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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6시, 서강대학교 정문 앞에서 서강대 청소노동자 어머님들과 학생들이 연 주점에서 풍물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 서강대 청소노동자 어머님들과 학생들의 풍물 공연 19일 오후 6시, 서강대학교 정문 앞에서 서강대 청소노동자 어머님들과 학생들이 연 주점에서 풍물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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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9일 오후 9시 50분]

다시 서강대, 오후 6시다. 어디에선가 경쾌한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달려가 보니 50대 중반의 '어머니'들과 학생들이 어우러져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서강대 정문 앞에서 벌어진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공동 주최한 주점은 이들의 풍물 공연으로 시작됐다.

서강대의 경우,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여러 가지 연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맑음'이라는 이름의 어머니 교실이다. 이날 만난 오십 대 중반의 '학생'들은 20살 남짓의 '선생님'들을 언급하며 "잘 해줘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고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자리에 앉아 김치전을 드시던 한 분에게 말을 건네 보았다. "아이구, 먼 길 오느라 더웠겠네. 어서 와." 자신을 서강대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라 소개한 이 여성(성함을 여쭈어 보았으나 한사코 답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대화 내내 '어머니'라고 불렀다.)은 기자에게 자리를 내 주었다.

"배고프지? 이거 먹어."

김치전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덥석 받아먹는 기자를 내내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 분은 급기야 한 그릇 가득 찰밥을 가져 오신다. 그러니 어쩌겠나. 볼이 미어터질 만큼 밥을 밀어 넣으며 그 마음에 답하는 수밖에.

"서강대 학생들 어때요?"
"응? 다 내 자식들 같지. 인사들도 잘 해. 얼마나 예쁜지 몰라."
"올해 유독 연대나 이대 같은 곳에서 어머님들 얘기가 많았잖아요. 서강대는 어때요?"
"서강대? 여긴 그래도 괜찮지. (용역) 업체도 회사도 호의적이고...서로 배려하는 거지."

19일 오후 6시, 서강대 청소노동자 어머님들과 학생들이 연 주점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어머님들이 풍물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풍물 공연에 시선 뺏긴 어머님들 19일 오후 6시, 서강대 청소노동자 어머님들과 학생들이 연 주점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어머님들이 풍물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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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면 서강대는 다른 곳보다 괜찮은 곳"이라고 말하던 '어머니'는 긴 침묵 끝에 그간 연세대나 이화여대의 청소노동자 사태를 지켜보았다며 속엣 말을 꺼내 놓으셨다.

"너무 무시하지 말고, 있던 자리에서 일하게 해 달라는 거지. (돈)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남 주는 것만큼만 달라는 건데...솔직히 최저임금만큼 안 주는 곳도 많잖아."

어머니 교실 '맑음'에서 일하고 있다는 유동환(23)씨는 활동하며 어떤 것을 느꼈냐는 질문에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활동 전에는) 잘 몰랐죠. 그랬으면 계속 (어머님들과) 남남으로 살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일하고 나니, 이젠 같은 학교 일원이라는 걸 강하게 느껴요. 앞으로도 이런 활동이 계속돼서 후배들도 어머님들을 학교의 구성원으로 여기고 생활했으면 좋겠네요."

이어지는 풍물 소리가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한다. 흥에 겨운 듯 많은 이들이 일어나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풍물을 연주하던 학생들과 어머니들도 함께 어우러져 급기야는 커다란 춤판이 벌어졌다. 정문을 지나치던 많은 학생들이 잠시 발길을 멈추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사진을 찍는 이들도 보였다. 공연은 계속됐다. 소리가 점점 커진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고려대 한국사회연구회 주점 모습
 고려대 한국사회연구회 주점 모습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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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 19일 오후 9시 40분]

"대학 축제, 쇠퇴 아니다"... 약자에 대한 부당 대우를 나누다

"축제를 대동제라고도 하잖아요? 아시겠지만 대동이란 말이 크게 어울린다는 뜻이 있습니다. 축제가 기업 광고도 많아졌고 소비지향적인 행사, 다 똑같은 행사라고 하지만 그 모든 걸 탈피하려는 이런 움직임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낮에는 물론 기업들의 판촉 행사들이 있었지만 한편에선 역사퀴즈도 풀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기 위한 생사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 한국사회연구회 동아리장 박성은

오후 6시. 성균관대에서 인근의 고려대학교로 옮긴 기자는 교정 한쪽 구석에서 한창 주점 준비로 바쁜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각 단과대학과 동아리별로 저마다 천막을 치고 음식을 차리고 있었고 한쪽에선 자동차, 제약회사, 주류회사를 위시한 기업 부스가 마련되고 있었다.

그동안 봐왔던 주점과는 달랐던 분위기의 이곳을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다.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에 크게 차려진 파티장과 기업 부스 뒤편에 이들의 주점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대 사회과학대 분과 동아리인 한국근대사연구회와 한국사회연구회 등은 각각 롯데손해보험 미화원과 구속노동자들을 위한 연대 주점을 열고 있었다.

고려대에 자리잡은 기업 판촉 부스. 제약업체를 비롯해 주류, 여행사, 자동차 회사까지 다양했다.
 고려대에 자리잡은 기업 판촉 부스. 제약업체를 비롯해 주류, 여행사, 자동차 회사까지 다양했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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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은씨는 "대학생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표출공간이 부족할 뿐 장만 마련되면 오히려 더욱 관심을 보이며 연대의 장이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그는 주변에서 점점 획일화 하는 대학 문화에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주점 앞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엔 구속노동자들을 위한 서명 운동도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양심수를 석방하라는 취지였다. 기자는 '그럼에도 학생 중심의 연대 움직임이 과거보단 덜하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박씨는 이에 대해 "개인화, 파편화의 흐름에서 연대의 힘이 약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쇠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동아리들을 중심으로 한 연대 주점은 그동안 꾸준히 전개되어 왔다. 대학교 축제에서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움직임이긴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아니라고 지적하니 박씨는 그점을 인정하면서도 "고려대에서 올해 처음으로 축제준비위원회라는 특별기구를 구성했고 이건 총학을 넘어선 학생들 차원에서 새로운 축제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도 "잠깐씩 즐겨요"... 닭꼬치 앞에 긴 줄이

성균관대학교의 폐막식 공연 장면. 저녁 6시 40분 무렵 시작된 공연은 밤 10시까지 계속 되었다.
 성균관대학교의 폐막식 공연 장면. 저녁 6시 40분 무렵 시작된 공연은 밤 10시까지 계속 되었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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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고려대 학생들은 축제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분위기였다. 학생회관 근처에서 쉬고 있던 두 명의 졸업예정자들 만날 수 있었다. 04학번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취업준비를 하고 있긴 하지만 잠깐씩 나와서 즐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에 방해가 되지 않는가라고 물으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부 그런 말이 있긴 한데 전혀 지장받고 있지 않다"라며 "단과대와 동아리 별로 준비하는 행사가 조금 줄어든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특색있게 했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문 근처 지하열람실에서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CPA 자격시험을 준비중인 06학번 학생은 "(축제를 즐기고는 싶지만)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준비하니까 공부하는 것이다"라면서 "다만 축제기간동안 쓰레기들을 스스로 잘 처리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재미있고 유쾌한 축제라고 소문이 난 고려대였지만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홍보 부스는 교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기존의 축제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학생들 중심의 거리 좌판도 나름 활기가 넘쳤다. 닭꼬치와 과일꼬치를 파는 곳에는 상당 시간 동안 학생들의 행렬이 줄어들지 않았다.

7시가 되어 다시 성균관대로 간 기자는 폐막식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남성 듀오인 '노라조'가 한창 공연 중이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가운데 행사가 열리는 금잔디 광장의 절반 정도가 학생들로 채워져 있었다.

공연을 지켜보던 경영학과 04학번 학생은 "매년 가수들이 올 때만 이렇게 모이고 다른 때엔 학생들 참여가 저조했다"고 말했다. "새내기 땐 이런 똑같은 행사가 별로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뗀 이 학생은 "그래도 이렇게라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19일을 끝으로 성균관대 축제는 마무리 되고 고려대도 다음날인 20일 '입실렌티'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5신 : 19일 오후 6시 30분]

"놀줄 아는 사람은 취업준비로 바빠요"

금잔디 광장에 설치된 미끄럼틀이 보인다. 오전 행사가 끝나고 무대에선 폐막식 준비 중이었다.
 금잔디 광장에 설치된 미끄럼틀이 보인다. 오전 행사가 끝나고 무대에선 폐막식 준비 중이었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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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축제 마지막날인 이날 오후 학생회관 앞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대여섯 명의 학생들을 발견했다. 비교적 고학번인 04학번 학생은 축제에 대해 "전보다 참여율이 높아졌다"며 "신입생이었던 2004년이 가장 재밌었고 이후 하락세였지만 요즘 다시 재밌어졌다"고 평가했다.

"물론 2004년 만큼은 아니죠. 그때는 놀고자 하는 의욕이 있었거든요. 개인이 아닌 단체가 함께 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요즘 축제에는 콘텐츠가 많은 것 같네요."

10, 11학번 신입생이 등장하자 04학번 선배는 "의류브랜드 차량 부스로 가자"며 "20명 모이면 티셔츠를 준다더라"고 했다. 이 학생은 외부 기업이 축제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참여의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부스가 없는 게 좋다"며 "음식을 막 퍼주지도 않고, 옛날만큼의 정이 없다"고 전했다.

이야기를 듣던 10학번 후배는 "참여할 프로그램이 없다"며 "금잔디에 있는 미끄럼틀 정도?"라고 아쉬워했다. 이 학생은 "예전엔 수업을 잘 빼줬다는데 이제는 교수님들도 수업을 잘 안 빼준다"며 "어제 자장면 먹기, 오늘 이미지 게임 등이 있는 것을 알았는데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 든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동아리를 안 하는 사람들은 즐길 게 더 없다"고 공감했다.

기자가 "'대학 축제' 하면 술이 떠오른다"고 말하니 이에 04학번 학생은 "술과 열기를 통해 '우리가 문화를 즐기고 있구나, 참여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땐 노는 데에도) 주체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느냐는 물음에 이 학생은 "축제 때가 아니라 평소 술을 마시면서 의견을 나눈다"며 "예전엔 주도적으로 노는 것을 즐겼는데 이젠 취직해야 해서 도서관에 있다"고 답했다.

"놀 줄 아는 사람들은 다 바빠요. 자기 관리, 학점 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축제를 즐길 여유가 없죠."

성균관대학교 금잔디 부근에 차려진 노점. 축제 마지막날 오후지만 노점상이 많이 들어서진 않았다. 노점 주인은 "장사가 잘 되진 않았다"고 말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 금잔디 부근에 차려진 노점. 축제 마지막날 오후지만 노점상이 많이 들어서진 않았다. 노점 주인은 "장사가 잘 되진 않았다"고 말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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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가 다 되어 총학생회 집행부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어제까지 꽤 많이 참여했지만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다"며 "폐막식 때 브아걸과 노라조가 오는데 그때는 많이 올 것"이라고 했다.

총학생회는 17일 학교 환경미화노동자, 성북구 저소득층 주민을 초대해 뮤지컬 관람을 했다. 총학생회 측은 이날 오후 4시에도 연극 <룸13> 공연장에 미화 노동자들이 오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기자는 그곳에서 그들을 만날 수 없었다. 지난주부터 티켓팅을 한 이 연극은 실제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있는 극단 사람들이 직접 와서 진행하는 것.  행사 진행요원은 "미화 노동자 대부분이 일에 바빠 불참했다"고 털어놨다.

학교를 나오다 국민대에서 구경 왔다는 한 학생을 볼 수 있었다. 2년째 축제에 참석했다는 그는 "작년이 더 좋았다"며 "올해는 황량해서 할 게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성균관대의 특색이 없는 것 같네요. 외부 기업이요? 폐만 안 끼치면 좋죠. 작년엔 한 음료업체에서 소음을 너무 크게 내 짜증이 났었어요. 사회 이슈요? 다 아는 얘긴데 무엇하러 또 하나요. 다만 등록금은 내리면 좋겠어요. 오른 만큼 혜택을 주던가요."

[4신 : 19일 오후 4시 30분]

전은영 인하대 부총학생회장이 19일 오후 청와대 입구에서 등록금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연 뒤 '등록금 대책, 고용 대책 마련 입법청원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가려다 경찰에 가로막히자 "가난한 대학생인 것이 서럽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왜 우리 부모가 자식들에게 죄인이 되어야 합니까"라고 울부짖고 있다.
 전은영 인하대 부총학생회장이 19일 오후 청와대 입구에서 등록금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연 뒤 '등록금 대책, 고용 대책 마련 입법청원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가려다 경찰에 가로막히자 "가난한 대학생인 것이 서럽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왜 우리 부모가 자식들에게 죄인이 되어야 합니까"라고 울부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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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도 대동제 기간이다. 하지만 전은영 부총학생회장과 학생들은 19일 학내에 머물지 않고 청와대 앞으로 왔다. 이들은 반값등록금 요구하며 인하인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저지하면서 2시간 가까이 대치중이다.

전 부총학생회장이 이날 청와대 입구에서 등록금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연 뒤 '등록금 대책, 고용 대책 마련 입법청원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가려다 경찰에 가로막히자 "가난한 대학생인 것이 서럽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왜 우리 부모가 자식들에게 죄인이 되어야 합니까"라고 울부짖고 있다.

[3신 : 19일 오후 4시]

"등록금 문제요? 표현하는 방법 찾는 중"

인조잔디밭에서 경연대회 연습하는 서강대 학생들의 모습.
 인조잔디밭에서 경연대회 연습하는 서강대 학생들의 모습.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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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홍익대를 떠나 서강대에 도착했다. 오전에 흐렸던 날씨는 차차 개고 있지만 여전히 바람은 거세다. 온 몸으로 저항하며 서강대 언덕길을 올랐다.

언덕 중반에 다다르자 넓은 인조잔디밭에서 학생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허재석(21)씨를 만난 것은 그 곳이었다. 이날 저녁에 있을 학과 대항 경연대회를 앞두고 연습 중인 재석씨를 붙잡아 대화를 나눴다.

"(경연대회 준비) 하는 중간에 밤도 새야 했고 시간도 뺏겨서 '잃는 게 많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어제 생각해 보니까 그간의 과정이 힘들어도 참 재밌더라구요. 동기들이랑 연습하면서 치킨도 시켜 먹고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파티도 해 줬거든요."

재석씨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발걸음을 옮겨 인문관 앞에 도착했다. 이른바 '마당사업'이 한창이다. '마당사업'이란 동아리나 학과에서 자리를 마련해 먹을거리를 파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학과에서 마련한 테이블에 다가갔더니 대번에 "우와아아아~"라는 함성과 함께 "일단 이거 하나 사 드세요"라는 대답이 쏟아진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환영인사에 잠시 '정신줄을 놓을 뻔' 했다. 얼떨결에 '콜팝' 하나를 샀다. 2500원. 5천 원짜리 지폐를 내밀고 차마 거스름돈을 받을 수없어 "거스름돈은 됐다"고 호기를 부려 봤다. 금세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반짝하다.

이 무리 중 한 명이었던 장재필(21)씨도 신입생이다. "준비하느라 힘들었겠다"고 말을 꺼냈더니 "힘든 건 있지만 다같이 할 수 있어 재밌어요"라고 화답한다. 함께 해 준 동기들에게는 "자기 시간을 내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귀찮았을 텐데도 열심히 (준비) 해 고맙다"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여기서 잠깐. 신입생들은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대학가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재필씨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신입생들이) 문제 의식은 가지고 있는데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중인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한다. 다른 학생들에도 물어 보았는데, 비슷한 답을 받았다.

올해 대학가 축제에서 '5.18'을 기념하는 행사가 사라졌다는 한 언론 보도가 떠올라 몇 명의 신입생들에게 "어제가 무슨 날이었는 줄 아냐"고 물었다. "5.18 이잖아요. 광주 민주화 운동한 날이요". 학생들은 의외로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만 학교나 학생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행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노동자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강대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시작교실'에서는 이날 장터를 열고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저녁부터는 이들의 주최로 후원주점도 열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는 저녁에 다시 서강대를 찾아 주점 현장을 취재할 계획이다.

[2신 : 19일 오후 3시50분]  대학축제? 대기업 축제?

성균관대학교의 공식 축제의 마지막 날인 19일 정오 무렵. 바람이 강한 날씨에 비교적 흐린 날씨 때문인지 교정은 한산했다. 성균관대학교의 광장인 '금잔디'에는 총학생회가 행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정오부터 시작되는 '이미지 게임'이 이날 첫 공식 행사였다.

"어제까지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어요. 어제 취재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총학생회 한 간부는 이번 축제를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UV는 물론이고 케이윌과 양파도 왔었는데 분위기가 좋았어요"라면서 오늘 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오후 한 시부터는 한 의류브랜드 업체와 함께 지나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옷 스타일링을 해준다고 했다.

"금잔디 무대 앞으로 오셔서 게임하고 가세요. 풍선도 받으시고요! 학우여러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금잔디 상설무대에서 총학생회 행사 집행 인원이 목청을 높였던 시간은 정오가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때까지 무대주변으로 모인 학생들은 대 여섯 명 남짓이었다.

"재미없어요" VS "전 보다는 나아졌네요"

성균관대학교 축제 현장.
 성균관대학교 축제 현장.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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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할만한 게 없어요. 이틀 전에 UV가 왔었는데 그때만 볼만 했고 재미없더라고요"

수업을 마치고 교정을 거닐던 두 여학생들은 이번 축제에 그다지 흥미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09학번의 문과대 소속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신입생 때부터 축제를 봐 왔지만 처음부터 재미가 없었어요"라며 그 원인에 대해 "온통 (외부에서 들어온) 기업 부스뿐이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없다"고 말했다.

도서관 쪽은 어떨까? 금잔디 무대 근처에 있는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마침 의자에서 남학생 셋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경제학과 06학번 동기들.

"노동자 문제요? 성대도 간접 고용일텐데 학교 실태는 잘 몰라요. 등록금은 우리학교가 싼 편인데 크게 불만은 없습니다."

사회 이슈에 대한 얘기에 대해 이들은 '간혹 나누는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3년 간 동결이후 올해 2.9%의 등록금 인상이 있었던 데에 대해선 "그만큼 더 이용하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젠 대학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부스는?

성균대학교 축제에 온 외부 차량 부스.
 성균대학교 축제에 온 외부 차량 부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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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잔디 광장 주변엔 의류브랜드 차량이, 중앙도서관 입구엔 한 은행의 차량이 부스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축제 기간에 캠퍼스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는 차량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직접 축제에 참여하는 이들은 어떤 생각일까?

"저희는 사흘 내내 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그렇게 좋진 않아요. 아무래도 금융업이라 잠재적인 고객 확보가 중요하니까 가급적이면 앞으로도 나올 생각입니다"

금잔디 광장 주변에 자리를 마련한 한 의류브랜드 관계자는 "성균관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게릴라 스토어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종의 프로모션 행사다"라고 하면서 "전문 스타일러가 직접 참여하기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의류브랜드는 현재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3>의 공식 후원업체이기도 하다. 향후 대학교 축제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논의는 없어 잘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1신 :  19일 오후 2시 40분]

"5박 6일 밤샌 기분"

19일 오전 홍익대학교 축제 현장. 아직까지 한산하다.
 19일 오전 홍익대학교 축제 현장. 아직까지 한산하다.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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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9시 40분, 2호선 홍대입구역에 내렸다. 다른 때 같으면 이미 상암동 사무실에 앉아 '오늘은 무슨 기사 아이템을 낼까'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시각이다. 하지만 오늘은 '대학교 축제를 취재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곳 홍익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른 아침에 내렸던 비가 그쳐서 공기도 상쾌했다. 즐거운 마음에 크게 심호흡을 해봤다. 이런 게 바로 '자유'의 냄새가 아닌가!

이렇게 길을 걷고 있을 때 내 눈에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HONGIK'이라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바로 다가가 오늘의 취재 계획을 설명하고 함께 걸었다.

이지현(21)씨는 홍익대 화학공학생명학과 2학년생이었다. 홍익대는 축제가 열리는 3일 동안 중앙 운동장 무대에서 학과별로 주점을 연다고 한다. 지현씨도 어제 열린 주점에서 일하고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향하는 길이라고. 입은 티셔츠는 학과별로 특별히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생애 두 번째 맞는 대학 축제는 어떤 느낌일까.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일하니까 재밌다."

응?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축제, 하면 일단 노는 것부터 떠올랐던 나는 이유를 물었다.

"우리 손으로 음식도 만들고 서빙도 하니까요. 11학번 신입생들도 되게 열심히 해요."

홍익대 축제 기간임을 알리는 현수막의 문구들이 재치 있다.
 홍익대 축제 기간임을 알리는 현수막의 문구들이 재치 있다.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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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보니 대학교를 다닐 때 주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언가 내 손으로 한다는 성취감, 그것을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즐거움이 육신의 피로를 앞섰던 날들. 지현씨도 그런 '뿌듯함'에서 축제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지현씨와 홍익대 정문에서 헤어지고, 천천히 교정을 걸었다. 학생들은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수업이 곧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아직 학교는 한산했다. 여기저기 늘어진 테이블과 운동장에 설치된 무대 및 주점들이 지금 홍익대가 축제 기간임을 말해 주고 있다. 학생들의 재치가 번득이는 현수막도 곳곳에 걸려 있었다.

'노는 걸 보면 선생님 할 지 걱정된다 by 사범대'
'집에 가지마 베이베~ by 총여학생회'

이 현수막들을 따라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헉! 학생들이 테이블 위에 누워 자고 있다. 막 목욕을 마친 듯 샴푸를 들고 걸어가는 남학생도 있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의 얼굴에도 '나 피곤해요'라는 말이 써있는 것만 같다. 경영학과의 한 남학생은 "5박 6일 밤샌 기분이에요"라고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전자전기공학부 학생들과 만났다. 이들도 지난 밤 주점을 하고, 미리 나와 자신들이 설치한 테이블을 지키는 중이라고 했다. 그 중 11학번 새내기인 성기용(20)씨에게 첫 축제를 겪은 소감을 묻자 대번 "이틀 남았다는 생각에…"라고 답한다. 19일과 20일은 새벽 5시까지 주점을 해야 하기에, 밤을 새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기용씨는 "(해야) 하는 일이니 열심히 할 것이다"라며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교정을 한 바퀴 돌아보니 오전 11시. 이제 학생들이 '거리제'를 하러 나올 시간이다.


태그:#대학축제,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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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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