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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고삼 호수 끝자락에 위치한 서삼초등학교http://seosam-as.es.kr . 지난 6일 전교생 55명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축제 한마당을 치렀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46명이었지만, 서용하 교장과 교직원, 학부모 등이 최선을 다해 55명이란 전교생을 이루어냈다. 그들의 신나는 '서삼 금밀레 어울 한마당'으로 가보자.

이 학교 병설 유치원생들이 탈춤을 추고 있다. 신기하게도 모두가 동작이 따로다. 단체 안무는 통일이 생명인데도. 그래서 더욱 즐거운 탈춤 한마당이다.
▲ 탈춤 이 학교 병설 유치원생들이 탈춤을 추고 있다. 신기하게도 모두가 동작이 따로다. 단체 안무는 통일이 생명인데도. 그래서 더욱 즐거운 탈춤 한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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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카메라로, 마음으로 주워 담다

강당 어귀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만들기 작품, 그림, 시화전은 기본이고 탈, 십자수, 판화까지. 다양한 작품들은 아이들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꽤나 뛰어나다. 학부모들은 모든 작품을 구경하지만, 실은 자신의 자녀 작품을 보기 위한 전초전이다. 한 학부형은 자신의 자녀 작품을 눈으로, 카메라로, 마음으로 주워 담느라 여념이 없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녀의 작품이 그저 대견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손님들이 학교에 온 것 만해도 들떠있다. 어쩌면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친척과 마을사람들이 학교에 온 것보다 오늘 하루 수업하지 않고 노는 것이 더 즐거울 수 있겠다. 아이들은 잠시라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하이에나들처럼 몰려다니며 수다를 사냥하러 다닌다. 모든 행동들이 '오바 액션'이다. 오늘 하루쯤은 그래도 좋다.

자녀의 작품을 눈으로, 사진으로, 마음으로 담고 있는 한 학부형. 이날 전시된 작품들은 어린 아이들이 했다고 하기엔 상당히 수준이 높았다.
▲ 촬영 자녀의 작품을 눈으로, 사진으로, 마음으로 담고 있는 한 학부형. 이날 전시된 작품들은 어린 아이들이 했다고 하기엔 상당히 수준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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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설유치원 한 남자 어린이가 무대에 안 올라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그 아들을 달래어 출연시키느라 그 엄마가 고생이다. 겨우 "그래. 안 올라가도 된다. 말아라 말아" 좀 진정 시킨다. 웃기는 건 무대가 시작하기 전에 그렇게 안 올라가겠다고 생떼 쓰던 꼬맹이가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무대로 올라간다. 무대 밑에서의 실랑이를 모두 다 봤던 관객들이 그 아이와 부모에게 모두 박수를 보낸다. 한바탕 웃음과 함께.

유치원생의 탈춤 시간이다. 울음 뚝 그친 그 아이와 다른 아이 10명이 신나게 탈춤을 춘다. 단체 안무는 통일이 기본이지 않던가. 그런데 가만히 보자. 11명 모두가 한 번도 동작이 통일이 되지 않는다. 그건 고사하고 보는 방향도 11명 모두가 제각기다. 그랬거나 말았거나 모두가 즐겁다. 아니 그래서 더욱 즐겁다.

이어지는 6학년생 8명의 안무. 그 중 한 사내아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얼굴을 들지 못한다. 아이들 말로 쪽팔려서인가보다. 마치 "이 짬밥에 이거나 하고 있으리"라는 군대 말년병장의 포즈인 듯. 정도는 다르지만, 6학생들 모두는 어딘가 모르게 머쓱하다.

아이들 걸음은 안단테가 아니라 알레그레토

4학년생들의 '도레미송' 뮤지컬 공연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따라한 작품이어서 어른들로 하여금 추억에 빠져들게 했다.
▲ 도레미송 4학년생들의 '도레미송' 뮤지컬 공연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따라한 작품이어서 어른들로 하여금 추억에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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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가 다 되어 무대를 교체할 시간이 되면 한 녀석도 조용조용 걸어 다니는 녀석이 없다. 모두들 걸음의 템포가 안단테가 아니고 알레그레토다. 이런 현상은 고학년보다 저학년일수록 더 심하다. 아이들을 향해 '쉬쉬'하며 조용히 시키느라 교사들이 진땀 흐른다.

5학년생 줄넘기 시간은 시작부터 우습다. 몸무게가 조금 나가는 소녀가 무대를 팡팡 굴리며 줄넘기를 하니 웃음바다가 된다. 이어서 두 소년이 3단 뛰어 넘기 묘기를 선보이자 "우와"하는 환호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온다. 흡사 장내는 잠시 서커스단 공연과 구경꾼이 된다.

4학년 '도레미 송' 시간. 가만히 보니 1, 2, 3학년은 아직 어리고 5, 6학년은 쑥스럽고. 4학년이 제일 발랄하고 원숙하게 무대를 연출해 낸다. 동작이 틀리면 서로 눈치도 주며 잘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추억에 젖은 어른들이 잠시 정신을 잃는다.

미니 아동극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는 2학년생들이 연출한다. 몇몇 아이는 틈만 나면 객석으로 얼굴을 돌려 두리번거린다. 스토리 전개에 집중하지 않고 자기 대사 순서가 끝나면 아는 사람과 가족이 어디 있나 살핀다. 가족과 눈이 마주치면 연극 상황에 상관없이 손을 들고 윙크하고 난리다.

그러다보니 분명 현재 스토리는 슬픈 장면인데,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현재 대사에 해당되는 아이만 진지하다. 호랑이가 못된 짓을 하다가 결국 물에 풍덩 빠짐을 당할 땐 모두가 일제히 박수와 환호. 마치 자신들이 호랑이를 해결한 것처럼. 어린 시절 자신들의 추억과 뒤섞여 잠시나마 연극 속의 주인공들이 된다.

이 학교의 30 여명의 고학년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얼핏 보기에 비슷한 옷을 입어 누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지만, 해당 부모에겐 벌써 자신의 자녀가 눈에 쏙 들어와 있다.
▲ 합창 이 학교의 30 여명의 고학년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얼핏 보기에 비슷한 옷을 입어 누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지만, 해당 부모에겐 벌써 자신의 자녀가 눈에 쏙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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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한 아이에게 눈도장을 찍다

4, 5, 6학년생 30여명의 아이들이 흰옷을 입고 합창을 한다. 얼핏 보기에 누가 누군지 표시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객석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다. 해당 어린이의 부모는 단박에 알아볼 뿐만 아니라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눈도장을 찍는다.

3학년생의 난타 공연. 분명 신나는 난타공연인데 아이들의 표정은 대부분 무표정이다. 아이들이 좀 더 발랄하게 웃으며 해줬으면 좋겠는데. 속이 타는 것은 담당교사와 해당부모들이다. 보는 내내 담당교사와 해당 부모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눈치를 줘도 아이들은 끝까지 '내 길을 갈 뿐이다'는 식이다.

5, 6학년생의 리코더 연주시간이다. 나름 지도하는 교사가 신경을 써서 명곡을 선택했다. 청아한 피리 소리는 묻어 두었던 어른들의 추억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하다. 그 와중에서 소위 '삑사리'가 들린다. 그런데도 아무도 웃지 않는다. 모두가 진지하게 음악을 경청한다. 어차피 아이들의 음악 실력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성장모습을 보러 온 것이니. 그들에겐 그 연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듯.

어느 학교나 학예회 사회자의 진행 방식은 비슷하다. 고개 숙여 준비한 원고를 착실하게 읽어가는,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는 착실한 MC들이다.
▲ 학예회 사회자 어느 학교나 학예회 사회자의 진행 방식은 비슷하다. 고개 숙여 준비한 원고를 착실하게 읽어가는,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는 착실한 MC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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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학예회 사회자들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초등학교 모든 학예회 사회자들의 5가지 스타일이 있다. 첫째, 자화자찬형. 공연 팀이 실수하고 못해도 항상 멘트는 "참 잘했네요"라며 준비한 멘트를 한다. 둘째, 청탁형. 멘트는 항상 "부족한 점이 있어도 귀엽게 봐달라"고 한다. 셋째, 독야청청형. 분위기나 관중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한 사회원고를 굳건하게 읽어내려 간다. 넷째, 뉴스진행형. 언제나 발음은 '또박또박'이다. 다섯째, 귀족형. 항상 학예회 사회는 6학년 남녀가 맡고, 그 아이들은 전교회장이나 반장쯤 된다. 이날 학예회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날 학예회를 위해 학부모회는 떡을 만들고, 교장과 교감은 마을사람을 불러 모으고, 교사는 무대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공연을 준비하고. 마을 사람들이라 해도 친척 관계일 가능성이 많고, 거의 모두가 아는 사이니 시골 마을 학예회는 마을잔치 한마당일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서삼초등학교서삼초등학교 031-672-4082 는 현재 55명의 전교생과 11명의 병설유치원생이 다니는조그마한 시골 초등학교다.



태그:#서삼초등학교, #학예회, #서삼 금밀레 어울 한마당, #서삼초 학예회,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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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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