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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대법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준법에 있어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법원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질타를 받아 진땀을 뺐다.

 

법원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판사나 직원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청문위원인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먼저 "후보자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하나, 판사로 임명된 후부터는 다른 누구보다도 엘리트 판사의 길을 걸어온 것 같다. 기획조정실장이나, 사법정책실장 이런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이 상당한데 이렇게 대법관 임명이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자를 우대하는 듯한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박병대 후보자는 "제청하신 대법원장의 뜻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으나, 아마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지, 법원행정처 출신이라는 경력을 특별히 더 처서 제청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대법관 임명에서 법원행정처의 근무경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례는 실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고, 이런 것들은 보기에 따라서는 상급법원의 통제권이 하급법원의 법관들을 순치시키는 과정이다. 이런 인사에 대해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법관의 주요 덕목으로는 해박한 법률지식도 필요하지만, 시대에 앞서서 인권의 가치를 식별하는 밝은 눈, 장애인이나 여성, 빈곤계층을 이해하는 따뜻한 감성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날선 질문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국가가 장애인을 3% 의무고용을 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행정처는 현재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대법원에는 한 명도 없다. 법관의 통계도 보면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이) 0.9%에 머물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할 준법에 있어서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대법원이 이럴 수 있나라는 의아심을 갖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변명하고 해결해나가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현재 2442명의 법관 가운데 장애인 법관이 21명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한 것.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법의 취지에 맞춰 고용을 해야 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제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할 때도 법원 전체의 (의무고용) 비율을 추적하면서 맞추자고 독려하고 협의를 한 적이 있다. 법원의 특수성이 있어 2500명 되는 법관들의 경우에는 그 비율을 인위적으로 임용시키는 것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늘 법원에서 하는 형식적인 답변"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지금 후보자의 서면답변 등을 보면 자꾸 핑계를 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게 실제로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시각장애인(최영)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전례가 나오지 않았느냐. 시각장애인이 합격하고도 다른 동기들은 사법연수원에 입소하는데 그 사람은 사법연수원이 (시각장애인을 맞을) 준비가 되지 못해 입소하지 못했다. 이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미리 준비를 했어야 했다"며 낮은 목소리를 답변했다.

 

박 의원은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요한 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7년도에 만들어졌는데 지금 2011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차별이 다 없어졌다고 생각하느냐"며 "예를 들어 법원의 정문에 계단이 있다. 후문 쪽에 경사로를 만들어 놓고 장애인에게 '정문은 계단이 있어 죄송하지만 후문 쪽에 경사로가 준비돼 있으니 후문으로 들어오십시오'라고 하면 차별이 아니냐"고 따졌고, 박 후보자는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이건 부적절한 정도가 아니고 차별"이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면서 "후보자가 서면답변 등에 쓴 걸 보면 장애인을 배려한다고 참 많이 쓰고 있는데 그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다. 인권의식에 대해서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박 후보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벌써 이미 1960대 이후부터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은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동정하는 배려하는 상대가 아니고 그 사람들도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인권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원은 그것이 차별인지 아닌지에 대한 뭐가 없다"며 "그래서 법에는 반드시 국가기관은 정기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 교육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법원에서 판사나 직원을 상대로 장애인차별 금지 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가 "따로 그 교육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이렇게 법 규정을 법원이 지키지 않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한편, 소아마비 신체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박은수 의원(55)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박 의원은 군사독재시절인 1982년 법관 적격 심사에서 신체장애를 이유로 임명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후 대구지법과 마산지원에서 판사로 근무하다 1998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4년~2008년 제8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제18대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박은수, #박병대, #대법관 , #인사청문회, #장애인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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