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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으로 며느리당산인 돌탑이 보이고 커다란 은행나무가 할머니 당산이다 그 옆 붉은건물이 마을회관이다. 은행나무가 있는 무촌마을 정경
▲ 무촌마을 밑으로 며느리당산인 돌탑이 보이고 커다란 은행나무가 할머니 당산이다 그 옆 붉은건물이 마을회관이다. 은행나무가 있는 무촌마을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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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를 하다가 보면 이런저런 일을 많이 당한다. 마을에 들어가 길을 묻거나 문화재의 소재를 파악하다가 보면,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경남 거창군 남상면 무촌리 무촌마을에 들렸다. 마을에는 경남 기념물 제198호인 수령 400년이 지난 은행나무가 서 있기 때문이다.

마침 무촌마을 은행나무가 서 있는 옆에는 마을회관이 있고, 그 옆에 정자가 있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이 은행나무는 원줄기에서 새싹이 나와 흡사 세 그루의 나무가 모여 있는 듯이 보인다. 가지는 8개가 사방으로 뻗어 자라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암나무로 가을이 되면 많은 은행을 수확한다고 한다.

경남 기념물 제198호로 지정이 된 수령 400년의 무촌마을 은행나무. 이 나무가 할머니 당산이다.
▲ 은행나무 경남 기념물 제198호로 지정이 된 수령 400년의 무촌마을 은행나무. 이 나무가 할머니 당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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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에는 정월 보름에 지낼 때 친 금줄이 그대로 남아있다
▲ 금줄 은행나무에는 정월 보름에 지낼 때 친 금줄이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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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방에 당산이 있는 무촌마을

이 은행나무 앞에는 제단이 있다. 돌로 만든 제단의 앞쪽에는 '당산제단'이라고 음각이 되어 있다. 이 당산을 마을에서는 할머니당이라고 부른다. 이 할머니당에는 비린 음식을 제수로 차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을 당제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더니, 어르신들이 굳이 이장님을 찾는다. 마을을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이장이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마을 이장님보다 윗분들이시다. 그리고 당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아시는 듯하다. 그런데 굳이 이장님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잠시 후 무촌마을 이민언(남, 68) 이장님이 정자로 오시고 나서, 본격적인 마을 당제에 대해 들을 수가 있었다. 이장님과 어르신들은 앞장서 마을에 있는 네 곳의 당산을 안내를 해주신다.

앙편으로 산죽이 우거진 신신당으로 오르는 길을 마을 어르신이 앞장 서 안내를 해주고 계시다
▲ 산신당으로 오르는 길 앙편으로 산죽이 우거진 신신당으로 오르는 길을 마을 어르신이 앞장 서 안내를 해주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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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주산신제당인 이 당을 할아버지 당이라고 부른다. 제일 먼저 당산제를 올리는 곳이다
▲ 신신당 마을의 주산신제당인 이 당을 할아버지 당이라고 부른다. 제일 먼저 당산제를 올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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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촌마을은 주산신 당산제를 마치고나면 제물로 사용한 돼지머리를 제단 옆에 묻는다고 한다
▲ 돼지머리 묻는 곳 무촌마을은 주산신 당산제를 마치고나면 제물로 사용한 돼지머리를 제단 옆에 묻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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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고로 근본이 있어야 해'

마을 산제당이라고 하는 할아버지 당을 찾아가면서 동행을 하시는 어르신께 슬쩍 물어보았다. 왜 꼭 이장님이 오셔서 말씀을 하셔야 하는가를. 그랬더니 간단하게 대답을 하신다.

"사람은 자고로 근본이 중요한 것이지. 우리 마을의 가장 어른이 이징님 아니신가? 그래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당연히 이장님한테 들어야지."

산제당인 할아버지당을 올라가면서 계단에 나 있는 풀을 뽑으신다. 할아버지당 근처에도 금줄을 둘러 놓았다. 참나무인 당산나무는 밑동의 둘레가 2m 가 넘을 듯하다. 몇 년이나 묵은 나무냐고 질문을 드렸더니, 아주 오래 되었다는 것 밖에는 알 수가 없다고 하신다.

산제당에는 산신당이라고 쓴 제단이 있고, 그 옆에는 '주산신제단'이라고 쓴 돌이 놓여 있다. 이곳이 바로 가장 먼저 제를 올리는 할아버지당이라는 것이다. 이곳에 제를 지낼 때는 돼지머리를 사용하며, 제사를 마치고 나면 그 돼지머리를 땅에 파묻는 다는 것이다. 제단 옆에는 커다란 돌이 보이는데, 그 밑에 돼지머리를 통째로 묻고 내려온다고 한다.

돌탑으로 쌓은 아들당산. 동구당산이라고 부르는 이 당산은 마을의 어구에 있다
▲ 아들당산 돌탑으로 쌓은 아들당산. 동구당산이라고 부르는 이 당산은 마을의 어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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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당산은 마을 옆으로 흐르는 대곡천 가 논둑에 돌탑으로 쌓았다
▲ 며느리당산 며느리당산은 마을 옆으로 흐르는 대곡천 가 논둑에 돌탑으로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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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으로 쌓은 아들당산과 며느리당산

할아버지 당을 돌아보고 마을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마을 입구라고 하는 곳에 자리한 아들당산으로 향했다. 아들당산은 우측으로 연수사를 들어가는 길 건너편 산 아래, 돌을 쌓아 만든 누석탑의 형태로 조성을 하였다. 이곳에도 금줄을 쳐 놓았는데, 이 당산을 '아들당산' 혹은 '동구당산'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며느리당산은 마을의 북쪽 대곡천이 흐르는 곁 논둑에 자리하고 있다. 며느리 당산 역시 돌탑을 쌓아놓았다. 네 곳의 무촌마을 당산은 마을을 에워 쌓고 있는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어르신들은 당산제를 정성을 다해 드린다고 말씀을 하신다. 인근에 있는 마을들도 당산제를 지내지 않다가, 마을에 화가 있어 다시 시작을 하였다고 귀띔을 해주신다.

마을 옆으로 흐르는 대곡천. 예전에는 정월에 이곳에 나와 용왕고사를 드렸다고 한다
▲ 대곡천 마을 옆으로 흐르는 대곡천. 예전에는 정월에 이곳에 나와 용왕고사를 드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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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사용하는 축문. 네 곳의 당산에서 모두 축을 읽는다고 한다. 위 축문은 아들당산에서 읽는 축문이다.
▲ 축문 마을에서 사용하는 축문. 네 곳의 당산에서 모두 축을 읽는다고 한다. 위 축문은 아들당산에서 읽는 축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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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관을 지내셨다는 어르신께서 축문을 가져다주신다. 컴퓨터에 저장을 해 놓고 매년 그 해에 맞게 출력을 하여 사용을 하신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고로 근본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들을 하시는 무촌마을 어르신들. 이장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아도, 이 마을이 얼마나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어, 오늘도 무촌마을은 모두가 탈 없이 지내는가 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촌마을, #당산제, #기념물, #은행나무, #거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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