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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밥값으로 '천원'을 받는다는 식당이 생겼다는 말을 들은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올해 처음으로 그 식당에서 밥을 먹어봤다.

유기농 채소 비빔밥을 정말로 천원으로 먹을 수 있느냐고 종업원에게 슬쩍 물었더니 웃으면서 그것은 아니라고 했다. 형편껏 내라는 것이 잘못 와전된 것이라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무료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천원 한 장도 괜찮다고 한다.

손님 중에는 1만 원짜리를 넣거나 십만 원이 넘는 돈을 놓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밥값을 직접 받지 않고 손님이 넣도록 돈통을 마련한 것도 그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문턱없는 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
 문턱없는 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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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화) 한 달 만에 '문턱없는 밥집'을 다시 찾았다. 바쁜 시간을 피해 일부러 오후 4시쯤에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자 신문을 보거나 옥수수 뻥튀기를 먹으며 아주머니 서너 명이 쉬고 있었다.

처음 왔을 때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가 일하는 종업원들의 얼굴에서 식당일에 힘들어하는 기색을 느낄 수 없었고, 여유 있게 음식을 나르고 부담 없이 친절한 원천이 궁금했었다. 심재훈(50) 식당 매니저에게 미리 취재요청을 안 하고 왔음에 양해를 구하고 종업원들의 근무시간을 물었다.

"오전 10시~5시까지 일하는 오전반이 있고, 4시~10시까지 일하는 오후반이 있으며, 주(6일) 40여 시간 외에 초과시간 근무를 하게 되면 수당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점심은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한 비빔밥으로 오후 1시 30분까지 손님을 받고 있으며 저녁 손님은 오후 4시부터 받는데 중간에 남는 두 시간은 종업원들의 휴식시간이라고 한다.

내친김에 급여와 복지수준에 대해서도 물었더니, 근무 시간만 하더라도 일반 식당의 절반인 것에 더해 많은 복지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첫 기본급여는 100만 원 정도에 수당이 지급되며 매년 5%씩 급여를 인상합니다. 명절과 휴가 때 보너스가 있으며, 유급으로 월차와 연차(15일), 출산 휴가를 보장하며 의료보험, 국민연금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제공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이 정도의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기업'으로써 지원을 받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턱 없는 밥집은 현재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어 전체인원 9명 중 6명의 임금을 70% 정도 지원받고 있으며 올해로 지원은 끝난다. 그러나 심 매니저는 사회적 기업 지원이 중단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인원과 복지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며 그에 대한 대책과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심재훈 매니저
 심재훈 매니저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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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밥집이 우리 사회의 빈곤층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종업원들에게도 최소한의 생활급여와 복지는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사회 전체적으로도 빈곤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2007년 문을 연 이후로 종업원 중에는 노숙자 출신도 받아들여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했는데, 규칙적인 시간에 맞춰서 일을 하는 것이 몸에 배지 않았던지 그가 처음으로 퇴직금을 받고 그만둔 경우라고 한다. 현재 군복무 중인 직원은 본인이 원하면 전역 후에도 다시 돌아와 일할 수 있도록 약속을 해줬다고 한다.

오후 5시가 넘어서 심 매니저는 먼저 약속한 손님이 왔다며 자리를 옮겼다. 그 사이 쉬고 있던 종업원들은 주방과 홀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부추를 다듬고 있던 송미순(48)씨에게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집안일만 하다가 처음으로 돈 벌어 보는 곳이 여기 식당"이라며 "3년째 일하고 있다는 그녀는 생각나는 것이 없는지 웃으면서 여기서 일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고 한다. 종업원들에게 노란봉투 하나씩이 돌려졌다. 봉투에서 꺼낸 종이를 읽어보는 그녀에게 월급날이냐고 물었다.

"아니요. 지난달까지의 월급 중에서 인상된 수당의 차액(소급적용)이 나온 거예요."

저녁시간이 되면서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녁 밥값은 점심과 다르게 정해진 음식값을 받는다. 유기농 재료에 화학조미료나 가공식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개운한 맛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들과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대부분이 영업철학을 알고 오기 때문에 까탈스럽게 하는 손님은 없다고 한다.

최근에 서울 시내 가판대와 버스에 등장한 서울시의 캠페인 광고
 최근에 서울 시내 가판대와 버스에 등장한 서울시의 캠페인 광고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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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서울시내의 가판대와 버스에 눈에 띄는 광고가 생겼다. 금색 액자의 표창장에는 '위대한 서울시민상'이라고 이름 붙여진 트로피가 있으며 "식당 아주머님들 여러분은 시민들에게 따뜻한 밥과 따스한 정을 채워주셨기에 이에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시민'으로 임명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서울시가 직접 기획했다는 이 광고는 소외받는 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만든 공익 캠페인으로 식당 아주머니들 외에도 환경미화원 등 여섯 종류라고 한다. 정말로 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면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 제대로 된 휴일도 없이 일하는 식당종사자들의 고충을 직접 들어보고 작더라도 그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문턱없는밥집, #유기농, #비빔밥, #식당종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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