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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을 준비하면서 들려오는 라디오 뉴스를 듣고는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상대로 양육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는데 그 내용이 이렇습니다. 아들은 사립초등학교부터 강남 8학군에서 공부하며 개인과외와 미국, 호주에서 유학을 거쳐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외국회사에 취직해 결혼을 한 후로 (5년간)가족과 연락을 끊고 부모를 문전박대 했답니다. 그런 아들을 상대로 유학비용과 결혼, 주택구입 비용 등 6억 9천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법원의 중재도 실패하고 결국 아들이 사과를 하면서 소취하를 했다고 합니다. 제 얼굴에 침뱉기 같은 소송을 낼 만큼 부모가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생각입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아들에게도 어떤 사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뉴스내용으로 본다면, 아들은 결혼을 할 때까지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온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유학까지 마치 부모의 계획에 의한 교육을 받은것 같고, 결혼비용과 주택구입도 부모의 재력으로 해결해줄 정도로 아들을 품안에서 키운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아들한테서 부모를 멀리하게 하는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요?

소송을 낸 아버지는 자식을 정성으로 기른만큼 자식은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틀린말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그 의무가 어떤 것이냐가 또 자식에게 부담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사과를 한 아들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소송에 패하게 되면 돌려줘야할 수억원대의 돈이 부담 된 것은 아닐까요?  돈으로 키운 자식을 돈으로 굴복시킨 아버지와 아들은 앞으로 행복한 가족관계를 이어갈수 있을까요?

부쩍 몸집과 생각이 커진 아들에게서 그때의 나를 볼 때가 있다.
 부쩍 몸집과 생각이 커진 아들에게서 그때의 나를 볼 때가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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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로 들어와서, 아들이 있습니다. 14살 한창 사춘기를 겪는 것 같고 몸집도 생각도 훌쩍 커졌습니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갔다가 제도권교육에 반발해서 대안학교로 옮겼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아들을 대안학교로 보낸것은 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가라는 뜻도 담았습니다.

기숙생활을 하면서 일주일(5일)마다 집에 와서 이틀을 지내다 다시 학교로 갑니다. 집에 오는 날이면 맛있는 반찬도 만들어 놓고 늦은밤(9시)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밥을 먹습니다. 아내는 아직도 어린애로 보이는지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학교를 옮긴 처음에는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던지 아들은 매일같이 엄마와 통화도 자주하더니 요즘들어서는 전화 한 통 안하는 아들을 타박하는 아내를 보면 웃음도 납니다. 하지만 저는 아들이 제 스스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보며, 요즘에는 아들의 말을 좀 더 진지하게 들어주고 조언도 해줍니다.

며칠전에는 자신은 불평등한 분배구조의 기업에 취직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취업을 위한 대학은 가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대신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과 공공의 이익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중이라고 했습니다. 더불어 대안학교를 졸업할때쯤(18살)이면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저는 무조건 찬성이라며 박수를 칩니다만 아내는 걱정이면서도 아들의 생각을 믿고 따라주는것 같습니다.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가겠다는 자식에게 부모는 노후를 책임져야할 의무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따로 길을 걷더라도 가족의 사랑은 어긋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자식사랑의 교훈은 내 어머니가 나를 키웠던 방식 '개맹키로(개처럼)키워라' 입니다. 가둬두지 말고 묶어두지 말고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라는 것입니다.


태그:#아들, #아버지, #대안학교, #자유,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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