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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을 위해 바닷가에 들어온 멸치가 바위에 널려있다.
 산란을 위해 바닷가에 들어온 멸치가 바위에 널려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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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 멸다구(멸치) 진치네, 진쳐"  

어린시절 이맘쯤 누군가 다급스럽게 외치는 이 한마디에 바닷가 섬마을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멸다구 진친다'는 말은 많은 무리의 멸치떼가 해변으로 밀려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외침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다라와 바지게를 이고지고 바닷가로 향해 참 볼 만한 풍경을 연출했다.

급하게 바닷가에 도착한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멸치 줍기에 여념이 없다. 손가락 매듭크기 만큼의 굵은 멸치가 자갈밭에 하얗게 널렸다. 바닷가 바위에도 멸치떼가 밀려든다.

"이게 뭔 일이당가, 완전 자살골 아녀? 허허 멸치가 미쳤는 갑네~~"
"뇝둬요, 뭔가 다 이유가 있긋지~~"

바닷가에 쳐놓은 그물에 멸치가 빼곡히 걸려있다.
 바닷가에 쳐놓은 그물에 멸치가 빼곡히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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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쳐놓은 그물에 걸린 멸치
 바위에 쳐놓은 그물에 걸린 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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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를 줍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그때는 잘 몰랐다. 왜 멸치가 바닷가에 밀려와 죽어가는지를…. 그저 살아있는 멸치가 너무 많이 밀려와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는 이유 불문하고 멸치가 미친 줄 알고 줍기에만 바빴다. 이같은 현상은 매년 그랬다. 그래서 연례 행사처럼 바닷가에선 원래 그런가 보다 했다.

멸치는?
참고로 멸치는 정어리과의 청어목 어류다. 봄에 산란하는데 알은 타원형이다. 부화한 어린 멸치는 빠르게 성장해 한 해가 채 되지 않아 번식한다. 몸길이는 10~20cm 까지도 큰다. 멸치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밀집대형을 만들어 같은 방향으로 헤엄친다. 이렇게 해서 적의 공격에 대항한다.

그런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이 같은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섬에 들어갔다. 이제 시골에 얼마 남지 않은 마을 어른들과 고향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고향 선배님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마침내 일이 벌어졌다. 소싯적처럼 추억의 멸다구(멸치)가 다시 진을 친 것. 이날 어머니는 멸치를 주워 장독에 한가득 멸치 젓갈을 담으셨다. 멸치를 줍는 동네사람들은 모처럼 함박웃음이 터졌다. 계속 멸치가 밀리자 마을 사람들은 이제 바닷가 바위에다 그물도 쳤다. 그래서 그물코마다 멸치가 촘촘히 걸렸다. 완전 만선이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멸치, 왜 바닷가로 밀려드는 것일까?

산란을 위해 바닷가로 들어온 멸치가 그물에 걸렸다.
 산란을 위해 바닷가로 들어온 멸치가 그물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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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 주민이 바위에 쳐놓은 그물에 걸린 멸치를 손질하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이 바위에 쳐놓은 그물에 걸린 멸치를 손질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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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려운 숙제가 풀렸다. 이유는 바로 산란 때문이다. 산란기 때가 되면 바닷가로 밀려든 멸치가 바위에 배를 문질러 알을 낳는다. 그래서 산란기에 유일하게 어업을 허가해 주는 어장이 바로 멸치잡이다. 어촌에서 부르는 일명 사시아미 그물(멸치잡이 어업)이다. 산란때가 되면 그물에 걸린 멸치도 몸을 비벼 산란을 시도한단다. 어찌 보면 그물도 멸치의 산란을 돕는 셈이다.

문제는 업자들이 멸치 그물코를 줄이는 바람에 산란기에 접어들지 못한 멸치마저 잡는다는 것이다. 그물코만 작은 멸치그물은 그나마 약과다. 문제는 바닷가 최고의 해적단으로 불리는 대형 쌍끌이 어선과 그 뒤를 이은 권현망 어선이다. 이들은 일정 연안 밖에서 조업을 해야 하나 연안으로 들어와 어린 멸치와 어린 삼치들을 마구잡이로 싹쓸이해 먹이사슬을 끊고 있다.

어민들에게 해상 파파라치 제도라도 도입해 신고포상금 주어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멸치, #멸치잡이, #추억,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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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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