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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아름다운가게 송년회가 16일 오후 6시 반에 여수전남대학교 청람홀에서 열렸다. 송년회에는 아름다운가게 운영위원 및 활동천사 가족과 행사를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한 시민 1백여명이 모였다.

 

싸늘한 초겨울 날씨라 홀에 들어서는 손님마다 두툼한 옷을 걸쳤다. 코트와 장갑을 낀 분, 마스크와 목도리를 한 분들까지 벌겋게 상기되어 들어온다. 예정된 행사가 시작되려는 찰나에 조그만 박스를 들고 온 활동천사 부부가 들어와 간사와 뭐라고 얘기한다.

 

운영위원 총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 보고된 내용은 활동천사 중 누군가가 행사를 위해 참석한 열린합주단 학생들을 위해 1만원짜리 상품권 100장을 기부했다. 기부의 조건은 "절대로 기부자의 이름과 소속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 분 얘기는 "작년 열린합주단의 연주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행사가 시작되고 열린교회에서 활동하는 열린합주단의 연주가 시작됐다. '예수이름 찬양', 아리랑, 영화 '스팅'에서 연주됐던 '엔터테이너', '올챙이와 개구리' 연주가 끝나자 이상율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감동스런 얘기로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베푸는 기쁨을 가장 잘 실천하는 분들이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인데 오늘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기부자의 뜻대로 익명으로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한 열린합주단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열린합주단은 여수시 광무동 53-10번지에 소재한 열린교회(목사 정한수)에 다니는 학생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해마다 여수아름다운가게 송년회에 참석해 축하 연주회를 한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가게에서 이들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매년 몇 백만 원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중고생 16명과 초등학생 4명으로 이뤄진 합주단은 가정 형편상 음악을 할 형편이 못 된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한부모가정, 조부모가정, 부모가 장애인 가족, 차상위계층이 대부분이고 2명만 저소득 층 가정 출신이다. 2003년부터 8년째 이들을 지도하는 이인애 교사의 얘기다.

 

"처음에는 거칠고 자기방어적이며 싸움만 하던 아이들이었어요. 욕도 잘하던 아이들이 음악을 한 후로 싸움이 싫어졌다고 하니 음악의 효과가 대단한 거죠."

 

이들은 지난 10월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교토에서 연주를 하고 돌아왔다. 오사카에서 민단과 조총련이 공동기획한 '원코리아' 페스티벌에 개막연주 때의 일이다. 재일교포 1세들이 사는 노인요양시설에서  노인들과 손을 잡고 옛날 동요와 민요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때가 가장 감명 깊었다고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기부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헌물건을 가치 있게 바꾸어 소외받는 이웃을 도와줌으로써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더불어 환경에도 이익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대안무역을 통해 사람들에게 올바른 소비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 제3세계에까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여수아름다운가게 둔덕점에서 올 한 해를 결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민들이 기증한 기증품이 6만2316점에 1톤 트럭 50대 분량이다. 기증에 참가한 사람들은 월평균 168명이고 불우한 이웃들을 도운 수익나눔 금액은 3060만원이다. 매출액은 1억 2천만 원으로 월 평균 1000만 원에 달한다.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로 열심히 봉사하는 서경아씨에게 봉사활동의 의미를 들었다.

 

"서울이 고향이라 여수에 아는 분이 없어 정보지를 보고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활동천사들이 너무 좋으신 거예요. 이분들과 같이 활동하며 공감하고 어려운 분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아요."

 

마지막은 전남학생문예회관에서 활동하는 오카리나 연주 동아리회원들의 연주가 있었다.  행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일행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겨울 추위를 녹이는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들. 삭막한 소식만 들려오는 이 계절을 훈훈하게 해주는 이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아름다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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