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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다리 건너 이웃집 아줌마가 자살을 하셨다. 남편 분께서 속을 썩이셨단다. 홧김에 일을 저지르신 모양인데 어린 두 딸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셨는지 참으로 안타깝기가 짝이 없다.

 

'가롤로' 는 나의 가톨릭 세례명이다. 집안에 신부님이 계시고 나 역시 성당에서 내 몫은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나는 가톨릭 신자임을 내세워본 적이 없다. 성당 사람들도 나의 집안에 신부님이 두 분씩이나 계시다는 것을 모를 정도이다.

 

복음을 지상최대의 과제로 삼는 기독교인들이 보면 나는 사탄의 축에 끼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도 할 말이 있는 것이 자기야말로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자처를 하면서 교회 밖에만 나오면 개망나니가 되는 사람들과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가기에는 참으로 못할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나도 예수쟁이올시다"하며 티를 내보고자 한다.


요즈음 들어 나이에 상관없이, 성공하고 못하고 구분 없이 사회적 지위를 가리지 않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 역시도 욱하는 마음에 달리는 오토바이 눈 감고 손 놓아 본 적은 있지만은 솔직히 그게 어디 죽고 싶어 그랬던가? 어쩌면 제대로 살아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느님이 사람을 하나하나 만들어 세상에 내보낼 적에 심심파적삼아서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스스로 못났다며, 세상이 자기를 안 알아준다며 비관 속에 세상을 등지지만은 어렵게 사람 꼴로 만들어 놓은 하느님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힐 일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나은 자나 못한 자나 모두 그 인물의 그릇 크기에 따라 쓰임새만 다를 뿐이지 하느님은 잘나고 못나고를 정해놓지 않으셨다. 각자의 그릇 모양에 따라 또는 크기에 따라 사용하면 쓰지 못하고 버릴 사람이 없다. 하느님 입장에서는 모두가 어렵게 만들어낸 그저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다 똑같은 사람들인데 지들끼리 잘났네, 못났네 하며 저울질이다.

 

세상에 학자만 있으면 농사는 누가 지으며 어부가 없으면 내 작은 딸이 좋아하는 갈치조림은 어찌 먹겠는가? 뜨거운 땡볕에 용접하는 사람이 없으면 배는 어찌 띄우며 내가 주구장창 욕만 해대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나라는 어찌 운영을 하는가 말이지?


분명히 말하지만 하느님이 밤도 이슥한 삼경에 불까지 꺼 놓고 나처럼 몹쓸 장난 쳐가며 만든 게 사람이 아니거늘 내 목숨이라 하여 함부로 하면 애써 만든 분에게 큰 죄를 짓는다는 얘기다. 오로지 사람의 꼴을 하고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닭으로 개로 태어났으면 어찌할 뻔했는가? 오뉴월 염천에 된장 풀어 펄펄 끓는 가마솥으로 들어가기가 십상이다.

 

조선시대에 한양에서 책만 사 모으다가 망한 실학자 최한기(崔漢綺)의 글 한쪽을 첨부해 본다.


無論勝於我不如我

皆可隨器須用

差鮮可棄之人

敎誨而引進

勸誘而奬拔

亦寡無用之人


자신보다 나은 자나 못한 자를 막론하고

모두 그 인물의 그릇에 따라 사용하면

거의 버릴 만한 사람이 없고,

가르쳐서 진취하게 이끌어주고

권장하여 뽑아 쓰면

역시 쓰지 못할 사람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어떻게 그렇게 쉽게 목숨을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뒤에 남은 사람은 어쩌라고요. 저는 생명보험 하나와 또 다른 보험이 들어있지만 제가 살아서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험이 아닙니다. 제가 죽고 난 다음에 남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지요. 이것이 바로 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스스로 세상을 버리신 아주머니보다  뒤에 남은 딸자식들이 더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태그:#자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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