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익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3일, 총장실과 사무처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홍익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3일, 총장실과 사무처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 송병승

관련사진보기


많은 사람들은 '홍익대학교 라는 말을 들으면, 미대 혹은 클럽, 젊음의 거리를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젊음을 대표하던 홍대 거리 뒤편 홍익대학교에서는 현재 고용승계를 외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 분회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 170여 명은 총장실과 문헌관 1층 사무처를 점거했다. '점거'라는 방법을 택해야 했던 이 노동자들에게는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점거농성 2일차. 막대한 '대학자본'에 대해 '고용승계'를 외치며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 '홍익대학교'에서 만난 아저씨,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다.

경비 노동자 '아저씨'의 이야기

홍익대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50세를 넘기셨다.
 홍익대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50세를 넘기셨다.
ⓒ 송병승

관련사진보기

내 나이 예순 둘.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홍익대학교 제 4공학관에서 경비로 근무했던 사람입니다. 한때는 상장회사 CEO였지만,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고 나서 직장을 잃었습니다.

직장을 잃은 뒤 한동안 집에서만 지내며 우울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오랜 친구가 홍익대학교에서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집에 있는 것보다는 일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경비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홍익대학교 용역 업체인 (주)향우에서 교육을 받은 뒤 2008년 1월 홍대 제 4공학관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3개월 정도 해볼까…'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3개월 뒤 용역 업체에서 내 퇴직금을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것이 아까워 버텼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자리까지 와 있습니다.

경비의 의무는 경비를 서는 것이라고 용역업체에서 배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제 4공학관에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에는 쓰레기가 넘쳐 납니다. 하루 저녁에 깡통만 7~8 자루가 나옵니다. 자루를 짊어지고 옮기는 일은 모두 경비들의 몫이었습니다. 시험기간만 되면, 2주 동안은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시험기간뿐만 아니라 5월 축제 기간이 오면 경비들은 또다시 모든 잔업에 투입됩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넓은 대운동장에 천을 깐 뒤, 악취가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분류해 치웠습니다. 그 일을 축제기간 내내 아침마다 했습니다. 3일간의 축제가 끝난 뒤 설치했던 천막을 걷는 일 또한 경비들의 몫이었습니다. 천막을 걷는날 비라도 내리면 그날의 피로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끊임 없는 잔업... 결과는 '무보수' 노동

가을이면 밖에 나가 낙엽을 쓸었고, 겨울이면 제설작업을 하고 도로의 얼음을 깼습니다.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잔업이 생기면 그곳에 투입됐습니다. 혹여 잔업을 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 누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책임이었습니다. 몸의 피로나 부상을 막기 위해 요령이라도 조금 피울라 치면, 들려오는 건 조장의 잔소리였습니다.

학교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사서 해야 할 일들을 모두 경비들에게 맡겼습니다. 경비들은 24시간 2교대 근무를 서면서 모든 잔업까지 소화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잔업에 대해 우리들에게 주어진 돈은 단돈 1원도 없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제 4공학관의 남자 휴게실은 지하 1층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비라도 오게 되면 물이 새고 곰팡이가 찾아 옵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아프고 가래가 끓습니다. 몇 번 씩이나 학교 직원들에게 개선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홍대 주변에 학교가 몇 군데 있습니다. 제가 속한 (주)향우의 용역업체가 들어가서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더 달라면 도둑놈입니다. 최소한 그 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과 노동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을 자고 반찬하나 없이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먹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일이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청소 노동자 '아줌마'의 이야기

한기 가득한 바닥에 깔개 하나, 이불 하나로 잠을 청하고 계신 어르신들
 한기 가득한 바닥에 깔개 하나, 이불 하나로 잠을 청하고 계신 어르신들
ⓒ 송병승

관련사진보기


홍대에서 청소를 시작한 지 수 년이 지났습니다. 세 명의 자식들은 벌써 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했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내 나이가 예순 셋이네요.

저는 중앙도서관 청소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사무실, 강의실, 복도… 눈에 띄는 더럽다는 모든 곳이 제가 청소해야 하는 곳입니다. 도서관은 여타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 공간입니다. 방학 때가 되면 학생들이 더 많이 찾아옵니다.

시험기간 때 도서관에서 청소하는 아줌마들은 단 1분도 쉴 틈이 없답니다. 화장실의 쓰레기통은 30분 마다 비워줘야 하고 수시로 청소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청소 아줌마들은 오전 8시까지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것은 7시간치의 수당 뿐입니다. 모든 것은 사비로 해결 합니다. 식사는 도시락을 싸오거나 휴게실에서 해먹습니다.

경비 아저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수시로 잔업을 해야 합니다. '와서 치워 달라'면 치워주고 학생들이 버린 폐기물을 이고 지고 날라야 합니다. 완전히 막노동이나 다름 없지만 역시나 잔업 보수는 전혀 없습니다.

폐지 팔아 고추장·된장 샀는데, 그것마저...

우리는 학교에서 나오는 폐지를 모아 팔았습니다. 손바닥 만한 종이라도 줍고, 젖은 종이는 말려서 팔았습니다. 식비가 지급 되지 않으니, 우리는 폐지 판 돈을 모아 고추장 사고 된장 사고 해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그나마 폐지 판 돈이 있어서 따듯한 밥이라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봄 즈음 학교에서 폐지를 팔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학교측에서 폐지를 팔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거라 하더군요. 그렇게 우리는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그 수단마저도 빼앗겼습니다. 학교 측에 찾아가서 항의 했더니 식비를 준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식비 9천 원이 나왔습니다. 하루가 아닌, 한 달치였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점거 농성하고 있는지 자녀들은 몰랐는데, 언론에 다 나가면서 자식들이 알아버렸습니다. 육십 평생에 이런 일 해본 적 없지만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답니다.

한 친구는 전화해서 "나이 육십 넘게 먹고 머리 빨간띠 두른다"며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하니까 즐겁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찬 바닥에서 얇은 이불 하나 덥고 잠을 자지만 좋은 경험, 추억이라 생각 하면서 즐겁게 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다시 일자리로 돌아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테니까요.

"농성자들이 정직원 될 수 있는 확률은 없다"

1월 4일 저녁식사. 콩나물국에 밥을 말은 것이 전부다.
 1월 4일 저녁식사. 콩나물국에 밥을 말은 것이 전부다.
ⓒ 송병승

관련사진보기


지난 3일부터 점거 농성에 돌입한 홍익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대부분 50세가 넘었다. 이들은 지금 차가운 냉골 바닥에서 잠을 자고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반찬 하나 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현재 이들이 속해 있던 용역업체가 홍익대학교와의 계약에서 손을 떼면서, 이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지켜왔던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학교 측에서는 '용역업체 없이 계약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떠나자 홍익대학교 측은 사무직 직원들을 학교 각 건물에 배치해 관리 업무를 맡도록 했으며 몇 명의 일당제 청소 노동자를 고용해 건물 청소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빠진 자리로 인해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사무직 직원들이 돌아가며 건물 당직을 서고 있으며, 추후 용역업체 입찰 등을 통해 새로운 노동자들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용역업체를 끼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학교의 정직원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주간지 <시사서울>(sisaseoul.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익대 , #점거농성 ,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