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매년 이맘때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야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는데…."

 

지난 17일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민물고기 매운탕으로 유명한 화천읍 M음식점을 찾았을 때 주인이 넋두리처럼 한 말이다.

 

육군의 3개 사단이 인접해 있는 강원도 화천군. 인구 2만4천 명에 조금 못 미치는 화천에는 민간인보다 군인이 더 많이 산다. 그러다 보니 지역 경제가 외출·외박을 나온 군 장병들과 이들을 면회 온 가족이나 친지들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지난 3월 발생한 천안함 사태와 11월의 연평도 포격사건은 화천의 지역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군부대에서 장병들의 외출·외박을 완전 통제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민들은 희망이 있었다. 500억 원 이상의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있고 지역 생산 농산물이 10억여 원 넘게 판매되는 산천어축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산천어축제

 

산천어축제는 2003년에 당선된 민선 3기 정갑철 화천군수에 의해 만들어졌다. 산천어를 들여와 강에서 낚시를 하게 하고 관광객을 읍내로 유입시킨다면 지역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

 

축제가 열리는 10일간 지역인구보다 많은 3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면 '대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축제 첫해에 전국에서 관광객 22만 명이 찾았다.

 

이듬해인 2004년 2회 축제에는 58만 명, 3회 축제에는 87만 명, 4회인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속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23일(축제기간) 동안 화천을 방문했다. 전국 겨울축제로는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우수축제로 선정돼 연간 3억 원의 축제 지원금도 받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된 것이 전국 최초로 축제에서 시도한 상품권제도다. 상품권은 화천군에서 현금처럼 유통되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면 종이에 불과해 관광객들은 축제장에서 모두 사용해야 한다. 이 상품권은 8년 동안 축제에서 지속적으로 이용되면서 이미 지역 내 유가증권으로 정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 역할을 했다.

 

산천어축제 상품권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화천사랑 상품권'으로 지역 내에서 현금과 같이 유통되는 것이고, 또 다른 '농촌사랑 나눔권'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 구입 용도로 쓰인다.

 

산천어축제는 처음부터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라는 콘셉트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돈을 받고 이 금액에 상당하는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면 관광객들은 이것으로 농산물을 사든 식당을 이용하든 화천에서 소비해야 한다. 지난해 축제장에서 상품권으로 판매된 농산물이 10억 원을 넘었으며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533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축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쌓아 놓은 농산물은 어떻게...

 

지난해 11월 안동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화천군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1일 화천 산골마을 한 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방역하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축제를 8일 앞둔 지난 1일 구제역이 추가 발생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산천어축제 조직위원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축제 자제 권고를 받아들여 축제를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6일 구제역 3차 발생에 이어 11일 국내 최고의 한우를 생산해온 D목장 한우 6마리가 양성판정을 받자 산천어축제 조직위원회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2011년 산천어축제를 취소했다.

 

축제 취소가 발표되자 1만여 명이 민박과 식당 등 예약을 취소했고 환불을 요구하는 항의가 축제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이어졌다. 또 주민들은 주민대로 여론이 들끓었다. 주말 수만 명이 몰리는 도내 스키장과 민간단체가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축제에는 관대한 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축제만 지나치게 억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또한, 정부 권고에 따라 축제를 취소한 것이라면 당연히 중앙정부에서도 화천군 지역경제 침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일년 동안 축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이렇게 쌓아 놓은 농산물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화천군 농민들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농산물로 인해 시름에 잠기자, 17일 화천군의회에서는 '구제역 발생 및 산천어축제 취소에 따른 피해농가 지원과 지역경제 회생을 바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어려운 실상을 대외에 알리자는 것이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액이 1200억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농·특산물 미 판매액에 따른 피해, 산천어 구입 피해, 숙박업소 예약취소에 따른 민원발생 등 지역경제 피해가 막대할 것"을 우려하면서 "슬픔에 잠겨있는 축산농가의 아픔과 산천어축제 취소에 따른 지역상권의 어려움을 아우를 수 있는 회생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18일에는 농업경영인연합회 등 15개 농민단체 회원 100여 명이 화천읍 상리 농협창고광장에 모여 '산천어축제 농산물 비상대책 위원회' 명의로 "산천어축제 취소에 따른 농산물 생산자의 생산비 10억원 보상"을 정부에 요구했다.

 

화천군, 농산물 구매 호소하면서 판매방안 마련에 나서

 

이에 따라 2011년 산천어축제 취소에 따른 농산물 팔아주기에 화천군이 적극 나섰다. 군은 18일 군부대를 비롯한 경찰, 교육청, 각급 사회단체장이 참여한 가운데 산천어축제 취소에 따른 위기 극복 방안 마련에 나선 데 이어 실과소장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산천어축제를 목표로 화천 개별 농가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판매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먼저 설과 정월 대보름을 겨냥한 농산물 선물용 세트를 만들고 전국 각급 기관·단체·기업등을 대상으로 화천군 농민들의 어려운 실정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즉시 주문 배송이 가능한 농산물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선물용 단위 포장 및 배송체계가 마련되는 대로 화천군 홍보 트위터(@bruceshinn)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농민들이 어렵게 산천어축제 판매를 목표로 생산한 농산물이 10억여 원에 이른다"면서 "산천어축제와 화천군을 사랑하는 전 국민들의 참여가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된다"며 농산물 구매를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화천군 농산물 구매 문의 : 화천군 농업기술센터(033-440-2378) 간동농협(033-442-0427)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홍보담당 공무원입니다.


태그:#화천, #산천어축제, #산천어축제취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밝고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마이뉴스...10만인 클럽으로 오십시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