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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의 훌쩍거림, 코푸는 소리, 휴지 뽑는 소음 등으로 관람에 방해(?) 받는 연극이 있다. 다름 아닌 대학로 두레홀 2관에서 공연 중인 <동치미>란 연극이다. 노부부와 1남2녀의 자녀 등 다섯 식구가 나와 보여주는 복닥거리는 삶이 고추냉이처럼 알싸하다.      

 

연극은 은퇴한 가장을 중심으로 그의 옆에 그림자처럼 있는 부인, 그리고 세 자녀와 사이에 일어나는 일상에서의 갈등과 화해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우리 주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때문에 배우의 연기 속으로 동화되어 빠져드는 몰입도가 크다. 배우들은 혼신의 연기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하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흡인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몸이 불편한 은퇴 가장 김만복 씨와 그를 수족과 같이 돌봐주는 부인 정 여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연극은 정겹게 해로하는 부부의 전형을 보여준다. 또 엄격하지만 자녀들에게 부족함 없이 채워주기 위해 헌신하는 대한민국 가장의 현실을 가감 없이 그리고 있다.  

 

부잣집에 시집갔지만 혼수 때문에 친정과 시댁 사이에서 늘 불편한 큰 딸, 안정된 회사를 등지고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보겠다고 부모 집을 담보 잡힌 큰 아들, 그리고 아버지의 기대와 다른 길을 걷는 막내 딸 등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극은 이들 자녀들과 벌어졌던 일들을 플래시백 구조로 삽입시켜 보여주는 등 감각적인 연출력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좁다란 무대를 조명만으로 거실, 병원 영안실, 공원, 사돈댁 문 앞, 병원 가는 길, 장례식장 등으로 무리 없이 변화시키는 무대와 조명감독의 노련한 솜씨도 볼거리다. 배경음악을 '찔레꽃' 하나로 강약을 조절하면서 버무린 음악감독의 집요함도 박수감이다.        

 

플래시백 구조 삽입 등 연출력 돋보여

 

정 여사는 아픈 남편을 위해 병원 예약일정을 늘 확인하고 챙겨주지만 정작 자신의 몸이 바스라지는 것은 숨겨왔다. 언제나 돈에 짓눌리고 자식 건사에 허리가 휜 남편에게 자신까지 짐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마 앞에 장사는 없었다. 병약한 정 여사는 어느 날 남편의 병원예약 날 걷기가 버

거워 힘겹게 택시를 타자는 말을 꺼냈다. 그러나 되돌아오는 것은 김만복 씨의 면박. 그런 그녀가 향한 곳은 외래병동이 아닌 영안실이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부인을 떠나보내고 세 자녀 앞에서 절규하는 김만복의 연기는 이 극의 압권이다. 동시에 사정없는 난사하는 최루탄이다. 이때부터 객석은 심하게 시끄러워진다.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훌쩍임과 애써 참으려는 긴 날숨과 신음이 이곳저곳에서 새나온다. 김만복 씨의 북받치는 설움은 끝내 초로의 남성 관객 감정선까지 무너뜨리고 만다. 다만 이같은 결말에 다다를 것이란 '너무 뻔한' 설정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12월 10일에는 박기선, 김태리, 지미리, 박상대, 은지혜 등 다섯 명의 배우가 한 무대에 올랐다.  호흡이 비교적 잘 맞는 배우들이다. 아버지 역의 박기석은 전국연극제 본선에서 연기상(97년)을 수상하고 극단 두레에서 <산불>, <초야> 등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중견 배우다. 

 

그런 그가 예의 비음을 죽인 노인 목소리로 김만복을 연기할 때면 진짜 쫀쫀한 옆집 아저씨로 착각할 만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연기, 분장, 복장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정 여사 역을 맡은 김태리는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넘나드는 재능을 보여줬고 딸 역을 맡다가 최근엔 어머니 역까지 소화하고 있는 변신이 능한 배우다.

 

장남에 박상대, 장녀에 지미리, 막내딸엔 은지혜가 열연했다. 자칭 '미친 배우' 은지혜는 장례식장에서 엄마의 영정을 부둥켜안고 몸부림 치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한껏 자극했다. 뒤늦게 배우로 데뷔한 그녀는 지독한 연습으로 대학로 블루칩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끝내 초로의 남성 관객 감정선마저 무너뜨려

 

제목 '동치미'의 의미는 스마일, 김치, 치즈와 같이 사진 찍기 전에 미소를 만들기 위해 건네는 말이다. 막내딸에게 빌린 카메라로 김만복 씨가 부인 사진을 찍을 때 사용된다.

 

이 연극은 지난 2009년 4월 대학로 연극무대에 올리자마자 화제를 모았던 최루성(催淚性)이 강한 가족연극으로 당시 6개월간 2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놀라운 티켓파워를 가진 저력 있는 작품이다.

 

제작과 연출을 맡은 글로브극장 김용을 대표의 자전적 이야기가 살짝 스며있다는 후문. 10대부터 60대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손꼽히는 감성 가족극이다. 이달 말 두레홀 2관에서의 대학로 시즌을 마치면 내년 1월부터 오픈런으로 창덕궁 옆 북촌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차기 공연을 기획한 조이피플·북촌아트홀 김창대 대표는 "코믹, 흥미 위주의 대학로 작품 중에서 돋보이는 가족 소재 감동극"이라며 "부모의 헌신적이고 따뜻한 사랑이란 주제에 큰 감동을 받아 2011년 첫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조이피플, 북촌아트홀이 주최하고 극단 글로브극장이 주관, 기아대책, 한국뮤지컬진흥회가 후원한다. 공연은 1월 20일부터 오픈런이며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공휴일은 오후 4시30, 7시30분 2회 공연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공연문의 (02)988-2258


태그:#연극 동치미, #북촌아트홀, #두레홀2관, #조이피플, #글로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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