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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당선 후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첫 출석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있다. 손 대표는 "반갑습니다. 여기서 또 만나게 되네요"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고, 박 대표도 웃으면서 응대했다.
 국회의원 당선 후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첫 출석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있다. 손 대표는 "반갑습니다. 여기서 또 만나게 되네요"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고, 박 대표도 웃으면서 응대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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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만나 자신들의 경제정책을 언급했다. 다음 대선의 유력한 후보여서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그들이 말한 경제정책은 실망스러웠다. 둘 다 우리나라 경제 문제의 핵심은 놓치고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복지 담론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4대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4대 보험 사각지대 해소가 어떤 복지정책보다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4대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층에 대한 국가의 보호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세하고 열악한 기업과 사업자에게는 4대 보험료를 낮춰야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정작 무슨 돈으로 이런 복지정책에 필요한 재정을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기회를 놓칠세라 현 정부가 벌이고 있는 대기업과 수출, 토목건설 위주의 경제 정책에 대해 맹공을 퍼부은 다음 보편적 복지를 언급하며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등에서 국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복지 담론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길까봐 더 강하게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손 대표는 복지재원 마련에 대해 신비주의로 일관하는 박 전 대표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었지만 그 내용은 한 마디로 '역시나'였다. 손 대표는 "현재 19.4%인 조세부담률을 국민이 공감하는 적정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면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을 주장했다.

박근혜와 손학규가 잊고 있는 한 가지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대표 둘 다 복지라는 담론을 선점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복지국가의 핵심이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무슨 돈으로 마련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박 전 대표는 계속 답변을 미루고 있고 손 대표는 오답을 내놓은 상황이다.

손 대표는 "지금 우리 경제는 사방이 지뢰밭이며 가계부채는 800조 원이나 되고 국가 채무는 4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건설경기 부진과 맞물려 터지기 직전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 생활은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청년실업, 전세대란, 물가급등, 고용감소, 경기침체,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의 몰락, 전체적인 민생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민생불안은 개인의 책임이기보다는 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러한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모른 척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많은 부분이 부동산 폭등과 부동산 투기로 인한 대출 때문이며 국가부채의 많은 부분이 정부의 토건사업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또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과 건설경기 부진, 전세대란은 부동산 경기 과열과 투기의 후유증이라는 사실도 우리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실업과 고용감소, 경기침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몰락, 물가급등도 메커니즘은 복잡하지만 결국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과 투기로 인한 문제라는 것을 양심 있는 학자들은 잘 알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와 분양연기가 속출하고 있어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오후 최근의 부동산 경기를 대변하듯 서울의 한 도로 옆 건물에 서울시내 미분양 아파트를 파격할인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와 분양연기가 속출하고 있어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오후 최근의 부동산 경기를 대변하듯 서울의 한 도로 옆 건물에 서울시내 미분양 아파트를 파격할인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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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손 대표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의 증상에 대해서는 알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는 알지 못하거나 오진을 하고 있다. 그러니 처방도 엉뚱할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의 핵심은 재원 마련이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불로소득에 있다. 따라서 먼저 부동산 불로소득을 토지가치세로 환수하여 복지국가에 필요한 재원으로 삼는 것이 정답이다.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는 그다음이다.

이렇게 하면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 문제도 해결되고 복지국가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걸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고 말한다. 좀 더 어렵게 말하면 가장 중립적(neutral)이고 경제에 부담을 덜 주는 토지가치세를 통해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복지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우리 사회의 엄청난 부동산 불로소득은 놔두고 땀 흘려 노동한 결과물을 걷어서 기본 소득과 사회복지 재원으로 삼는다면 이런 사회복지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정의롭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방향은 부동산(토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동산(토지) 불로소득을 먼저 토지가치세로 환수하여 복지 재원으로 삼자는 것이 아닌 노동의 생산 활동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법인세 등을 무겁게 걷어서 복지 재원으로 삼자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성패와 지속은 정의에 있다

복지국가의 관건은 기본 소득과 사회복지 서비스의 보장이며 그 가운데 핵심은 기본 소득과 사회복지 서비스를 위한 재원 마련에 있다. 누구에게 어떤 돈을 걷어서 모든 국민에게 복지를 해 주느냐가 사실상 복지국가의 성패와 지속을 결정짓는 관건이라는 말이다.

토지가치세(Land Value Taxation)는 좌파나 우파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좋은 세금이며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최선의 세금이라고 나온다. 신학자인 에밀 브루너(Emil Brunner)는 <정의와 사회 질서>(Justice and Social order, 대한기독교서회 역간)에서 "토지 소유자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사회 발전과 사회 공동체 덕분에 얻은 토지 가치는 사회가 세금으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정의가 아니면 모든 것이 설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효율적이지도 않다. 존 롤즈(John Rawls)가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이학사 역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의만이 지속 가능하며 가장 정의로운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지공주의(地公主義)는 토지가치세를 통해 부동산불로소득을 환수하여 토지가치를 공유하고, 노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감세를 최대한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지공주의를 통해 평등·공유·형평·정부·분배를 강조하면서 토지와 자본의 공유를 주장하는 좌파와 자유·사유·효율·시장·성장을 강조하면서 토지와 자본의 사유를 주장하는 우파를 화해시켜 자유와 평등·사유와 공유·효율과 형평·정부와 시장·분배와 성장 양쪽 모두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토지가치세처럼 정의롭고도 효율적인 복지 재원을 놔두고 만약 기득권 세력과 적당히 타협해 노동의 결과물에 대해서만 세금을 무겁게 걷는 복지국가의 방향으로 간다면 한계는 뚜렷하다. 복지국가 공약으로 다음 대선에서 집권하더라도 얼마 안 가서 복지국가에 질려 버린 국민이 그다음 대선에서 또다시 반대의 선택을 할 위험성은 크다.

가장 비극적인 시나리오는 보수 후보가 부동산 불로소득은 놔두고 노력소득에 대해서만 증세하는 복지국가모델을 내걸어 집권했다가 경제가 엉망진창이 되고, 그다음 대선에서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진짜 무지막지한 시장만능주의라는 '반동'으로 가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성서의 희년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단체인 희년함께(http://landliberty.org)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토지정의시민연대(http://landjustice.or.kr)에서 정책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토지정의시민연대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손학규, #박근혜, #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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