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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비가 오는 날 답사를 한 남원 덕치리 초가
▲ 덕치리 초가 11월 27일 비가 오는 날 답사를 한 남원 덕치리 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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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로 지붕을 올린 집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귀가 솔깃해졌다. 어떻게 억새풀로 지붕을 이었을까? 그런 집이 있다니 궁금해진다. 남원 선원사의 최인술 봉사단장과 함께 억새로 지붕을 이은 집을 찾아 나섰다.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에 소재한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35호인 덕치리 초가는 바로 짚이 아닌 억새로 지붕을 이은 집이다.

가을이 되면 하얗게 술을 나부끼며 멋을 자랑하는 억새. 그 풀을 베다가 지붕을 이었단다. 1895년에 박창규가 처음으로 이 집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 뒤 6·25 한국전쟁 때 소실이 되어, 1951년이 다시 지었다. 마을에서는 이 집을 '구석집'이라고 부른다.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헛간채 등으로 지어졌다.

억새로 지붕은 올린 초가

억새풀로 지붕을 올린 덕치리초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35호이다
▲ 덕치리 초가 억새풀로 지붕을 올린 덕치리초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35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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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는 모두 4칸이다. 두개의 방이 있고, 마루는 툇마루 뿐이다.
▲ 안채 안채는 모두 4칸이다. 두개의 방이 있고, 마루는 툇마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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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본 안채. 조선조 말 평민가옥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 안채 뒤 뒤에서 본 안채. 조선조 말 평민가옥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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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집을 방문했을 때 주인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사랑채는 한창 공사를 하느라 부산하다. 9월부터 시작을 했다고 한다. 지붕을 보니 정말로 억새풀이다. 이 집 말고도 이 마을에는 억새풀로 지붕을 올린 집이 또 있다. 그러나 그 집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측간이 있고, 안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서 있다.

원래 논이었다는 구석집. 이 터가 명당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안채는 모두 4칸이다. 부엌과 방이 연이어 있다. 마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안주인이 사람은 찍지 말라고 당부를 하신다.

"안채에는 방이 몇 개인가요?"
"방이 둘 뿐예요. 예전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사랑채는 언제부터 공사를 하고 있죠?"
"올 9월부터 하고 있어요."
"억새로 지붕을 올렸는데 매년 갈아 올리나요?"
"지금 지붕을 올린지가 7년 되었어요. 10년에 한번 갈아요."

그러고 보니 억새에는 이끼가 가득 끼었다. 그만큼 오랜 세월이 지났다는 이야기다. 이 구석집은 일반 초가와는 달리 지붕의 경사가 급하다. 아무래도 빗물이 빨리 흘러 떨어지게 만든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지붕을 이을 때는 억새를 단으로 묶어 올린다는 것이다.

영화촬영도 몇 번 했다는 억새집
 
억새풀로 올린 지붕. 물이 빠르게 빠질 수 있도록 경사가 급하다.
▲ 억새지붕 억새풀로 올린 지붕. 물이 빠르게 빠질 수 있도록 경사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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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문에 적한 영화를 촬영한 날짜와 내용
▲ 부엌문 부엌문에 적한 영화를 촬영한 날짜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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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를 돌아보다가 부엌문을 보니 글이 쓰여 있다. '서기 1991년 1월 달 영화촬영하고 정지문 선사' ' 1996년 음력 8월 24일 선진영화 촬영하고 금 30만 원 받음'이란 글이다.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적어 놓으신 것이라고 한다. 선진영화라는 것은 아마 드라마를 말하는 것인 듯하다.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사랑채는 그동안 보아왔던 집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한 칸은 사랑으로 하고. 그 옆이 부엌이다. 네 칸인 사랑채는 부엌 옆에 마구간을 두고, 안채 쪽에 광채를 두고 있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 부산하다. 비가 오는 날 방문을 해서인가 마침 공사를 하지 않고 있어 사진을 찍기가 좋았다. 그도 다행이란 생각이다.

구석집에는 동학란 때 사용한 창이 있다

공사중인 사랑채. 사랑채 옆에는 마구간과 광채가 붙어있다
▲ 사랑채 공사중인 사랑채. 사랑채 옆에는 마구간과 광채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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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와 붙어있는 마구간에는 여물통이 있다
▲ 여물통 사랑채와 붙어있는 마구간에는 여물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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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란 때 실제로 사용한 창. 목창은 자루가 상당히 길다.
▲ 창 동학란 때 실제로 사용한 창. 목창은 자루가 상당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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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헛간을 열고 들어가신다. 무엇이라도 있을 것 같아 따라 들어가 보았다. 지붕을 올려다보니 이상한 것이 보인다. 마치 소품으로 만든 창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적힌 글이 보인다. '갑오년 동학날리'라고 적혀있다. 그 창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저거요 저희 윗대 할아버님이 동학란 때 직접 들고 농민혁명 때 참가하신 창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지금까지 사람들이 몇 번 찾아왔어도 처음으로 물어 보시네요"라고 한다.       

정말로 고택 답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본 것들이 너무 많은 집이다. 억새로 지붕을 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동학란 때 직접 사용했다는 창도 그렇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만날 때마다 신이난다. 아마도 그런 재미로 인해 답사를 계속하는 것이겠지만. 사랑채가 완성이 된 후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덕치리 초가, #억새풀, #남원, #동학란,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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