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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나라당 강행처리한 예산안 등 27개 법안 중에는 전사의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동의안도 포함돼 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원전 수주의 대가"라고 시인해 "원전수출을 위해 젊은이들을 팔아먹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나라당이 해당상임위인 국방위원회에 상정도 안 된 법안을 서둘러 강행처리했다는 점에서, 조만간 UAE를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물꾸러미를 만들기 위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한나라당 내 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해 눈길을 끌었다. 친박 중의 친박으로 꼽히는 이성헌 의원은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과 함께 '유이'한 반대표를 던졌고, 역시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과 이혜훈 의원은 기권한 6명 의원 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밖에 권영진, 홍정욱 의원 등도 기권표를 던졌다.

 

이성헌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전 수주를 위한 목적으로 군대를 파견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반대표를 던진 배경을 설명했다.

 

본회의장 안팎에서 '보온병' 화제

 

본회의장 안팎에서 최대 화제어는 '보온병'이었다. 의장석의 다수를 점한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과 의석에 마주 앉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던 중 이찬열 민주당 의원이 "보온병이 폭탄이냐"며 한나라당의 약점을 건드렸다.

 

야당 의원들이 웃으며 따라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본회의장 밖 중앙홀에서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의 엄호 아래 두 차례 진입을 시도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들은 "보온병, 보온병"이라고 외치며 이를 저지했다. 100명이 훨씬 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정작 당대표는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본 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갑자기 "한나라당 출신이 제일 낫다,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이찬열이 제일 낫다"고 외쳤다. 이들이 한나라당 출신임을 꼬집은 '멍군'이었다.

 

'병역' 문제도 설전의 주제였다. '구호'에 익숙한 민주당에 눌리던 한나라당에서 김학용 의원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 "연평도 포격한 김정일을 규탄한다"는 엉뚱한 구호를 외치자 본회의장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곧이어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군대나 갔다와서 떠들어", "(북한에) 일방적으로 당해놓고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라"고 맞받아치자 조용해지고 말았다.

 

한나라당 돌격대 3인방... 김무성·차명진·이은재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몸싸움에서 이전과 달리 조직적이었다.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하다가도 동료 의원과 교대해가면서 일사분란하게 투표에 임했다. 이 전 과정을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끌었다. 그는 수시로 원내부대표들을 불러 지시를 내리고 독려했다. 그러다  직접 의장석 돌격에 나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몸싸움이 흔한 국회지만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때 앞장섰던 관록(?)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민주당에서는 "그래도 대화를 강조해온 사람이었는데, 확실히 친이계로 돌아선 모양"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늘 그래왔듯이 한나라당의 선두는 차명진 의원이었다. 셔츠바람으로 앞에 나온 그가 손뼉을 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 해봅시다"라고 말한 것이 '전투개시' 신호였다. 의장석 왼쪽 공략을 이끌다가 성과가 나자 반대쪽으로 이동하기도 했으며, 이 와중에 혁대가 끊어지기도 했다. 몹시 지친 모습으로 좌충우돌하던 그는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으로부터 "권력의 개가 됐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은 이은재 의원이 앞장섰다. 남성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마지막으로 최영희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끌어내기 위해 이 의원과 박영아, 손숙미, 김소남 의원 등이 나섰다. 최영희 의원이 바닥에 넘어지자 발길질을 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최 의원에게 닿지는 않았다.

 

본회의장 기자석에서는 "역시 이은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여성의원들은 최종적으로 이정희 대표를 끌어냈으나 이 대표는 실신하고 말았다.

 

정면 사진은 무서웠나... 방청석 개방 안해

 

이날 본회의장의 아수라장을 전하는 사진은 모두 측면사진들뿐이다. 국회 사무처가 의장석과 본회의장 전체를 정면에서 볼 수 있는 2층 방청석은 개방하지 않고 양옆 기자실만 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나라당 쪽 한 곳만 열었다가 나중에 반대편을 열었다. 평소에는 기자들의 방청석 출입에 제한을 두지 않았었다.

 

방청석 문을 열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국회 경위들은 사무총장 지시라며 거부했고, 기자들이 총장실에 항의전화를 했지만 한나라당 출신인 권오을 사무총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태그:#국회 , #예산안 강행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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