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차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 14일 오전 10시 30분 강릉시 도로 전경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차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1m 가까운 폭설에 차들이 묻혀 있다.
▲ 눈에 덮인 차 1m 가까운 폭설에 차들이 묻혀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강원 영동지방에 참으로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기자도 눈이 내리던 금요일 집에 가지 못하고 찜질방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수차례의 폭설을 경험한 강릉사람들은 지난 금요일(11일) 오후까지만 해도 이 정도 눈쯤은 하고 우습게 여겼습니다. 제설의 달인 강릉시 공무원들이 서울시청에 가서 눈 치우는 방법을 가르쳐 줄 정도였으니, 제설대책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제설차량도 한 시간이 넘어야 한 번 정도 온다. 6차선 도로가 2개 차선만 다닐 수 있다.
▲ 강릉시청과 터미널로 이어지는 도로 제설차량도 한 시간이 넘어야 한 번 정도 온다. 6차선 도로가 2개 차선만 다닐 수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오후 들어 눈발이 굵어지더니 차들이 서서히 멈춰서기 시작했습니다. 승용차들은 길가에 서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기를 포기했고, 체인 판매라고 표지판을 부착한 4륜 차들이 시내 중심가에도 등장했습니다.

주인이 없는 곳은 토끼길마냥 길이 뚫렸다.
▲ 축대밑의 인도 주인이 없는 곳은 토끼길마냥 길이 뚫렸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그나마도 잠시, 오후 4시가 넘어서자 거의 모든 차량이 멈춰섰습니다. 조금이라도 오르막에서는 여지없이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섭니다. 뒤차의 운전자들이 내려서 앞차를 밀어주다가 결국엔 차를 돌리고 맙니다. 눈은 계속해서 내렸고 도심외곽을 오가는 버스도 멈췄습니다. 택시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더니 도로 위에는 사람들마저 뜸해졌습니다.

14일 출근하는 차량옆에서 중장비가 눈을 치우고 있다.
▲ 눈치우는 중장비 14일 출근하는 차량옆에서 중장비가 눈을 치우고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어둠이 내린 거리에는 눈길 운전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하지 못한 초보운전자들이 객기를 부리다가 도로 한가운데 차를 버려두고 사라졌습니다.

오후 8시가 넘어서 집에 가기를 포기하고 가까운 찜질방을 찾았습니다. 손님들로 만원입니다. 자리를 깔고 누울 공간마저 마땅찮습니다. 집에 간다고 길을 나선 이는 2시간 넘게 눈밭을 헤치고 갔다고 하고, 한 사람은 찜질방을 나섰다가 중간에 다시 돌아와 옆자리에 누웠습니다.

아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찜질방 손님들의 핸드폰이 여기저기서 울립니다. 차를 빼달라는 요청입니다. 눈발은 그쳤지만 밤새 아무도 다니지 않은 길에는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수북합니다.

도로를 통제하고 제설작업을 하지만 하루동안 도로의 절반만 눈을 치웠다.
▲ 중장비를 이용한 제설작업 도로를 통제하고 제설작업을 하지만 하루동안 도로의 절반만 눈을 치웠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강릉의 번화가라는 도심에 차가 다니지 못 합니다. 길 양옆으로 버려진 차들, 왕복 6차선 도로에 2차선이 간신히 유지될까. 제설차량들이 사이렌 소리를 울리고, 차를 옮기려는 사람들이 눈을 헤쳐보지만 차가 갈 데가 없습니다. 주차공간이 없는 거지요. 제설차가 만들어 놓은 조그만 공간에는 누군가 금방 차를 대고 사라집니다.

너무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집앞의 눈을 퍼다가 도로에 버린다. 눈 버릴 곳조차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 눈을 버리는 트럭 너무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집앞의 눈을 퍼다가 도로에 버린다. 눈 버릴 곳조차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눈을 치울 곳도 버릴 곳도 없습니다. 굴착기를 동원하고 덤프트럭으로 눈을 옮기지만 강릉시 전 지역이 똑같은 상황이고, 많은 눈이 쌓이다 보니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습니다. 어떤이는 집앞에서 트럭에 실어온 눈을 도로 위에 내려놓습니다.

집과 집을 연결하는 계단만 눈을 치웠다.
▲ 비탈 골목길 집과 집을 연결하는 계단만 눈을 치웠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온가족이 나서 서 눈을 치우고 있다.
▲ 골목길 눈치우기 온가족이 나서 서 눈을 치우고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강릉사람들은 내집 앞 눈치우기를 잘합니다. 하지만 눈을 버릴 곳이 없어 담밑에 쌓고, 그마나도 모자라 집 마당으로 다시 퍼넣습니다. 축대밑이나 공터 앞 인도는 눈을 치울 사람이 없습니다. 부지런한 옆집이 사람하나 지나 다닐만큼 길을 낼 뿐입니다. 자기집 앞 눈도 치울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인기가 최고인 것은 제설장비뿐이다.
▲ 눈 삽을 가득 실은 트럭 눈이 많이 내려서 인기가 최고인 것은 제설장비뿐이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리면 철물점이 한 재미를 보는 날입니다. 눈 치우는 삽이 모자라서 팔수가 없을 정도로, 삽이란 삽은 모조리 팔려나갑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손을 보태야 하기에 삽이 그만큼 많이 필요합니다.

골목 비탈길에서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
▲ 눈썰매를 즐기는 아이들 골목 비탈길에서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은 어른들이 눈을 치우든지 말든지 자신들만 즐거우면 됩니다. 골목 비탈에다 눈썰매를 만들고 재미있게 놀이를 합니다. 강릉엔  눈이 또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른 봄 폭설에 소나무가 부러지면 젊은이들이 많이 상한다던데" 하는 걱정으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로가에 차들이 세워져 있어 눈치우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제설작업을 취재하는 방송사 카메라맨
▲ 제설장비와 취재차량 도로가에 차들이 세워져 있어 눈치우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제설작업을 취재하는 방송사 카메라맨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태그:#영동폭설, #강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하면 바로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