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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 홍라희씨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 홍라희씨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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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시대와 황제경영 체제의 복귀'

3일 전격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핵심 키워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이날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재용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또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부사장을 건너뛰고,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로써 삼성의 3세 경영체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과거 회귀 논란을 빚어왔던 그룹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 복원도 확정됐다.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김순택 부회장이 실장을 맡는다. 과거 그룹 전략기획실을 맡았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은 2선으로 물러났다.

따라서 삼성은 '이건희 회장-미래전략실-계열사 사장단'으로 이어지는 삼각 경영 축을 다시 부활했다. 지난 2008년 6월 삼성특검으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략기획실 해체 선언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회장직' 실체 자체가 불분명한데다, 미래전략실 역시 법적으로 정체성이 모호한 조직이다. 이 때문에 법적 책임성이 불투명한 기구에서, 1인 총수 중심으로 그룹 사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황제경영'의 복귀라는 것이다.

'예견'된 이재용의 사장 승진...세대교체와 '뉴 삼성' 가속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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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단지 1년밖에 안된 사람들의 대거 승진 기용이다. 40대 초반으로 삼성 사장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이재용(42), 이부진(40) 남매가 유일하다.

대신 1년 차 미만의 부사장 5명도 사장으로 발탁했다. 신임사장단 평균 나이도 51.3세로 더 낮아졌다. 이건희 회장이 그동안 언급해 온 '젊은 세대교체론'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이미 예견됐던 일. 대신 삼성전자 대표이사 자리보다는 부사장 때 맡았던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계속 맡는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이재용 사장) 승진으로 전보다 회사 내부에서 운신의 폭도 커질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이 회장이 계시기 때문에, 당장 전자 대표이사보다 부사장 때의 역할을 계속 수행하면서 (경영) 부담을 덜어 주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삼성은 별도 자료를 통해 이 사장의 승진 배경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반도체 부문 등에서 선행투자를 주도했다"면서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과 기업 경쟁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사장의 객관적인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 스스로 앞으로 삼성전자에서 보다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가질 것"이라며 "이재용의 삼성시대가 얼마나 앞당겨지느냐는 이 성과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까지 맡은 이부진의 급부상...3세들 그룹분할 신호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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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이 회장의 큰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의 사장 승진은 다소 파격적이다. 특히 그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 에버랜드 사장직과 함께 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고문까지 함께 맡았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선 이부진 사장의 부상을 남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아버지인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으면서, 이 사장이 오빠인 이재용 사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사장이 1991년에 회사에 들어온 후 만 19년 만에 사장을 달았지만, 이부진 전무는 그보다 4년이나 짧은 15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물론 그의 초고속 승진에는 10여 년 동안 호텔신라에서 이뤄놓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측면이 강하다.

실제 지난 2002년 4157억 원이던 호텔신라 매출은 작년 말 1조2132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면세점 부문의 경우 2008년 6585억 원에서 작년 9813억 원으로 50% 이상 급상승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유치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승리하기도 했다. 유통가에선 '루이뷔통' 유치전을 두고, 재벌가 3세 여성 CEO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그는 당분간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삼성물산 등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서비스 업종을 총괄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삼성 3세들에 대한 그룹 분할 신호탄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37) 제일모직 전무의 경우 다음 주에 예정된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부진 전무의 승진은 그동안 호텔신라 등에서 경영성과가 크게 좋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인사"라면서 "이재용 사장과의 경쟁구도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학수' 빠진 김순택의 '미래전략실'...불투명한 조직의 법적 책임성 논란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와 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가 취재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와 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가 취재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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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장단 인사 발표에 관심을 끌었던 또 하나는 그룹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가 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복원되느냐였다. 삼성은 이미 지난달 새로운 그룹 컨트롤 타워의 복원을 발표하면서,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을 새 사령탑 인물로 공개했다.

지난 10년 동안 이건희 회장의 그림자로서, 최고 실력자로 꼽혀왔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물러앉았다. 또 이 고문과 함께 과거 삼성 전략기획실을 이끌었던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 역시 2선으로 후퇴했다.

당시 이같은 인사를 설명하던 이인용 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이례적으로 "문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삼성 특검 등으로 이 회장 등이 검찰 수사와 법정 출두, 유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삼성 내부에선 평가했다.

이번에 발표된 새 컨트롤 타워의 이름은 '미래전략실'. 김순택 부회장이 실장을 맡게 되며, 6개의 팀이 신설됐다. 경영지원팀(전용배 전무)을 비롯해, 전략 1팀(이상훈 사장), 전략 2팀(김명수 전무), 커뮤니케이션팀(장충기 사장), 인사지원팀(정유성 부사장), 경영진단팀(이용호 전무) 등이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향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은 향후 만들어질 미래전략위원회를 뒷받침할 것이며, 위원회 멤버는 김순택 실장과 전략실 각 팀장 등이 포함된다.

이로써 삼성은 '이건희 회장-미래전략실-계열사 사장단'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경영의 틀을 다시 복원하게 됐다. 이는 지난 2008년 삼성특검과 그해 6월 대국민 사과, 이 회장의 퇴진과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선언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삼성은 컨트롤 타워의 부활이 자칫 과거로의 회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의식한 듯, "계열사에 군림하지 않고,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지원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전략실이 여전히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인사와 재무, 신사업 등 사업전반에 걸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래전략실 자체가 법적으로 정체성이 모호하다 보니, 책임을 묻기도 어려울뿐더러 사실상 이 회장의 전위부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름만 미래전략실로 바꿨을 뿐 과거 구조본이나 전략기획실의 업무를 계승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 회장의 '회장직' 자체도 법적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전략실을 통해 다시 황제경영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삼성, #미래전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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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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