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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복지국가 담론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통합진보정당을 준비하고 있는 진보정치세력들이 각자 지향하는 복지국가 비전에 대한 '접점 찾기'에 나섰다.

 

'진보정치대통합과 새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보의 복지, 무엇을 어떻게' 토론회를 열었다. 향후 건설될 새 진보정당의 강령 및 정책에 있어 '복지'에 대한 진보진영 공동의 합의안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민주노총,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연)',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 전국농민회총연맹, 빈민연대 등이 이 토론회에 참여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심화된 '삶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토대로 삼는 복지국가가 새로운 체제로 성립돼야 한다는 데엔 모두가 이견이 없었다. 또 비정규직 양산 등 각종 노동문제가 선결되지 않는다면 각종 복지정책과 재원이 '밑 빠진 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동일했다.

 

차이가 있는 것은 복지국가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전략'이었다. 민주노동당은 '탄탄하고 정교한 증세 전략'을, 진보신당은 '보다 과감한 증세 전략'을 주장했다.

 

이정희 "11년 동안 복지 주장했지만, 2가지 밖에 못 이뤘다"

 

민노당은 '노동중심 복지·평화복지'를 주장했다.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복지국가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단 얘기다. 이와 함께 '부유세' 등 새로운 세목을 만들지 않고 소득세·재산세에 대한 증세와 비과세 감면 정비 등을 통해 복지정책에 드는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민노당이 '6대 복지영역'으로 규정한 보육·교육·의료·노후·노동·주거 분야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연간 54조6천억 원.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소득세,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과 종합부동산세 정상화,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비과세 감면 정비 등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170조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를 "세금을 빈 구석 없이 더 넓게 거둬야 한다는 '형평성'과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에 기초한 증세안"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민노당이 연간 54조 원 이상의 복지예산을 추계했지만 민주진보진영이 2012년 집권을 하더라도 한꺼번에 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침없이 복지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것이 기본적 수준'이라고 확고히 누를 수 있을 때여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OECD 국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복지재정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과 힘이 필요하단 '현실적인 판단'이 기초돼야 한단 주장이다.

 

그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전략적으로 성공시키고 복지확대를 성공시키려면 보다 폭넓고 길게 보고 가야 한다"며 "지금 우리는 진보진영의 복지를 시작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또 "진보정당이 11년 동안 복지를 말했지만 이뤄진 것은 무상급식과 영유아무상접종 두 가지 뿐"이라며 "다음 정권 5년 동안 어디까지 (복지를) 진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우리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증세 역시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조승수 "진보진영, 증세 더 과감하게 얘기해야 할 때"

 

반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증세를 말하는 정치권은 자살하라는 것이란 말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증세에 대해 훨씬 더 과감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진보신당은 '사회연대 복지국가'를 복지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상황. 국·공립 보육확대, 맞춤형 등록금, 아동수당 및 기초연금 등 공공복지를 강화하고, 노동시간단축 및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골자로 하는 '연대 노동시장'을 형성해 복지정책의 '블랙홀'이 될 수 있는 노동문제도 해결하자는 내용이다.

 

진보신당은 이를 수행하는데 연간 58조9천억 원이 소요된다고 추계하고 3단계 복지재원 확충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부유세 성격의 '사회복지세'(15조 원)를 도입하고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부자증세'를 우선 시작하고 이후 복지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질 때 2단계 '보편적 증세'와 3단계 '사회보험료 개선'을 진행하자는 계획이다.

 

조 대표 역시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여러 논의가 있지만 이를 모두 2012년의 문제로 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새로운 사회가 그렇게 쉽게 오진 않는다"고 전제했다. 복지국가 건설과 그에 드는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일구는데 물리적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단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이유로 진보진영이 '적극적 증세'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크게 보면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도 복지에 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프레임이 존재하고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부자감세에 대한 불만이 높다"며 "복지 논쟁의 프레임에 증세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조 대표는 "이후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나 지금 고지를 넘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증세를 의심하는 것은 진보진영이 자폭하는 일"이라며 진보진영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한편, 연석회의는 오는 25일 평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새 진보정당의 비전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태그:#진보대통합, #증세, #복지국가, #이정희, #조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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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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