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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해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규정 준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상곤(61) 경기도교육감이 8일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박공우-김칠준 변호사, 안민석 의원 등과 함께 법정을 나서고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해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규정 준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상곤(61) 경기도교육감이 8일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박공우-김칠준 변호사, 안민석 의원 등과 함께 법정을 나서고 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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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유상재 부장판사)는 장학금 불법지급 혐의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장학금을 출연하고, 장학증서를 수여하며, 행사장에서 격려사를 낭독하는 행위 등은 모두 교육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으로 문제가 없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교과부는 이전 김진춘 교육감 시절에도 있었던 일인데 당시에는 가만 있다가 김상곤 교육감에 대해서만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 기소하고 징역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기소된 혐의 3개 중 아무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교과부의 정치적 고발과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해 3월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시국선언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과부에 의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되어 검찰에 기소되었다가 그해 7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포함하면 김상곤 교육감이 교과부와 검찰에 연속으로 굴욕을 안겨준 것이다. 이로써 교과부와 검찰의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비판받던 김상곤 경기교육감에 대한 탄압은 그들의 완패로 일단락됐다.

패소, 또 패소... 교과부와 검찰의 굴욕

검찰과 교과부의 진보 교육계 탄압은 비단 김상곤 경기교육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보다 먼저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훨씬 더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이 역시 대부분 실패로 마무리되고 있다.

산청 간디학교, 전북 관촌중, 서울 통일교사 국보법 위반 모두 무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3년 동안 재판을 받아온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1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101호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3년 동안 재판을 받아온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1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101호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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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와 진보교육감에 대한 가장 해묵은 공격 논거는 색깔론이다. 전교조는 좌파이고, 진보교육감들은 친 전교조 성향이므로 모두 좌파 교육감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여전히 공안 검찰은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면서 전교조를 탄압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박물관에 보내져야 할 구시대의 녹슨 칼'이라고 표현한 국가보안법으로도 전교조를 탄압하는 데 별로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먼저 2010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서울의 통일교육 담당 교사 2명이 법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데 이어 2010년 9월 전북 관촌중학교의 김형근 교사도 전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과 전북의 통일 교사들은 현재 대법원 선고만 남은 상황이다. 이어 지난 1일 3년 가까이 끌어온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했다.

현 정부 들어 딱 하나 부산의 북한현대사 학습 모임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을 뿐 나머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3건(재판으로는 5건)의 국가보안법 검찰 기소는 모두 무죄로 귀결되었다. 이 역시 검찰의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정당 가입 건도 모두 무죄... 벌금 30만 원으로 해임은 불가능

지난 1월 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혐의로 고발된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소속 공무원 270여 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정당 가입 혐의는 전원 무죄 또는 면소, 월 5000원~1만원 후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일부 선고유예, 그리고 대부분은 벌금 30만~50만 원을 선고했다. 형식상으로는 정치자금법 유죄이지만 이 재판의 핵심이 정당 가입 혐의였기 때문에 사실상 무죄를 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검찰은 2009년 6월 시국선언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전교조 사무실과 인터넷 서버를 통째로 압수하여 10년 전 자료까지 뒤지고, 시국선언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계좌추적까지 하여 대대적으로 정당 가입 사건이라고 언론 플레이를 했지만 법원은 단 한 명도 정당 당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교과부는 검찰의 정당 가입 주장만 믿고 130여 명 교사 전원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고 이미 부산, 경북, 인천 등 보수 교육감이 선출된 교육청에서는 재판이 진행중임에도 이들을 당원으로 단정하여 해임 등 중징계를 했다. 벌써 교사들만 9명이 해임되었고 정직까지 포함하면 40명에 이르는 이들이 중징계를 당한 상태다.

그러나 징계권자인 나근형 인천교육감이 벌써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고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공정택 교육감의 선거운동을 하던 서울의 교장이 벌금 80만 원에도 견책만 받았던 점, 특히 인천 부평구 공무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공모하여 2000명이 넘는 한나라당 당원을 모집해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고도 견책만 받은 점을 고려해 보면 정치자금법 위반 벌금 30만 원으로는 애초에 해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와 교육계의 판단이다(관련기사: "벌금 30만원 교사와 벌금 80만원 교육감, 누가 더 나쁜가?").

월 1만 원 정도의 정치자금 후원이 해임감이면 검찰 수사 결과 교사들로부터 10만 원씩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이 확인된 이주호 교과부 장관부터 해임해야 하는 것이 순서인데 그럴 가능성은 아예 없어 보인다. 이미 해임된 9명의 해임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서울교육청(곽노현 교육감)과 경기, 강원 등 징계를 유보한 교육청에서도 교과부가 해임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해임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교사시국선언 해임 징계도 법원에서 취소 판결

지난 2009년 6월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자율형사립고 등 경쟁적 정책에 대한 정책 기조 변경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였다는 이유로 교과부의 요구로 15명의 교사들이 해임을 당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9일 대구지방법원은 교사시국선언 건으로 해임되었던 전교조 김현주 수석부위원장과 김임곤 경북지부장에 대한 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해임을 취소하라고 판결을 하였다.

같은 건으로 해임된 교사들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줄줄이 해임 취소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국선언 건으로 교과부가 고발한 형사 사건이 법원에서 재판 진행 중인데 이 건에 대한 유무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고, 비록 유죄가 인정된 경우도 기껏 벌금 100만 원 이하 또는 선고 유예가 내려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해임이 정당하다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현재는 2명만 해임 취소 판결이 내려진 상태지만 앞으로 시국선언 사건 재판에서도 교과부와 검찰의 굴욕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제고사 13명 해직 교사 모두 무효... 정직도 무효 판결

교과부 굴욕의 시작은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에 대한 해임 무효에서부터 시작됐다. 2008년 말과 2009년 초 교육당국에서는 서울 8명, 강원 4명, 울산 1명 등 13명을 파면 해임하고 전남, 울산, 서울 등에서 또 다른 교사들을 정직 등 무더기 징계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모든 소송에서 파면 해임된 13명은 물론 정직 교사들도 모두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서울과 춘천, 울산, 광주 등 전국의 모든 법원에서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에 대한 중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새로 선출된 곽노현 서울교육감, 민병휘 강원교육감 등이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항소를 결정해 현재 대법원 재판이 진행중이다. 교과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검찰은 법원에서 정직도 무효라고 하는데 해임 무효도 안 된다며 버티고 있다. 그런 사이 서울의 해직교사들은 학교를 떠난 지 벌써 2년 반이 가까워 오고 있다.

교과부와 조전혁 합작품 '전교조 명단 공개'도 참패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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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저격수로 이름 높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지난 해 전교조 가입 교사들의 명단을 교과부로부터 받아 인터넷에 공개했다. 뒤이어 정두언, 진수희 등 수많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선거에 출마한 지방의원 후보들 그리고 동아일보와 보수적 학부모 단체 등이 뒤를 이어 이 명단을 인터넷 공간 여기 저기에 탑재했다.

이에 전교조는 명단공개금지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남부지법은 이 소송에서 조전혁 의원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명단을 삭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매일 3000만 원의 간접 강제 이행금을 전교조에 지불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조전혁 의원은 항고하였지만 지난 8일 서울고법은 조 의원의 항고를 사실상 기각했다. 이에 앞서 조 의원은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법원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전교조 명단 공개는 국회의원의 권한이 아니다"라며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변론 없이 각하했다.

애초 교과부는 전교조 조합원의 명단이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이 위법이라며 제출을 반대하였다가 조전혁 의원의 요구에 이전 방침을 뒤집고 이를 조 의원에게 제출했다. 조 의원은 애초 제출받은 목적과 상관없이 이를 인터넷에 공개해 버렸고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들과 동아일보, 보수단체 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세금으로 수십억 물어내야 할 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소송이 제일 많은 나라이다. 합의보단 모두 소송한다. 그런데 이게 대법원 3심까지 올라가는 것도 세계에서 최고로 높다고 한다. 합의를 해야하는데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비용이 얼마겠느냐, 변호사 비용 등이. 일본에 비하면 60몇 배라고 하더라."

지난 1일 방송 3사에서 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제하의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의 일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보다 고소 고발 등 소송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어 엄청난 사회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할 사람은 국민이 아니라 현 정부인 듯하다. 특히 전교조와 진보교육감 등 교육계 비판세력에 대한 교과부와 검찰의 소송 남발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11월 5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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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인 국민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용을 감당해가며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라면 달라진다. 현 정부 교과부는 전교조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사안에서 검찰과 함께 고소 고발과 징계 등 막강 공권력을 통해 끝장을 보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제고사 건, 시국선언 사건과 김상곤 교육감 사건 등이 교과부가 먼저 문제 제기하고 검찰이 이를 이어받았다면, 정당 관련 건은 검찰이 먼저 건드리면 교과부가 징계로 화답하는 경로를 밟았다. 법원 판결로 검찰과 교과부가 거의 참패에 참패를 거듭함에도 그들은 계속 2심, 3심을 고집하고 있다. 대통령 발언이 우스워졌다.

현재 대법원 확정 판결 즉시 일제고사 건에서만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교사들에게 물어주어야 하는 돈이 무려 15억여 원에 이른다(1인당 연봉 4천 X 기간 2년 반= 1억, 법정 이자 20%와 변호사비 포함) 일제고사건만 이러한데 일제고사보다 더 많은 시국선언 교사까지 하면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들의 소송이 모두 대법원까지 간다면,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물어내야 할 돈은 100억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만약 사비를 들여서 이렇게 소송을 하라고 하면 과연 그들이 할까? 전교조와 진보교육감 등 그들의 비판 세력에 대한 공권력 남용을 중단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기도 하다.


태그:#김상곤, #전교조, #이주호,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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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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