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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오전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이통사, 카드사, VAN사 대표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NFC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을 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오전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이통사, 카드사, VAN사 대표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NFC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을 열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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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와 카드사가 손잡고 스마트폰 NFC(근접통신) 기반 모바일 결제 활성화에 나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신한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등 9개 신용카드사 대표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통사-카드사, 시범 서비스에는 합의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13일 오전 프레스센터 18층에 이통사, 카드사, VAN사 대표 15명을 불러 모아 NFC 활성화를 위한 협약(MOU)을 맺었다. 공동으로 NFC 모바일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오는 9월 말부터 4개월간 서울 명동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부터 NFC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날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시작으로 각사 CEO들이 차례차례 협약서에 서명하긴 했지만 이통사와 카드사간의 이해는 여전히 엇갈린다. 스마트폰과 무선통신망에 기반한 NFC는 이통사와 수익 나누기가 불가피해 카드사로선 자칫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앞서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를, KT가 BC카드를 인수하는 등 이통사들이 신용카드 사업에 본격 진출한 것도 기존 카드사들을 바짝 경계시키고 있다.

이날도 각 사 CEO들은 큰 틀에서 '협력'을 다짐했지만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석채 KT 회장은 "미국도 보안 문제 때문에 모바일 결제에 대한 초기 반응이 안 좋았는데 NFC도 국민 불안을 극복하는 게 중요한 문제"라면서 "카드사도 총론에 동의하지만 통신사 들어오는 데 불안함을 느낄 텐데 전체적으로 판을 넓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역시 "이통3사, 카드사 다 같이 성공하는 길이 무엇이냐,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숙제"라면서 "시장이 옮겨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이라는 상상력 게임이 될 것"이라고 카드사들의 사고 전환을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 카드업계에선 이통사와 관계된 BC카드와 하나SK카드 대표가 그나마 NFC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을 뿐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는 "NFC로 카드사 입장에선 단기적 손익 악화가 예상된다"면서도 "얽매지 않고 NFC 활성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새 스마트폰에 NFC는 필수? 내년에나 제 몫 할 듯

NFC 기능이 탑재된 삼성 갤럭시S2는 모바일 결제 기능이 일부 적용되고 있지만 활용처가 제한적이다.
 NFC 기능이 탑재된 삼성 갤럭시S2는 모바일 결제 기능이 일부 적용되고 있지만 활용처가 제한적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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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는 NFC(근접통신)는 이미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등에 적용되는 RFID(무선정보인식) 기술의 하나로 10cm 이내 거리에서 데이터를 양방향 교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근접통신기술에 기반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시도했지만 이통사-카드사의 이해 갈등으로 활성화에 실패했다.

NFC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NFC 콘트롤러 칩이 내장된 USIM과 휴대폰, 이를 인식할 수 있는 통합 결제기 등 인프라뿐만 아니라 모바일 결제 관련 서비스도 활성화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인프라를 쥔 이통사와 서비스를 앞세운 카드사간에 엇박자가 심했다.   

그나마 최근 구글과 애플에서 NFC 도입에 나서자 국내 사업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2.3버전(진저브레드)부터 NFC 기능을 탑재했고 지난 5월 NFC 기반 '구글 지갑' 서비스를 발표했다. 애플 역시 아이폰 차세대 모델부터 NFC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홍진배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은 "과거에도 인프라가 먼저냐 서비스가 먼저냐를 놓고 이통사와 카드사간에 갈등이 있었다"면서 "통신사와 카드사간에 인프라는 서로 나누고 서비스로 경쟁하자고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과장은 "카드사 처지에서 당장 블루오션은 아니지만 NFC 기반이 전체적인 트렌드라는 데 공감하고 있고 소액 결제 활성화와 장당 4~5천 원인 플라스틱 카드 발급 비용이 절약되는 효과도 있다"면서 "통신사에서 일방적으로 제어하려고 했으면 이번 협약도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NFC 단말기-결제기만 확보되면 끝?

방통위에선 현재 삼성 갤럭시S2, 팬택 스카이 베가레이서를 비롯해 앞으로 출시되는 신형 단말기에 NFC 기능이 기본 탑재돼 올 연말까지 NFC 단말기 500만 대가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과장은 "기존 단말기는 NFC를 활용할 수 없지만 이통사에서 기존 단말기 커버에 NFC 콘트롤러 칩을 넣은 액세서리 형태로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존 플라스틱 카드와 NFC 기반 모바일 카드 결제가 가능한 통합 결제기도 올해 안으로 30만 대를 확보하고 내년부터 30~40만대를 추가하면 NFC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이날 과거 모바일 결제 시장 실패 이유로 ▲단말기/인프라 부족 ▲가맹점/결제기 부족 ▲고객 이용 가치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꼽았다. 이를 선순환으로 돌리려면 인프라 못지않게 소비자들 구미를 당길 만한 '킬러 서비스' 등장도 절실하다.

하지만 이날 '모바일 카드 이용시 30% 할인'이나 영화관, 주차장 등 판에 박힌 서비스 외에 NFC를 활용한 색다른 서비스나 콘텐츠 개발을 위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구글 지갑이나 차세대 아이폰 등장이 NFC 서비스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과거 인프라와 하드웨어에만 연연하다 아이폰 도입 이후 뒤늦게 모바일 콘텐츠 활성화에 뛰어든 전철을 밟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태그:#NFC, #근접통신, #아이폰, #이통사,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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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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