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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거다. 그런데 국민참여당(참여당)은 정당통합보다는 정치연대로만 이해하는 것 같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유시민 대표가 취약한 자신의 조직기반을 확대하려는 대선 플랜 아닐까 싶다."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의장의 말이다. 참여당의 '진보구애작전'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석준 사회당 사무총장은 "참여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참여당이 진보대통합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건 긍정적"이지만, "진보진영이 참여당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참여당이 진보대통합 논의에 합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진보진영은 회의적 반응이다.  참여당은 지난 4일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1~2차 합의문에 동의한다"며 "연석회의에 참여해 진보진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유시민 대표는 지난 3월 <한겨레> 인터뷰와 <민중의 소리> 공개토크쇼에 참여해 진보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는 참여당까지 포괄하는 진보통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지난 3월 24일 열린 토크쇼에서 그는 "정치적 대의를 설득한다고 해서 연합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참여당까지 포함해도 진보진영 전체가 힘의 균형을 통한 선거연합을 이룰 실력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기존의 진보정당에 참여당이 '플러스알파'로 작용해야 제1야당인 민주당과 동등한 위치에서 연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시민회의' 제외하고 참여당 합류 부정적"

 

 

유 대표의 이 같은 입장에 진보진영은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이재영 정책위의장은 "연석회의 목표는 진보통합정당 건설"이라며 "참여당의 정책이 진보정당과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동조합법 개정문제나 한미FTA 비준 문제 등으로 참여당과 접촉했었는데 그때마다 의견차이가 있었고, 참여정부 당시 입법됐던 비정규직법이나 한미FTA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래서는 진보통합정당과 궤를 같이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지난 3.27 진보신당 당대회에서는 "구여권(참여정부) 즉 신자유주의 세력이 진보대통합에 동참하려면 조직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가결됐다. 따라서 참여당이 자당의 최고위를 통해 진보통합 합류를 결정했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보았다. 

 

신석준 사회당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라며 "연대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통합의 대상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사회당은 지난 4일 열린 상임중앙집행위에서 새 진보정당의 원칙으로 '민주연립정부론에 대한 분명한 반대'를 명시했다. 진보통합정당에 참여당이 합류하는 것을 명백히 거부한 셈이다.

 

신 총장은 또 연석회의를 구성하는 8자(민노당·진보신당·사회당·민주노총·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 연구자 모임·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전국농민회총연맹·빈민단체) 중 참여당의 합류에 우호적인 곳은 '시민회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시민회의를 제외하면 참여당의 합류에 긍정적인 쪽이 없다"며 "하나의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는 차치하고 현재와 미래라도 같아야 하는데 참여당은 과거·현재·미래 모두가 진보정당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진보진영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참여당에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한미FTA·비정규직법 등의 정책적 변화를 촉구했다.

 

'선거공학적 접근' 의심도 해소해야... 이학영 "진보 발전가능성 예단 말자"

 

또한 참여당이 진보통합에 합류하려는 것은 선거공학적 접근이라는 의혹도 풀어야할 과제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참여당은 유시민이라는 유력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판을 짜는 데 급급한 것 같다"며 "진보진영이 계획대로 통합된다면 이르면 6월, 늦어도 9월 중엔 종전과 다른 경쟁상대가 생기게 되므로 유 대표는 그 전에 합류해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참여당까지 포괄해서 보다 큰 진보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시민회의' 쪽은 "진보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말자"며 "진보진영의 통 큰 결단"을 촉구했다.

 

이학영 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진보통합을 논의하는 쪽에서 참여당의 합류 의사 표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원칙만 강조한다고 해서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따라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는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는 데 목적이 있고 집권가능성이 보일 때 국민들이 그 세력을 지지한다"며 "자기 입장과 다르더라도 어디까지 진보로 받아들일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선생님이 학생의 점수를 매기듯 참여당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정당에 성찰과 반성 요구... 함께 하려는 배려 부족한 것 아닌가"

진보통합 합류 원하는 국민참여당 입장

국민참여당은 자신들의 진보대통합 합류 의사 표시에 회의적인 진보진영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쟁점으로 떠오른 한미FTA 원안 찬성 등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바꿀 순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성찬 참여당 최고위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진보통합의 방향에 동의하고 진보통합이야말로 2012년 총·대선 야권연대의 큰 힘으로 작용하리라 믿는다"며 "다른 조직에 대해 성찰과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함께 하고자 하는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난 3월 27일 진보신당 당대회 축사를 통해서도 "국민참여당은 진보신당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다, 다가오는 2012년은 정치일정뿐만 아니라 진보대통합을 통해 참여당과 진보신당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유 최고위원은 "참여당과 진보진영이 통합한다면 다양한 스펙트럼과 정치적 식견을 가진 지지층들이 통합되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문제 등은 우리도 참여정부의 '부채'로 인정하고 새로운 정치적 의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진보진영도 참여당의 고민과 정치적 의제를 인정해야 한다"며 "참여당이 이를 부정하면 이미 참여당을 지지하고 있는 국민을 제외한 '소통합'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건 손해"라고 말했다. 즉,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하되 건강한 자본주의 시장을 긍정하는 참여당의 기본 입장을 부정하고 나선다면 발전적인 진보대통합을 진행할 수 없단 얘기였다.

 

노항래 참여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참여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유시민 대표가 밝힌 '참여정부 부채 승계론'은 사회양극화·노동문제·복지정책 등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하겠단 뜻인데 진보진영이 그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배하는 왜곡된 정치지형을 혁신하고 진보의 새 구성이 필요하다는 데에 서로의 뜻이 다를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부원장은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 등에 있어선 입장차를 확실히 했다. 그는 "참여당은 통상개방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한 한미FTA는 한미간 이익균형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통상정책의 기본원칙을 어기는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당시 체결한 한미FTA 원안에 대해 진보진영과는 상반된 평가를 내린 셈이다.

 

그는 이어, "참여당은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면서도 "한국사회의 당면과제가 '반(反)신자유주의'라는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부원장은 "'더 자유롭고, 더 정의로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국민들의 현실적 소망을 '반신자유주의'로만 설명할 순 없다"며 "시장문제만 아니라 지역주의와 학벌주의 등 각종 문제를 두루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 절반은 진보진영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보의 한 시절이 실패하고 보수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금, 진보진영이 함께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단결의 기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부원장은 "함께 실현가능한 진보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참여당의 제안에 대한 진보진영의 진중한 답변이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그:#국민참여당,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진보대통합,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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