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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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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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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사망사고가 "본인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리한 속도전' 때문이라는 비판을 일축한 것이다.

정 장관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분석해 보면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인한 사고나 교통사고, 익사사고"라며 "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난 것은 송구스럽지만 (공사를) 서두르기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의원 등이 "인명피해가 생긴 것은 살인적인 공사 진척 때문"이라며 무리한 공사 진행을 질책하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야간작업을 해서 사고가 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이 이어 일부 공사 구간에서 하루 17시간씩 작업을 한 것을 지적하자 정 장관은 "공사업체가 턴키로 계약을 맺었고 (공사가) 늦으면 임금을 더 줘야 한다"며 "정부가 (공사 진행을) 강요하는 게 아니고 업체가 공사를 빨리 끝내야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총 17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1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건설노조 등이 집계한 4대강 사업 현장 사망사고는 총 19건으로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낙동강 32공구 낙단보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고만 감안하더라도 정 장관의 주장은 잘못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사망사고만 보도된다, 부상자는 얼마나 많겠나"

경실련과 건설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과 건설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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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경실련과 건설노조 등은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정 장관과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경실련은 기자회견문에서 "4대강 사업은 올해 준공목표 달성을 위해 동원된 건설노동자들의 불법적인 다단계 하청과 과적, 과속, 과로가 누적돼 2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속도전 4대강 사업은 인위적인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기단축을 위한 불법계약이 성행하고 있으며 일명 '탕뛰기'(적재량을 속여, 운행 횟수를 부풀리는 수법)로 표현되는 불법 하도급 거래도 만연해 있어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평균 11시간 이상 작업을 하면서 충분한 휴식없이 야간작업을 해야해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측은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이 조사한 4대강 사업 공사현장 148곳의 근무 시간을 공개했다. 안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148개 공사현장 가운데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을 지키는 곳은 단 1곳뿐이었다. 11시간 근무하는 곳이 58곳(39.2%)으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9시간 근무가 32곳, 10시간 26곳, 12시간 17곳으로 나타났다.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곳도 14곳(9.5%)나 됐다.

경실련은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 투입된 기능 인력이 도급 계약된 인력이 38%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3명이 할 일을 1명이 하게 돼 근무시간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재벌 건설사들이 불공정 하도급과 노동착취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올리면서 안전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 연이은 사망사고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서한 한 노동자가 사망한 노동자들을 기리는 복장으로 참가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연이은 사망사고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서한 한 노동자가 사망한 노동자들을 기리는 복장으로 참가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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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흡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낙동강 22공구부터 40공구까지 어느곳 하나 법과 질서를 지키는 곳이 없는 무법천지의 현장"이라며 "어느 기관에 고발을 해도 '국책사업이다', '특별법이다' 하면서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지부장은 이어 "사람이 죽어 나가면 그나마 보도가 나간다"며 "사람이 그렇게 죽는데 다치는 사람은 얼마나 많겠나. 그런 건 하나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더 이상의 목숨이 희생되기 전에 4대강 속도전을 중단시키고 전면적인 불법행위와 안전관리 실테조사를 지시해야 한다"며 "건설현장의 노동 착취를 근절하고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으로 직접시공제도와 공정임금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4대강 사업현장에서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 4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했다. 최근 사망사고가 늘어난 것은 장마철인 6월 전까지 공사를 마치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낙동강 구간에서 15건으로 16명 사망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한강에서 3건(3명 사망), 금강에서 1건 (1명 사망)이 발생했다.


태그:#4대강, #정종환, #국토해양부,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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