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덥다.
아이들은 물 속으로 들어가 더위를 식히며 신나는 오후의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젊은이들이 분수대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그들의 꿈이 가로막히지 않고 피어날 수 있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필이면 카메라만 달랑 들고 집을 나섯더니만 목이 마르다.
물도 사먹는 세상이다보니 물 한모금 청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냥 그렇게 걷다가 떨어진 감꽃을 보았다.
도시의 감꽃은 흙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슬프다.
사람이 떠난 곳은 쓸쓸하다.
아주 오래전에 떠난 흔적이 완연한 그 집, 그 골목들...떨어졌어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감꽃같다.
할머니들의 무거운 걸음걸이마냥 이 시대의 걸음걸이도 버겁다.
무거운 짐을 지고 세상을 걷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지켜보는 이가 있다. 그는 신이 아니라, 졸지도 자지도 않는 CCTV다.
아주 기분 나쁜 기계다.
내 허락도 없이 하루에도 수십번 나를 찍어댄다.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내가 그를 찍는다. 너, 딱 걸렸어!
덥다. 나도 아이들처럼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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