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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권선동 권선3지구 철거주민들이 이주협상 중 경기도시공사가 기습적인 강제철거를 단행해 맨몸으로 쫓겨났다고 주장하며 지난 23일 오후부터 수원시청 정문 앞에서 항의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권선동 경기도시공사 사옥 전경.
 경기 수원시 권선동 권선3지구 철거주민들이 이주협상 중 경기도시공사가 기습적인 강제철거를 단행해 맨몸으로 쫓겨났다고 주장하며 지난 23일 오후부터 수원시청 정문 앞에서 항의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권선동 경기도시공사 사옥 전경.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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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권선동 권선3지구 철거주민들이 이주협상 중 경기도시공사가 기습적인 강제철거를 단행해 맨몸으로 쫓겨났다며 지난 23일 오후부터 수원시청 정문 앞에서 항의 노숙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은 "경기도시공사의 비겁한 강제철거와 시민의 불행에 무관심한 수원시의 태도를 함께 규탄하고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농성 장소를 수원시청 앞으로 정했다"면서 "노숙투쟁을 통해 시민들에게 경기도시공사의 만행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6일부터 기온이 영하로 급속히 떨어지면서 응급상황 발생 등 불상사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지인들이 가져다준 겨울옷과 찬바람을 피할 비닐천막, 이동식 가스버너 난로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제집행 당한 철거민들, 맨몸으로 길거리 내몰려

이들은 1997년 10월 권선 3지구 택지개발 당시 개발주체인 경기도로부터 국민임대주택 입주를 보장받고, 권선동 1300번지 권선성당 뒤쪽 임시수용단지에 입주했던 23가구 가운데 마지막 3가구 주민들이다. 지난 10월까지 20가구가 차례로 떠나고, 이들만 남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그동안 권선3지구 택지개발사업 위탁 시행사인 경기도시공사와 이주대책 협상을 진행해 이주조건 등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인아무개(여) 씨는 "경기도시공사와 이주대책 협상을 통해 당초 국민임대아파트 특별공급 조건에서 후퇴해 일반 공급이나 매입임대(전세) 쪽으로 구두합의가 이뤄진 상태였다"면서 "우리는 우리 처지에 맞는 적은 평수의 저렴한 임대주택을 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3가구 주민 11명이 지난 15일 임시수용단지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해 이주협상은 파국을 맞았다. 지난 9월 수원지법에 명도집행을 신청했던 경기도시공사측이 이날 오전 법원 집행관들을 앞세워 3가구에 대해 강제철거를 집행한 탓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세간 하나 챙기지 못하고 추운 겨울, 거리로 내몰렸다. 강제집행 당시 임시수용단지에는 박아무개(50)씨 등 남자 2명이 있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급히 연락을 받고 달려온 다른 주민들이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경찰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수원시청 정문 앞에 마련된 경기도시공사 강제철거 항의 노숙 농성장에서 철거민 장아무개 씨가 가스버너 난로 옆에서 시청 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장씨 뒤쪽에 걸려 있는 펼침 막에는 경기도시공사가 경기도시개발공사로 잘못 표기돼 있다.
 수원시청 정문 앞에 마련된 경기도시공사 강제철거 항의 노숙 농성장에서 철거민 장아무개 씨가 가스버너 난로 옆에서 시청 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장씨 뒤쪽에 걸려 있는 펼침 막에는 경기도시공사가 경기도시개발공사로 잘못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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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시공사의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수원시청 앞 노숙 농성장 한켠에서 권선3지구 철거민 장아무개 씨와 박아무개 씨가 가스버너 난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장씨의 중학생 아들 안아무개 군. 안군은 엄마와 함께 노숙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의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수원시청 앞 노숙 농성장 한켠에서 권선3지구 철거민 장아무개 씨와 박아무개 씨가 가스버너 난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장씨의 중학생 아들 안아무개 군. 안군은 엄마와 함께 노숙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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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법원 직원들이 대형 컨테이너 박스를 장착한 5톤 트럭 3대와 굴착기 1대를 동원해 갑자기 밀고 들어와 손쓸 겨를도 없었다"면서 "그날, 현장에는 용역과 경찰 100여 명이 투입돼 우리의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강제집행이 이뤄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법원 집행관들은 트럭 1대당 1가구씩 배정해 주민들의 가재도구들을 모조리 컨테이너 박스에 싣고 사라졌다. 그야말로 숟가락 하나 남기지 않은 '싹쓸이'였다. 이어 주민들이 살던 샌드위치 패널로 된 조립식 건물은 굴착기 굉음과 함께 무너졌다. 

법원, 가재도구는 물론 아이들 학습용품·교복까지 '싹쓸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장아무개(여)씨는 "법원 집행관들이 가재도구는 물론 심지어 학생들의 교과서와 노트, 교복까지 모두 쓸어갔다"면서 "아이들은 15일 아침 등교할 때 가져갔던 학습용품과 옷차림 그대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철거민 3가구에 초·중·고교생은 모두 4명. 장씨 외에 박씨와 홍아무개(여)씨도 각각 고교졸업반인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특히 장씨의 큰 아들 안아무개(중2년. 15)군은 집이 철거되고, 학습용품마저 압수당하자 학교에 나가지 않고 노숙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사정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강제집행을 당하던 날, 7명 모두 입고 있던 옷차림과 소지품 그대로 쫓겨났다. 주민들은 당장 오갈 데가 없자 전국철거민연합이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는 수원 신동개발지구 한 단독주택 거실에서 3가구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씨는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이토록 악랄하게 강제집행을 진행할 줄은 몰랐다"면서 "강제집행 당하던 날, 몸에 기름 붓고 불 댕기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철거민들 "전기세 400만 원 부담 거부하자 강제철거 단행"

그렇다면 경기도시공사가 겨울철에 철거민들을 강제로 내쫓은 이유는 뭘까. 주민들은 "경기도시공사가 이주대책 협상 중에 지난 10월까지 체납된 전기료 400여만 원을 부담하라고 요구해 이를 거부하자, 법원의 힘을 빌려 강제철거를 단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어 "가전제품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3가구가 수백만 원의 전기료를 체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앞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 세대의 밀린 전기료까지 우리에게 덤터기를 씌우려는 처사"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원만하게 진행되던 이주협상이 전기료 문제로 꼬이기 시작했고, 감정이 상한 경기도시공사 측이 법원에 명도집행을 신청해 강제철거를 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권선3지구 철거민들이 살았던 권선동 1300번지 권선성당 뒤쪽 임시수용단지 터. 지난 15일 강제철거 이후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조립식 건물은 온데간데 없고 포클레인이 바닥을 파헤쳐 놓은 모습이 흉물스럽다.
 권선3지구 철거민들이 살았던 권선동 1300번지 권선성당 뒤쪽 임시수용단지 터. 지난 15일 강제철거 이후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조립식 건물은 온데간데 없고 포클레인이 바닥을 파헤쳐 놓은 모습이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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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다산인권센터는 최근 성명을 내고 "대부분의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단돈 400만 원 때문에 동절기 강제철거를 자행한 것이 과연 이명박 정권이 말하는 서민을 위한 정치이고, 국격에 어울리는 행위냐"고 꼬집었다.

다산인권센터는 특히 "수원지법 집달관의 강제퇴거 과정은 인권침해의 연속이었다"면서 "수원지법과 경기도시공사는 동절기 철거금지기간이 아니라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철거민들을 아무런 세간도 없이 거리로 내쫓고, 아이들의 학습권마저 빼앗은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강제퇴거 과정 인권침해"...도시공사 "철거민들 이주거부, 명도집행"

이에 대해 경기도시공사 측은 다른 주장을 했다. 신도시사업단 관계자는 "철거민들의 동의로 매입임대주택을 계약해 이사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를 번복하고 이주를 거부해 명도집행이 불가피했다"면서 "전기세 때문이라는 것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강제철거를 집행한 것은 매입임대주택의 계약이 해지될 경우 대책이 없기 때문에 철거민들을 빨리 이주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해 강제철거가 철거민들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였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어떻게든 철거민들의 이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철거민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해결점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시공사는 철거민들 임시수용단지 부지 4555㎡에 내년 6월말까지 어린이공원을 조성해 수원시에 기부채납 할 계획이다.


태그:#경기도시공사, #철거민, #노숙농성, #권선3지구, #수원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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