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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후 언론은 연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건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언론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과 이슈에 대해 진실보도와 함께 올바르게 분석하고 계몽할 사명이 있다.

 

이를테면 1950년 6월, 북한군이 남한을 침공했을 때 '서울을 사수할 것'이라는 정부의 거짓 발표를 당시 언론은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그대로 국민에게 전했다. 이로인해 많은 이들이 제때 피난을 떠나지 못해 목숨을 잃거나 가족을 잃었다. 우리나라 언론사에서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 

 

민간인 목숨까지 앗아간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찜찜한 천안함의 속 쓰림이 채 사라지기 전에 발생한 일이어서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의 강도가 더하다. 이런 국민들에게 언론은 차분하게 남북문제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제2 연평도 도발, 제3의 해상 국지전을 예방하는 심도 있는 대안을 발굴해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들은 일본 독도 망언이 터질 때마다 독도와 애국심에 호소하며 흥분하는, 그래서 국민들 분노만 자극하고 진을 통째로 빼버리는 자극적 보도, 냄비근성 행태를 반복한다.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더 이상 남북문제는 전문가의 소유물일 수 없고 남북대립의 화두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분단현실을 인정하고 극복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유기적인 문제의 틀 속에서 국민들 시야를 넓혀주는데 기여해야 한다.

 

저널리즘은 단순 정보전달이 아니라 보도를 통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 북의 도발 후 국방외교 정책, 대처 시스템 문제에 대한 진단 또한 언론이 해야할 환경감시기능의 일종이다. 그러한 감시기능은 미래지향적인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보도프레임, 즉 준비된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설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은 유사사건 발생 후 불안해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 다음을 준비하는 지혜를 터득하고 실천할 수 있다.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개발도상국 시장진입에 연착륙할 땐 진출 타깃 시장 속성과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위기관리시스템, 즉 스캐너(조사 분석기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평도 도발에 앞서 북미관계, 남북관계 문제에 위험수위를 미리 알리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가 있었음에도 이를 예방과 위기관리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북 연평도발 후 <전쟁과 평화>가 주목 받는 이유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는 지난 10월 김정은 후계구도 가시화를 기점으로 MBC, KBS, YTN, MBN, 평화방송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해 이런 진단을 내놨다. "북한이 곧 핵시설을 공개하며 미국을 끌어들일 것이고, 북미관계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핵위협과 함께 한반도를 극도의 긴장관계로 몰아가는 도발을 감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연평도 도발이 일어났다. 그는 도발 사건 후 다시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시청자와 이 부문 전문가들로부터 도대체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지난 24일 MBN생방송에 출연해서는 연평도 문제는 금강산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북한이 남한에 대한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연장선상에서 이 문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필 연평도 도발을 택한 배경에 대해서 그는 김일성 등극 때 한국전쟁, 김정일 때는 아웅산폭파사건, 그리고 김정은 2인자 등극에 맞춰 연평도 도발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 때문일까, 아니면 잇따른 남북대립으로 전쟁에 대한 우려 때문일까. 그가 쓴 <전쟁과 평화>는 서점가에서 바닥났다.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난해 1월에 출간돼 4쇄를 찍은 책이다. 

 

<전쟁과 평화>는 민주적 평화유지와 한민족 공동번영을 위한 대한민국 강대국론과 민족통합론을 주장하는 책이다. 지은이 장성민은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이데올로기적 접근을 지양하고 민족 보편적 가치로 남북문제에 접근한다. 의견중심 기술보다는 팩트에 근거해 문제를 제시하고 국내외 논문과 심포지엄 번역 자료를 한국상황에 접목해 기상도를 그려 나간다. 색다른 분석과 시사적이고 감각적 전망 때문에 정치부 기자 등 기자들 입맛을 다시게도 한다.

  

남북문제 열쇠, 오바마와 김정일이 갖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문제의 팩트는 무엇인가. 그는 책에서 '한반도의 전쟁이냐 평화냐'란 문제의 열쇠는 현실적으로 오바마와 김정일이 갖고 있다고 단언한다. 미국은 북핵이 반미테러주의자들에게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자국의 안전한 안보를 유지할 수 있고, 북한은 주변국가들의 위협에 방어하기 위해 최소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쪽 열쇠를 쥔 미국은 이미 1년 전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북핵 문제를 풀지 못했다. 장씨는 미국이 이 문제를 풀 방법은 북한을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일과 군사적 공격을 통해 북한 붕괴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공개적인 천명,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 이에 대한 동조를 얻어내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다음에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직접 담판을 짓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제언한다. 이때 북한은 핵무기 포기선언과 함께 핵시설 검증을 받아야 하고 NPT 복귀, 특별사찰, IAEA 핵 안전조치 전면이행,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지원 약속, 북의 국제사회 활동 보장, 남북관계 정상화와 남북정상회담, 북일 정상화와 북일 정상회담지지 의사 적극 표명,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 등을 타결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북미 정상만이 한반도를 풀 수 있다는 진단은 일반국민의 상식을 뛰어 넘는다. 이는 남북문제가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공감대를 이루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남북문제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공론화 될 필요성이 있다는 역설이다. 그런 면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남북문제는 관료에 의한 하의상달 방식으로는 백년하청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면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도 상의하달 절차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목표가 분명하면 형식적, 절차적 문제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남북문제 해결 키워드인 셈이다.

 

그렇다면 연평도 도발 이후 정부가 한미합동훈련 등 초강수를 내놓는데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미국을 끌어들여 우리 서해지역을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북한의 2차 국지전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커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 전에도 책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문제를 더 이상 북미에 맡기지 말라고 제언했다"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발휘할 개입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 정부가 합의한 6.15 선언과 10.4 선언 내용을 준수,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우리 민족끼리라는 정책노선을 우선적으로 비중을 두겠다고 한 이상, 반주체적이고 사대주의적 통미봉남(通美封南) 외교에서 탈피하라고 덧붙였다.

 

그럼 중국의 침묵은 북한에 대한 견고한 결속을 의미한 것일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진단한다. 북중 관계는 북한이 국경선을 맞댄 중국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테러지원 국가를 응징하는 미국의 반테러 정책에 편승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은 중국의 경우 자국이익이라면 어제의 친구도 버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럼 북한은 붕괴할 것인가? 이 점에 대해서 그는 회의적이다. 쿠테타 세력이나 반동세력의 리더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것이다. 철통같은 북한 내부에서 붕괴조짐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현실 진단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 간 유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은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의 내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를 거점으로 세계전략을 펴는 모습은 마치 체스놀이처럼 흥미진진하지만 실상엔 미국 냉전논리가 녹아 있다. 한반도도 그러한 거대한 세계 전략지대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북핵문제만 해결되면, 태평양 시대 중심지 될 한반도

 

그렇다고 어제처럼, 그리고 오늘처럼 우리는 한반도의 비극에 가슴 미어져만 하는가.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북핵문제만 해결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거점으로 아시아 태평양시대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핵을 포기하면 북한은 북일 수교를 시작으로 고난의 행군이 아닌 투자 행군국가로 바뀔 것이다. 북한은 중국 베트남 특구 못지않은 북한특구가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전협정이 종결되고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한은 막혔던 북한이 열리며 북방 대륙진출로를 타고 영토를 넓힌다는 것이다. 남북한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면 한반도 평화지수도 훨씬 높아지고, 세계 투자자본가들은 한반도를 투자 안정지대로 인식할 것이란 거다. 남한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값싼 토지와 노동인금을 만나 남북한 경제는 동시에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반도 후예들은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한일 해저터널을 통해 대륙과 해양의 물류 중심지 한반도의 영광을 안을 것이다. 이는 남북한 민족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 개막을 의미한다. 현재 도발과 분쟁, 그리고 대립의 남북시대에서 우리가 내일을 내다보며 보다 깊고 넓은 시야로 우리 분단현실을 되짚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한 셈이다.

덧붙이는 글 | 박상건 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을 지냈고 언론학박사이자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이다.


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김영사(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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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평도, #서해, #북도발, #한반도, #남북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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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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