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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태안이지만 태안의 노인들은 다양한 취미활동과 일자리사업 등 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 음악으로 제2의 인생사는 태안군 예향실버악단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태안이지만 태안의 노인들은 다양한 취미활동과 일자리사업 등 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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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인생은 이제부터…. 요즘 살맛 납니다. 심심할 틈이 없어요!"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고령사회로 접어든 요즘 노인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노인 자살을 부추기는 우울증과 외로움, 고독 등은 점차 핵가족화로 변화하는 세태 속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어 고령화사회를 맞아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태안군의 경우에도 이미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선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다. 노인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법도 하지만 태안군 노인들에게는 노후를 보람있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무언가가 있다. 이러한 노인들이 활기찬 노후를 주도하는 곳이 바로 태안군 노인복지관이다.

노인복지관은 지난 2006년 개관한 이래 실버학당 프로그램을 마련해 수영, 배드민턴, 스포츠댄스, 실버요가, 당구 등의 건강교실과 사물놀이, 노래교실, 서예 등의 취미교실, 한자, 문화유적탐방 등의 교양교실, 컴퓨터 교육 등 정보화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인들이 젊은이 못지 않은 활동력을 선보여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태안군의 노인복지를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태안군의 노인복지시설 신축과 독거노인 U-케어 서비스, 노인일자리 창출사업, 경로당 활성화 사업 등의 다양한 지원사업은 태안군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누구보다 활기찬 노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음악을 즐기는 노인들은 많지만 전국에서도 유일할 정도로 60세 이상 노인들로만 구성된 관현악단으로 이들은 전국대회에 출전만 하면 인기상을 독차지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예향실버악단의 이유 있는 환상의 하모니

주인공은 태안군 노인복지관 동호회의 하나인 '예향 실버악단'. 이들은 자칫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복지관의 분위기를 신명나는 관현악의 아름다운 선율로 물들인다.

특히 이들의 연습이 시작되는 매주 수요일 오후 시간은 당구를 즐기던 노인들도, 컴퓨터를 배우던 노인들도 한데 어우러져 공연을 즐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향 실버악단은 연습이 없다. 연습이 곧 공연이 되는 셈이다.

섹소폰과 플룻, 피아노 등 음악에 다재다능한 최병주 단원은 지도를 맡고 있으면서 예향실버악단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핵심 단원이다.
▲ 악단의 지도를 맡고 있는 최병주 단원 섹소폰과 플룻, 피아노 등 음악에 다재다능한 최병주 단원은 지도를 맡고 있으면서 예향실버악단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핵심 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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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하다 보면 실수도 있기 마련이고, 백발이 중후한 멋을 자랑하는 최병주 단원(지도도 병행)의 따끔한 지적이 음악의 맥을 잠시 끊기도 하지만 예향 실버악단의 연습 시간만큼은 복지관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예향 실버악단이 지금은 복지관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도로 단원들의 연주 실력이 베테랑이 되었지만 사실 예향 실버악단이 모습을 드러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복지관에서 첫 연습을 시작한 예향 실버악단은 음악 경험이 전무한 단원들로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것도 악단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초라한 섹소폰만으로, 그리고 지금처럼 혼성이 아닌 남자 어르신들로만으로 예향 실버악단의 창단을 알렸다.

이후 드럼이 추가되고 다소 생소한 봉고와 마라카스, 기로, 카바사 등의 악기가 추가되면서 점차 악단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특히나 악단이 환상의 하모니를 갖추게 된 데는 남성만의 악단에서 여성이 추가된 혼성 악단으로 재탄생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10명의 단원들 중 4쌍(8명)이 부부라는 점. 바로 이러한 환상의 조합이 예향 실버악단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취미로 첫 발을 시작했지만 이들 악단의 열정은 이미 취미를 넘어서 노후의 삶이 되어버렸다. 악단을 하면서 악기도 함께 나르고, 연습도 같이 하면서 부부애도 더욱 돈독해졌고, 이제는 서로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 지 알 정도로 팀워크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처음에는 악기 소리내기도 근력이 부족해서 힘만 들었는데 요령이 생기다 보니 악기소리가 젊은이들 못지 않어. 허허허. 그리고 대부분이 부부다 보니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금방 눈치채고 하모니를 넣어주다 보니 음악도 살고 금술도 더 좋아졌어."

각종 축제서 인기상 독차지...  "연습공간 마련됐으면" 소망

10명의 단원 중 4쌍이 부부로 구성된 예향실버악단은 지난해 10월 김제 지평선축제에 초대돼 실력을 뽐냈다. 참가자 중 유일의 관현악단으로 이날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인기상을 받았다.
▲ 인기짱! 예향실버악단 10명의 단원 중 4쌍이 부부로 구성된 예향실버악단은 지난해 10월 김제 지평선축제에 초대돼 실력을 뽐냈다. 참가자 중 유일의 관현악단으로 이날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인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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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악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관현악단인 데다 무료 연주회를 열다 보니 예향 실버악단에는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창단 2개월여 만에 노인복지관 체육대회에서 공식적인 첫 연주회를 시작한 이래 노인복지관 행사에서는 이제 빠져서는 안 될 공연팀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 10월에는 악단에서 가장 기억으로 남는 '김제 지평선축제' 전국 실버경연대회에 참가해 인기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특히, 지난해 연말을 맞아 초청돼 찾아간 태안군 정신보건센터 송년회에서는 단원들이 모두 감동의 눈물을 쏟을 뻔 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백발과 검은 정장의 조화속에 섹소폰을 열연하고 있는 백종현 회장. 백 회장과 회원들은 유니폼, 현수막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독지가를 만나는 것이 소박한 꿈이라고 전한다.
▲ 중후한 멋 백종현 예향실버악단 회장 백발과 검은 정장의 조화속에 섹소폰을 열연하고 있는 백종현 회장. 백 회장과 회원들은 유니폼, 현수막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독지가를 만나는 것이 소박한 꿈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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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을 연주하며 악단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백종현 어르신은 "의료원에서 지체장애들을 위한 공연을 했는데 성치 않은 몸짓으로 춤을 추며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서 단원들이 모두 눈시울을 붉혔던 적도 있다"며 "앞으로 기금도 마련되면 복지시설 방문시에는 작은 선물도 마련해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백 회장을 비롯한 10명의 단원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악단을 하면서 심심할 틈이 없다. 취미활동을 같이하실 분은 언제든지 환영한다. 부부가 아니라도 상관없지만 부부가 같이 오면 금상첨화다. 부부간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들어와라"

이에 덧붙여 악단의 로고송도 제작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단원들은 "공연시에 유니폼이 없어 예전에 입던 양복을 꺼내 입고 공연에 나선다"며 "유니폼, 현수막이라도 지원되었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요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은 뒤 관심있는 독지가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예향 실버악단 단원들은 장비보관 장소, 연습장소가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라며 오늘도 환한 웃음과 하모니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한다.

"음악은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낙이자 삶의 희망이여. 흥이 생기다보니 점점 젊어지는 건 같어."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태안, #예향실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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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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