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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사라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이 훼손된다면  '~카더라' 통신수준으로 술자리 잡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1등 신문을 지향하는 <조선일보>가 '~카더라'통신과 유사한 형태의 글을 1면에 주요하게 편집하면서 '불필요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2. 조선일보는 2월 9일 1면에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움직임/청와대·정부 핵심들, "3월에 예정된 발표 연기", "아예 백지화" 주장도」(권대열 기사)를 주요하게 편집하고, '여권 핵심관계자',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 '고위 관계자', '국토부 관계자' 등의 인물을 인용하면서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청와대, 정부부처의 여론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사만 읽고 있으면 이것이 기사를 작성한 권대열 기자의 의견인지, 아니면 각 부처 해당관계자의 주장인지 판단하기가 불분명하다.

 

 3.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이 공동으로 합의 1957년에 제정한 신문윤리강령 5조 취재원의 명시와 보호 조항에 따르면 "보도기사는 취재원을 원칙으로 익명이나 가명으로 표현해서는 안되며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취재원을 빙자하여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물론 공익을 위해 부득이 필요한 경우나 보도가치가 우선하는 경우 취재원이 요청하는 익명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으며, 이 경우 '취재원이 익명을 요청하는 이유, 그의 소속기관, 일반적 지위 등을 밝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4. 하지만 현재 <조선일보>가 작성한 '동남권 신공항 정책'에 대한 청와대를 비롯한 중앙부처의 주장은 '익명을 필요로 한 공익적 사항'으로 볼 수 없다. 오는 3월 청와대와 정부는 신공항 입지결정발표를 약속했었고, 현재 유치를 희망하는 영남권 지역에서는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다.

 

 5. 정부와 정치권이 신공항 정책에 갈팡질팡하고, 차기 선거를 위한 정치적 계산으로 치부함으로써, 이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역사회는 대립과 갈등, 분열의 불씨 속에 거의 폭발직전이다. <조선일보>기사는 무책임한 정부와 정치권에 날개를 달아줘 지역사회를 더욱 들끓게 만들고 있다.

 

 6. 갈팡질팡하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공항정책 개편을 요구하는 지역의 여론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인천공항만으로 충분하다'는 일부 수도권 여론을 마치 청와대 및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포장해서 여론을 조장하고, 그 여론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7.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정책적 이견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사로서의 원칙', '주장의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 27일 <조선데스크 : 공항을 또 만들겠다면>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정책에 대해 날세워 비판하면서 "정부가 예정대로 신공항을 추진하더라도 추진의 학문적 근거를 제공하는 전문가들,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확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 또 하나의 신공항이 망하면 사후라도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시했다. 

 

 8. '정책실명제'라는 <조선일보>식 주장에 동의한다.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2월 9일 기사에 언급된 '관계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국토균형발전 정책 일환으로 제기된 동남권 신공항 정책에 반대했던 청와대를 비롯한 각 부처 담당자의 판단에 대해 사후에라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9. 비판에도 격이 있다.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최소한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태그:#조선일보, #신공항, #무용론, #관계자, #신문윤리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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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의 풍지대 대구를 바꾼다'는 화두로 2003년 3월 발족한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언론운동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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