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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도 카드발급을 해준다는 사기성 광고가 대구시내 도로 곳곳에 붙어 있다.
 신용불량자도 카드발급을 해준다는 사기성 광고가 대구시내 도로 곳곳에 붙어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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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종류는 00카드, 00카드, 00카드 등...7가지 중 고르시면 되고요... 현금서비스, 카드 일시불, 할부구매 다 되니까 마음놓고 쓰시면 돼요..."

신용불량자도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업체를 찾아간 강신용(가명)씨는 상담하는 여직원으로부터 현재 휴대전화요금 연체만 없으면 무조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에 현금 296,000원과 신분증 사본, 주민등록등본을 주고 일주일 후에 카드를 받았으나 체크카드였고 현금 7만 원 정도가 들어 있었다.

강신용씨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체크카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인데 이거 사기가 아니냐"고 따지자 업체의 여직원은 그 업체가 한도를 부여하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통장에 넣어주고 쓰도록 하니까 신용카드와 다름없다며 매달 연체만 하지 않으면 증액되어 500만원 이상도 쓸 수 있다고 한다.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하니 마음대로 하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거리 곳곳에 '신용불량자 카드 100% 발급, 한도 500만원 이상'이라는 광고가 붙어 있어 신용이 낮은 서민을 울리는 신종 카드 발급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등은 단속에 손을 놓고 있어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문자메세지. 그러나 돈만 갈취하고 체크카드를 만들어주는 신종 카드발급 사기에 불과하다.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문자메세지. 그러나 돈만 갈취하고 체크카드를 만들어주는 신종 카드발급 사기에 불과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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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대구시 중구 포정동에 있는 해당 업체를 찾아가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느냐고 묻자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현금이 준비가 되어야 상담이 가능하다며 먼저 서류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서류가 없으면 상담 자체가 아예 안된다며 나가라고까지 했다.

서류를 내놓자 '커뮤니케이션 신청서'라는 용지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쓰고 사인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 업체의 여직원은 "연체가 없으면 매달 신용한도가 증액되고 이자는 연 16.8%에 불과하니까 마음놓고 써도 된다"며 분명한 신용카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청서에는 이자가 월 2.8%(연 33.6%)라고 적혀 있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한 신청서.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한 신청서.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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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건 카드발급을 미끼로 한 사채가 아니냐?"고 묻자 절대로 아니라며 발급받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다. 신청서를 주머니에 넣고 나오려고 하니 신청서는 절대 못가지고 간다며 빼앗으려고 했다. 기자의 신분을 밝히자 불과 1분도 안돼 덩치가 큰 서너 명의 사내가 나타나 서류를 가지고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기자가 잠시 상담하고 있는 동안에도 서너 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신용카드인 줄 알고 돈을 주고 카드발급을 신청하고 돌아갔다. 이들은 모두 신용불량자도 카드발급이 가능한 지에 대한 의문도 없이 가능하니까 거리에 광고물이 붙어있는 거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루에도 돈이 필요한 수십 명의 서민들이 카드를 만들기 위해 찾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인줄 알고 왔다가 발길을 돌린 강은희(가명)씨는 "형편이 어렵고 신용이 안좋아 애가 아플때나 갑작스런 일이 있을때 돈을 빌리기도 어렵고 해서 신용카드 만들어 준다는 말을 믿고 왔는데 실망이다. 296,000원도 내게 큰 돈인데 그나마 이 돈마져 빼앗길 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사무실 입구. 그러나 신용카드가 아닌 체크카드를 발급해주는 사체업자의 사무실이다.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사무실 입구. 그러나 신용카드가 아닌 체크카드를 발급해주는 사체업자의 사무실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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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허수정 선임조사역은 통화에서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사기에 해당되나 피해자의 고발이 있어야만 조사해서 처벌이 가능한데 아직까지 피해자의 제보가 없어 처벌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구중부경찰서 지능팀에서도 작년 12월에 조사를 벌였으나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수성구청은 해당업체에 불법광고물 부착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철거를 요구하고 과태료 처분을 하기도 하였으나 근절되지 않자 수성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검찰에 기소하기도 하는 등 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불량자도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불법광고물을 단속한 수성구청 도시디자인과 박재영씨가 경찰에 고발한 내용을 보고 있다.
 신용불량자도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는 불법광고물을 단속한 수성구청 도시디자인과 박재영씨가 경찰에 고발한 내용을 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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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 박재영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작년 9월부터 불법 광고물이 거리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사기 피해를 당해선 안되겠다 싶어 단속을 시작했다"며 "그러나 수성구청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고 대구시와 타구청 담당자들, 그리고 경찰이 합동으로 단속하는 것만이 이런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신종 카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경찰이나 금감원등에 고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돈이 떼이는 건 둘째고 신상이 알려져 보복당할까 봐 신고하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금감원이나 경찰은 피해사례를 조사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피해사례 집계조차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이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부산에서만 2,8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불법 신용카드발급 사기, #신용불량자, #사채, #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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