큐용 미니 화로대, 미니 테이블, 낚시용 의자와 릴렉스 의자의 중간쯤의 미니 체어, 해먹 등 소형 1인용 캠핑장구들을 트레일러에 실었습니다.

트레일러는 언덕이 쥐약이므로 이번에는 주로 평지길을 코스로 잡았습니다. 변산반도_지리산자연휴양림_목포(모텔 이용)_제주_전주_계룡산_옥천입니다. 제주에는 친구가 있어서 마음 놓고 있었지요. 서울에서 한 직장에 근무했던 친구가 제주도에서 와하하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와하하는 지금 제주도에 유행하고 있는 저렴한 도미터리형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시작한 곳이죠. 제주도에는 이제 하루 1만5000원이면 충분한 저렴한 잠자리가 널려있어요. 그곳에서 바다를 보면서 열흘간 제 미래를 구상했습니다. 그때 레커차 사장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아르바이트로 근무를 해달라고요. "

-주로 어디에서 캠핑을 하시나요?
"7, 8월 성수기의 금, 토요일의 주말은 일반 캠핑장이 붐비지만 지금은 어느 곳이나 여유롭습니다. 저는 일반 캠핑장을 이용하기보다 시골의 작은 마을을 주로 이용합니다. 마을마다 정자나무 아래에 작은 정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우선 마을에 들어가면 이장집을 찾아갑니다. 이장님께 사정을 얘기하면 정자나무 아래에 텐트를 칠 수 있게 해줍니다. 비가 와도 정자를 이용할 수 있어요. 간혹은 마을회관을 내어주기도 하지만 지금은 쉽지 않습니다. 마을의 공동물품이 보관되어 있고 도난의 우려 때문에 회관을 내주길 꺼리지요. 어떤 마을은 정자에 수도와 전기가 있기도 합니다. 아니면 이장집 마당 수돗가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로 샤워를 합니다.

좀 큰 도시의 경우에는 우선 읍사무소나 군청에 찾아가서 도시 외곽에 공원이 있는 곳을 묻습니다.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그 도시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이 있기 마련입니다. 도심의 공원과는 달리 야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도심의 공원에는 술주정꾼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한적함을 온전히 즐길 수 있지요. 정자도 있고, 화장실과 전기도 있습니다.

대신 외진 곳에서 나 홀로 캠핑이므로 야간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호신용 칼을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잡니다. 단지 위안 삼기 위해서지요. 이곳에는 가게가 없으므로 미리 취식을 할 준비를 해서 가야 합니다. 이곳을 거점으로 낮에는 책 읽고 때로는 읍내로 나가 영화를 보기도 하지요. 중요한 것은 떠날 때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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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 어떻게 매년 한 달 가까이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까?
"저는 7, 8월에는 휴가도 가지 않습니다. 보통 4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 정도의 여행을 즐깁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 일만 합니다. 대신 별도의 저금통을 만들어서 잔돈들을 모읍니다. 일을 죽어라 하다가 여행 생각이 간절해지면 그 저금통을 깨는 거지요.

저는 서울의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했었지만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편찮으실 때, 요양차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자연의 초록색이 있는 곳이 저도 좋았어요. 시골이라 임금이 싸고, 일도 많지는 않지만 대신 마음의 안정을 덤으로 얻었습니다."

-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지 않습니까?
"광주-목포간처럼 갓길이 없는 곳이 있습니다. 저는 자전거에 백미러를 달았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는 절대 고개를 뒤로 돌리면 안 됩니다. 그러면 자전거의 방향이 함께 돌아갈 수 있어서 대단히 위험합니다. 갓길이 없고 대형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나 터널은 두려워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들어가질 못해요. 경험을 쌓아가야지요."

- 자전거는 어떤 것을 사용합니까?
"저는 MTB용을 타이어만 로드용으로 바꾸었습니다. 26인치 바퀴에 MTB는 타이어 폭이 1.95~2.1인치, 로드는 1.75인치가 보통인데 훨씬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핸들바도 버터플라이 핸들바(Butterfly handlebar)로 바꾸었습니다. 멀티포지션핸들바라고도 하는 이것은 많은 것들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 정비기술도 필요하지요?
"기초정비정도는 꼭 필요합니다. 펑크를 때우고, 기어 변속을 조절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것을 못하면 마음 편하게 여행할 수가 없어요. 이번 여행에도 6번의 타이어 펑크가 있었습니다."

- 혹독한 환경에 대비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서바이벌 기술을 익혀두는 것도 좋습니다. 캠핑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법이라든지, 불이 없을 때 불을 붙이는 법, 식용유로 랜턴을 만들어 사용하는 법 등, 수많은 생존법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저는 최소한의 호신 도구를 소지합니다. 요리할 때 쓰는 잭나이프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장작을 마련할 때 쓸 수가 있고, 저는 그 하나 정도는 홀로 하는 캠핑에서 제 손 가까이에 둡니다. 서바이벌 나이프가 되는 겁니다. 호신도구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 오늘이 이번 네번째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구요?
"그렇습니다. 이제 다시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야지요."

- 하지만 한 달 전 네 번째의 여행을 떠나기 전과는 다른 방식의 삶이겠지요. 안전한 귀향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윤종열의 자전거 추천사이트
-자여사(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 | http://cafe.naver.com/biketravelers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자전거 여행기들을 만날 수 있다. 벼룩시장이 있어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고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번여행의 트레일러도 이곳의 벼룩시장에서 다른 회원에게서 구매한 것이다.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
http://cafe.naver.com/bikecity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코스를 안내하는 사이트지만 자전거 정비에 대한 많은 정보를 만날 수 있다. 자전거 포털이라고 할만하다.

-노마드생존전략연구소 | http://cafe.naver.com/survivalpark
극한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BUSHCRAFT | http://cafe.naver.com/bushcraftcafe.cafe
오지와 야생에서 생존을 위한 다양한 스킬들이 소개된다.

-서바이벌리스트 | http://cafe.naver.com/survivalist 
다양한 서바이벌 매뉴얼과 테크닉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자전거여행, #윤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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