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포트 올림픽에서 느끼는 지중해 인상

 

 

사라고싸에서 바르셀로나 가는 길은 동서로 이어진다. 사라고싸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296㎞로 3시간 30분쯤 걸린다. 우리는 중간에 카탈루냐의 예이다(Lleida)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휴게소 주변으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안개가 밀려온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가 내륙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안개가 만들어진 것 같다. 예이다는 서부 카탈루냐의 중심도시로 인구가 12만7387명이다.

 

예이다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156㎞이다. 바르셀로나로 가면서 날씨가 다시 좋아진다. 그래서인지 왼쪽으로 멀리 2000m에 달하는 카디 산맥(Serra del Cadi)의 연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산맥을 지나 30분쯤 가자 오른쪽으로 컨테이너와 크레인 그리고 크루즈 여객선이 보인다. 바르셀로나 컨테이너항이다. 바르셀로나는 일찍부터 지중해의 무역항으로 번성한 도시다.

 

 

우리는 먼저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올림픽 항(Port Olimpic)에 내린다. 이곳은 올림픽 조정 경기를 위해 1990년 전후에 개발된 곳이다. 바다에는 요트가 빽빽하게 정박해 있고, 해안도로 건너 시내 쪽으로는 올림픽 선수촌(Vila Olimpica)이 있다. 이들 선수촌은 올림픽이 끝난 후 분양되어 일반 아파트촌이 되었다.

 

올림픽 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쌍둥이 빌딩이다. 한 쪽은 아츠 호텔이고, 다른 쪽은 마프레 보험회사 등 회사 사무실이 들어 있는 오피스 빌딩이다. 아츠 호텔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로, 44층에 154m다. 나는 바다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방파제를 따라 바다 쪽으로 간다.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킥보드를 타는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는 어머니도 볼 수 있다. 쌍둥이 빌딩 앞에서 쌍둥이 아이를 만나다니 참 재미있다.

 

 

바다 쪽으로 가면서 보니 쌍둥이 빌딩 서쪽으로 거대한 물고기 조각상이 보인다. 이것은 유명한 조각가 프랑크 게리(Frank Gehry: 1929-)가 만든 페익스(Peix)다. 페익스는 카탈루냐어로 물고기(생선)을 말한다. 머리와 꼬리를 자른 물고기가 접시에 놓여 있다. 물고기 조각의 재질은 청동이다. 쇠막대를 얽어 만들었기 때문에 겉에는 구멍이 생겨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게리가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을 짓기 전에 만든 작품으로 아이디어가 정말 독특하다.

 

 

올림픽 항 주변 해변으로는 야자수들이 심어져 있고, 바다에는 요트를 즐기는 사람도 가끔 보인다. 그러나 겨울철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요트는 선착장에 정박해 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겨울인데도 수영복이나 비키니 차림으로 비치발리볼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날씨도 좋고 하늘과 바다가 온통 파래서 정말 기분이 상쾌하다. 바다 저 멀리에는 돛단배 형태로 유명한 벨라 호텔도 보인다.

 

이들 바닷가 풍경을 즐긴 뒤 우리는 인근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지중해 특식인 파에야(Paella)다. 파에야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해물볶음밥이다. 프라이팬에 쌀과 야채, 새우와 조개 같은 해산물, 샤프란과 양념 등을 넣어 익힌 다음 이들을 섞어 접시에 담아 먹는다. 빠에야를 먹을 때 샐러드를 곁들이면 훨씬 신선하고 맛이 있다.

 

 

밥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니 바닷가답게 해산물이 많다. 도미, 숭어, 오징어 등은 알아볼 수 있는데, 다른 것들은 이름을 잘 모르겠다. 또 가게에는 소금에 절여 건조한 돼지 다리인 하몽이 걸려 있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다시 해변도로로 나와 버스를 타고 몬주익 언덕으로 간다. 몬주익 언덕은 1992년 열린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 경기장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해변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20분쯤 가면 도착할 수 있다.

 

몬주익 언덕의 올림픽 경기장

 

 

우리의 목적지는 올림픽 주경기장(Estadi Olimpic)이다. 바르셀로나 해안에서 가장 번성한 벨 항(Port Vell)에 있는 해양박물관을 지나 몬주익 공원지역으로 들어선다. 몬주익 언덕은 스포츠 콤플렉스로 실내외 경기장이 들어서 있다. 언덕으로 난 길을 오르다 보면 잘 가꾸어진 공원을 볼 수 있고, 호앙 미로 박물관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다 눈요기일 뿐이다.

 

우리는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서 차를 내린다. 그런데 내린 방향에 황영조 조각공원이 있다. 까만 오석에 황영조 선수가 달리는 모습을 조각해 놓았다. 그리고 한쪽에는 조병화 시인의 찬사가 돌에 새겨져 있다. 경기도에서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글귀에 경기도가 들어가 있고, 안성 출신인 조병화 시인이 글을 지었다.

 

역사와 예술의 나라, 스페인

찬란한 고도 바르셀로나 이곳에

동방의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 경기도

그 힘찬 빛이 같이 어리어 있나니

아, 뜨거운 우정 만방에 영원하여라.

 

 

조각공원 건너에는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다 보니 왼쪽으로 성화탑이 보인다. 고래가 거꾸로 선 모습이고, 꼬리 부분에 성화가 타오르도록 되어 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그라운드에 파란 잔디가 깔렸고, 그 주변을 400m 트랙이 감싸고 있다. 우리는 관중석 1층과 2층을 나누는 중간 지역에만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는 기념품점도 있어 모자, 가방, 컵과 접시 같은 도자기류를 살 수 있다.

 

주경기장 주변에는 크고 작은 경기장이 여럿 있지만 우리는 이들을 볼 수가 없다. 소위 차창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몬주익 언덕을 한 바퀴 돈다. 몬주익(Montjuic)은 유대인 산이라는 뜻이다. 몬은 마운트에 해당하고, 주익은 유대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곳 몬주익에는 올림픽 경기장 외에 고고학 박물관, 인류학 박물관, 올림픽 스포츠 박물관이 있다.

 

 

언덕을 내려오다 보면 문화센터인 카익사포럼(Caixaforum)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카탈루냐 국립 미술박물관도 보이고, 행사와 공연을 열 수 있는 콩그레스 홀(Palau de Congressos)도 보인다. 이들을 지나면 에스파냐 광장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에는 1900년에 만들어진 투우장이 있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분수가 있고 조각상이 있는데,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성당 동쪽에서는 믿음, 소망, 자비를

 

 

우리는 이제 그랑 비아 거리를 따라 성가족 성당(Sagrada Familia)으로 간다. 중간에 바르셀로나 대학을 볼 수 있고, 무데야르 양식의 특이한 건물도 볼 수 있다. 성가족 성당에 도착하니 벌써 두시가 넘었다. 성가족 성당은 바르셀로나 관광의 하이라이트다. 가우디의 건축을 몇 개 더 볼 예정이지만 그중에 으뜸은 누가 뭐래도 성 가족 성당이다.

 

성가족 성당은 대개 동쪽으로부터 보기 시작한다. 그것은 동쪽 벽면이 가우디가 완성한 부분이기도 하고, 외벽의 조각이 예수의 탄생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가족 성당은 현재 동쪽과 서쪽 외벽이 완성되었는데, 동쪽은 예수의 탄생(환희의 신비)을, 서쪽은 예수의 고난과 죽음(고통의 신비)을 표현하고 있다. 이제 남쪽에 부활과 영광(영광의 신비)을 표현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내ㆍ외부 작업을 완전히 끝내려면 앞으로 25년은 더 걸려야 한다고 한다. 성당 공사가 다 끝나는 2026년은 가우디가 죽은 지 백년 되는 해다.

 

 

성가족성당 동쪽에는 공원과 연못이 있다. 이곳에 모여 우리는 성당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듣는다. 그리고는 성당의 동쪽 면을 조망한다. 위쪽으로 4개의 첨탑이 있고, 그 아래로 예수의 탄생, 성가족의 삶과 관련된 조각이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멀리서 보아도 대작이다. 이들 전면의 조각은 내용상 세 가지 덕목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왼쪽에는 소망(Hope)을, 가운데는 자비(Charity)를, 오른쪽에는 믿음(Faith)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성당 꼭대기 네 개의 첨탑은 종탑으로 사용되며, 높이가 100m에 이른다. 그리고 네 개의 탑에는 모두 '호산나 엑셀시스(Hosanna Excelsis)'라는 글씨가 위에서 아래로 두 줄로 쓰여 있다. 이것은 '저 높은 곳에 호산나'라는 뜻이다. 그럼 호산나는 무엇일까? 호산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말로, 예수가 메시아임을 인정할 때 사용된다. 그리고 종탑의 하단 부분에는 '상투스(Sanctus)'라는 글씨가 횡으로 여러 개 쓰여 있다. 상투스는 '거룩하시다'라는 표현이다.

 

 

왼쪽의 소망부분에는 마리아와 요셉의 약혼, 성가족의 이집트로의 도피, 무고한 아이들의 살해가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꼭대기 어딘가에 '우리를 구하소서'라는 뜻의 'Salveu-nos'라는 글자가 있다는데 찾을 수가 없다. 가운데 자비부분에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새들이 깃든 사이프러스나무, 마리아에게 왕관을 씌움, 수태고지, 예수탄생을 알리는 천사들, 예수탄생이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사이프러스 나무는 새들로 상징되는 신자들의 안식처로서의 교회를 보여준다고 한다.

 

오른쪽 믿음부분에는 마리아의 엘리자베스 방문, 사제들 사이에 있는 예수, 목수 일을 하는 예수가 표현되어 있다. 이들 조각은 모두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탄생과 관련된 일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주변으로는 온갖 동식물이 조각되어 있다. 이를 통해 가우디는 삼라만상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고 또 표현하고 있다.

 

성가족성당의 동쪽 면을 보고 나면 대개 성당 지하로 들어가 박물관을 보게 된다. 그것은 박물관에 가우디의 설계와 관련된 자료, 유물이 있고, 성가족성당 성당 130년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성가족성당은 1882년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빌라의 설계로 처음 시작되었으며, 1년 반 후 가우디가 작업을 넘겨받아 그가 죽는 1926년까지 지어졌다.

 

 

그 후 에스파냐 내전으로 성당 일부가 파괴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으나, 1954년부터 작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1986년에는 요셉 마리아 수비락스(Josep Maria Subirachs)가 서쪽부분의 조각을 맡아 작업을 했고, 2010년 내외부의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그래서 11월 7일 교황 베네딕트 16세가 참석한 가운데 축성식을 가졌고, 버금 바실리카(Minor Basilica)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태그:#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올림픽항, #몬주익 언덕, #성가족성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