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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8월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4대강 '삽질 정책'을 비판하며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8월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4대강 '삽질 정책'을 비판하며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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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G20 실업률 최저라고요? 어처구니없네요."

8일 '한국의 실업률이 G20(주요 20개국) 국가 중 가장 낮다'는 내용의 기사에 달린 한 누리꾼의 비판이다. 이는 7일 낮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G20 국가 속의 한국'이라는 보고서를 보도한 언론 기사에, 어려운 서민경기와 달리 일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기 지표를 홍보하는 내용이 많았던 탓이다.

이를 두고 통계청이 오는 11일 열리는 G20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띄우기 위해 자료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실제로, 통계청은 한국의 순위가 낮은 통계에 대해 G20 국가 전체 비교가 아닌, 비선진국(신흥국)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높였다.

반면, 한국인의 낮은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통계청 보고서에서 찾기 어려웠다. <오마이뉴스>가 삶의 질을 엿볼 수 있는 주요 지표인 노동 시간, 자살률, 보건 지출 비중 등을 살펴본 결과, 한국의 사정은 개발도상국보다 좋지 못했다.


실업률 최저? "오히려 불안정한 노동시장, 허술한 사회안전망의 증거"

통계청이 발표한 이번 보고서의 첫 번째 통계는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구매력 평가 지수(PPP)다. 이는 한 나라 안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을 그 나라의 물가 수준을 반영해 내놓은 지표다. 국민소득이 낮더라도 그 나라의 물가 수준이 낮으면, 이 지수는 높아진다.

2009년 기준 한국의 구매력 평가 지수는 2만7938달러로 G20 국가 중 12개 신흥국 가운데서 호주(3만8663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통계청은 밝혔다. 하지만 12개 신흥국 중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모두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이 1만 달러 미만인 국가로 이 비교 통계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또한 비교 대상에 G7(주요 7개국)과 유렵연합(EU) 의장국인 벨기에 등 G20에 참여하는 선진국을 포함시킬 경우, 한국의 구매력 평가 지수는 G20 국가 중 10위에 그친다. G20 국가 평균(2만3165달러)보다는 다소 높지만 G7 국가 평균(3만5388달러)에는 크게 못 미친다.

국민소득을 나타낼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인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으로 비교할 경우, 한국의 순위는 더 낮아진다.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은 1만7074달러로, G7 국가 평균(3만9896달러)은 물론, G20 국가 평균(2만2728달러)에도 못 미친다. 또한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명목 국내총생산은 G20 국가 중 14번째에 불과하다.

또한 통계청은 한국의 실업률(2009년 기준)은 3.6%로 G20 국가 중 가장 낮다고 밝혔다. G7 국가 평균(7.9%)과 G20 국가 평균(8.5%)보다 월등히 낮다는 것이다. 한국에 이어 중국(4.3%), 일본(5.0%) 등의 순으로 낮은 실업률을 유지했고, 반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23.9%), 터키(14.0%) 등의 실업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실업률 통계는 오히려 통계청의 실업률 통계 작성 방법의 허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을 말하는데, 구직 시도를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는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로 구직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실업자, 고시생, 대학졸업생 등이 실업자 통계에서 누락되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의 착시효과는 고용률 지표(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고용률(2008년 기준)은 63.8%. G7 국가 평균(68.8%)은 물론, G20 국가 평균(66.0%)보다 낮다. G20 국가 중 관련 통계가 있는 14개국 중에서 10위에 불과하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실업률과 고용률이 함께 낮은 것은 노인, 청년, 주부 등 고용 취약 계층이 구직을 포기하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우리나라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이 발달해 실업을 해도 큰 어려움이 없는 유럽 선진국의 실업률에 비해 한국의 실업률이 낮다고 해서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이는 G20 주최국으로서 후진적인 홍보방식"이라고 지적했다.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0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던 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STOP G20'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0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던 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STOP G20'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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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노동시간과 자살률 OECD 1위... "홍보 말고 삶의 질 개선에 힘써라"

반면, 이번 통계청의 보고서에는 빠졌지만, 한국의 삶의 질 관련 지표 상당수는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2010 통계연보(Factbook)에 따르면, 한국의 2008년 기준 연평균 근로시간은 2256시간으로, 33개 회원국(2010년 신규회원 4개국 포함) 중 단연 1위(2위는 그리스 2120시간)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비교 통계가 확인되는 1995년부터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OECD 평균(2008년 기준)인 1764시간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멕시코(1893시간)나 2010년 신규회원국인 칠레(2095시간), 에스토니아(1969시간), 슬로베니아(1956시간) 등 개발도상국 회원국보다도 길다.

또한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2006년 기준)은 OECD 평균(11.1명)의 2배 수준인 21.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보건 지출 비중(2007년 기준)은 3.5%로 OECD 평균(6.4%)에 크게 밑돌았고, 33개 회원국 중 멕시코(2.7%), 칠레(3.0%)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 시간 지표를 보면 한국은 압도적인 1위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와 함께 삶의 질 항목 꼴찌를 다투는 나라"라며 "정부는 일부 지표를 이용해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삶의 질 지표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G20정상회의,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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