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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29일 오전 9시 20분]

 

"영광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영광군에 지난해 재난안전과가 없어졌다. 대신해 지역경제과에 원전관리계 업무가 이전됐는데 담당자가 단 한 명이다. 그 한 명도 원전사고 방재업무 전문가는 아니었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주민대책위원회 전문위원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정부 당국의 허술한 원전사고 방호대책을 질타했다.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고에도 국내 원전사고를 대비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열린 '원전사고와 시민건강'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의 참석해 "국회와 시민단체, 언론, 전문가 그룹 모두가 나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과 방호대책 부분의 사회적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광군 원전 관리 인력 3명에서 1명으로 줄어

 

미국 최대 원전사고로 기록된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사고 32주년을 맞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김 위원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주민들이 대피 경로 등을 문의해 왔는데 영광의 방재담당자는 방사선 단위도 모르고 지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어디로 대피할지 몰라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다, 사람들이 차를 끌고 도로를 가득 메우겠지만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진·해일이 한꺼번에 오면 서울은 엉망이 되고 고압 송전선이 3개만 끊어져도 나라 전체가 '올스톱'될 것"이라며 "원전 방재대책과 대피방법 등이 제대로 준비됐는지 꾸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지난 1월 1일 조직개편을 하며 재난방재과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를 지역경제과와 건설과 등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원전 관리 업무 인력은 기존 3명에서 1명으로 줄게 됐다.

 

영광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조직개편으로 인해 인원이 줄었지만 일본 원전사고 이후 주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져 대책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총액임금제로 인해 인력 충원에 한계가 있다, 원전 관리 인원은 별도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영광원전만이 아니었다. 인근에 고리(기장군)·신고리(울주군) 원전, 월성(경주시) 원전을 두고 있는 울산시의 경우도 미흡한 방재대책으로 사고 발생 시 대형사고가 우려된다.

 

이상범 전 울산북구 구청장은 "만약 울산과 가까운 고리·신고리와 월성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150만 울산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막막하다"라며 "민방위훈련과 을지훈련과 같은 군사훈련도 하지만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시 어떻게 생명을 지킬 것인가는 훈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구청장은 "이런 상황은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원전을 관할하고 있는 경주시나 울주군도 대동소이하다"며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날 가능성을 가정하고 철저한 대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선, 미세한량이라도 건강에 영향 끼쳐"

 

이에 앞서 하미나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선 노출의 건강영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방사선 노출은 극히 미세한량이라도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지속적인 노출 모니터링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일본 원전 핵사고의 방사선 노출량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력 사고 등급 7단계 중 5~6단계 수준"이라며 "원전 30㎞ 외곽지역에서도 방사능 피폭기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 주변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수준의 토양오염도가 확인됐으며 북서쪽으로 40㎞ 떨어진 이타테무라의 흙에서 1㎏당 세슘이 16만3000베크럴(Bq), 요오드가 117만베크럴이 검출됐다"며 "요오드가 허용 기준치를 한 번이라도 초과해 나온 지역은 후쿠시마현과 이바라키현 등 5개 도·현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구토 및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이고 조혈기계 및 소화기계, 중추신경계까지 영향을 미쳐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며 "특히 높은 선량에 노출돼 중추신경계에 손상이 오면 1~2일 안에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원폭 생존자연구에 따르면 방사선은 1Sv 증가당 태아의 IQ 30점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이와 함께 호지킨병,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등의 암을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방사선은 극히 소량이라도 인체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기, 음용수, 식품 등 지속적인 노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며 방사선 노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공동주최자로 토론자로 직접 나선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27일 강원도에서 방사성 원소 제논이 발견됐다"며 "편서풍 때문에 우리나라는 걱정 없다고 기상청이 큰소리친 것을 무너뜨리는 반증이며 원자력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규모가 체르노빌 사태를 넘어섰다는 관측도 있는데 정부와 원자력연구원 등은 '우리나라 원전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안심하라'는 말만 한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원자력안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방사선, #원자력, #원전, #일본, #일본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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