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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재보선 열기가 뜨겁다. 이곳 강원도에도 도지사 선거를 비롯, 몇몇 지자체장과 기초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시가지는 물론 마을 곳곳에 후보들의 선전벽보가 부착되면서 선거가 임박했음을 느낄 수 있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일찌감치 소위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MBC사장 출신이며 고교 선후배인 엄기영, 최문순 두 후보의 맞대결이 선거 전부터 기정사실화되었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주관하는 정책 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벌이는 날선 공방이 연일 화제가 되고, 신문사의 선거 보도 또한 두 후보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의 제3후보인 무소속 황학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이다. 이는 다른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무소속 후보의 설움... 6·2지방선거 때 직접 느꼈다

 

현행 선거제도하에서 무소속 후보로 당선 배지를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서러운지는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직접 경험해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재보선에 용기를 내 추마한 모든 무소속 후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2010년 6·2지방선거에 기초의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나는 보기 좋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물론 주변에서는 대단한 선전(善戰)이었다며 위로해주었지만, 선거는 결국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일종의 게임이기에 선전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오직 현실을 깨끗이 인정하는 수밖에.

 

그런데도 그 뒤로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가끔 아쉬움이 불현듯 치밀어오르는 것은 무소속 후보들이 감수해야 하는 억울함 때문인 듯하다. 횡성군 나 선거구(안흥, 둔내, 우천, 강림, 청일, 갑천면)에서 여당 후보 3명, 야당 후보 2명에 맞서 유일한 무소속 후보로서 대결을 벌였던 나는, '정당공천 거부'를 명분으로 내세워 지역 표심을 공략했다. 정당 눈치 안 보고 오직 민의만을 받들겠다는 호소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고, 결과는 6명 중 5등으로 낙선이었다. 그래도 꼴찌를 면한 것은 다행. 특히 현직 군의회 의장을 제치고 13.7%라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정당 공천으로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어 구체적으로 정당이 후보자들에게 어떠한 지원을 하는지는 깊이 알 수 없다. 그러나 선거운동 현장에서 부딪쳐 보면, 일단 정당의 경우 도지사, 군수, 도의원, 군의원 후보들이 선거 전략과 운동을 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거리 연설도 못하게 하고 합동연설회까지 없애다니

 

특히 기초의원 후보는 거리에서 연설할 수 없도록 선거법에서 정해놓고 있는데, 정당 후보자의 경우 자당의 도지사나 군수, 또는 도의원 후보의 선거 유세장에서 찬조연사로 연설을 할 수 있다. 말이 찬조연설이지 자신의 선거유세로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연설 기회가 없는 나로서는 법에서 허용하는 방법으로 정책이나 공약을 알려야 했는데, 매일 새벽마다 연설문을 녹음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또는 농사 현장에서 재생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무래도 생동감과 호소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현실이 이런데도, 공개된 장소에서 공정하게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인 합동연설회를 폐지한 것은 불공정 선거제도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정당 후보들은 각 당에서 사용하는 유니폼과 지정된 고유 색깔의 어깨띠, 현수막 등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무소속 후보들과 크게 차별화된다. 거대정당들 순으로 정해지는 기호 또한 중요 변수로 작용된다. 무소속 후보들의 이름은 이름뿐인 군소정당들에도 밀려 투표용지의 맨 아래에 위치하는데, 여덟 번을 기표해야 하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유권자의 고령화가 심한 농촌지역에서 기호 1-가에 낙점된 후보는 당락을 결정짓고도 남을만한 득표이익을 보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모든 후보자가 추첨 등을 통해 공평하게 기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고, 투표용지의 후보 배열을 현행 세로 형식에서 가로 형식으로 개선함으로써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 4·27재보선에서도 이러한 불공정한 게임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결국 유력한 여야 양당 후보들이 나눠먹기식으로 당선의 기쁨을 누리게 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뻔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당당히,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무소속 후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태그:#4.27 보선, #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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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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