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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전국서 제일 비싼 통행료'

'충북혁신도시 조성 '게걸음'…전국 꼴찌'

'뒷걸음 호남경제 … 소득지표 전국 꼴찌'

'주홍 글씨가 된 'TK', 역차별은 이제 그만'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지역주의' 망령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고질적 병폐인줄 뻔히 알면서도 정치권과 언론이 합세하여 슬며시 바람을 부추긴다. 이 바람은 언제나 정치인들의 입에서 시작된다. 언론은 그 바람에 흩날리는 예리한 파편들을 주어모아 '상품화'하느라 연일 분주한 형국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민감한 뇌관으로 작용해 온 지역주의가 '3김정치'의 퇴출로 인해 부분적으로 해체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선거철 외에도 해마다 국감철만 되면 어김없이 재현된다. 지역주의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려는 듯 각 지역별로 다른 크기와 다른 색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역주의는 정치적, 경제적 자원을 독점한 패권지역과 여기서 배제된 소외지역 간에 전개되는 사회·정치적 갈등의 가장 강력한 단일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와 선거문화를 본질적으로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지역주의 바람을 지역별로 짚어본다.

 

[대구·경북] "주홍 글씨가 된 'TK', 역차별은 이제 그만?"

 

대구·경북지역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부터 일부 지역신문들은 'TK 역차별'을 이슈화했다. 그런데다 정치인들이 국감현장에서 불쏘시개를 던지자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러 지면에서 묻어난다.

 

<매일신문> 15일자 사설은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주홍 글씨가 된 'TK', 역차별은 이제 그만'이란 제목이 매우 선정적이다. 사설은 "언제부턴가 대구경북(TK) 출신이란 게 '주홍 글씨'가 됐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열거했다.

 

"군사정권 시절, 이 지역 출신 정치군인들이 득세하면서 생긴 낙인이다. 'TK'가 족쇄가 되면서 정부의 고위 공직 인사에서 홀대받았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 때까지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들의 출신지를 분석한 결과 'TK' 출신이 차별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를 주된 팩트로 사용한 사설이다. "이명박 정부 이전 15년간 임명된 국무총리 16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전무했다"며 "장관급 478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대구·경북 출신은 모두 81명으로 광주·전남·전북 출신 112명보다 적었다"고 사설은 적시한다.

 

그러더니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부겸 의원은 그저께 당 소속 동료 의원들에게 '한나라당과 경북 출신이라는 낙인과 멍에를 벗겨 달라'는 친필 편지를 돌렸다"며 "일부 야당 의원들이 대구시 '경북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은 보수 꼴통 도시'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는 내용까지 말미에 담았다.

 

이 신문은 지난달 10일자 1면 'TK 역차별에 당당히 맞서라'란 제목의 머리기사와 같은 달 18일자 4면 "TK에 표받고 뺨 때렸다"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정부 인사와 국책예산 배정 등에서의 지역차별을 부각시켰다.

 

<영남일보>도 맥락을 함께 했다. 지난달 10일 5면 "DJ·노정부때 호남 편중 더 심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인사편중을 들어 '역차별'을 강조한 데 이어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시 역차별을 강조하고 나선 것.

 

이 신문은 15일 "15년간 인사 TK 홀대 사실로 확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의 자료를 인용해 크게 부각시켰다. 기사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등 4대 정부에 이르는 동안 차관급 이상 총리까지의 정무직 공무직 836명을 분석한 결과"란 점을 전제하면서 "이 기간 동안 임명된 국무총리 16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충남지역은 국무총리를 3명(김종필·이해찬·정운찬)이나 배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북일보>는 '야 의원들, 대구·경북민 싸잡아 "보수꼴통"'이란 제목을 2면에 뽑았다. 이 기사는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대구시교육청·경북도교육청 국정감사장에서 일부 야당의원들이 대구경북 지역을 '보수꼴통'지역이며, 원인이 바로 교육에 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아슬아슬한 대목들이다. 

 

[광주·전라] "뒷걸음 호남경제... 소득지표 전국 꼴찌"

 

지역 국감 중 빼놓을 수 없는 '꼴찌론'이 다시 등장해 주목케 한다. 광주지역 국감에서 불씨가 던져졌다. 불씨는 지역주의로 둔갑해 지면에 옮겨 붙은 양상이다. <광주일보>는 15일 2면에 '뒷걸음 호남경제…소득지표 전국 꼴찌'란 제목을 머리로 올렸다.

 

기사는 "호남지역의 근로소득자 평균급여 감소폭과 법인 소득 등 지역의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소득지표가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광주·대전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배포한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사는 "지난해 광주지방국세청 관내 호남지역 근로소득자의 연간 1인당 평균 급여액은 3610만원으로, 2008년 3885만원 보다 275만원(7.1%)이 줄었다"며 "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폭"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는 이어 "저소득 가구에 적용되는 근로장려 세제 지원 비율은 제주도가 전체 가구의 5.8%로 가장 많았고, 광주와 전북이 각각 4.5%, 전남 4.3% 순으로 나타나 호남 지역에 저소득층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무등일보>도 이날 이용섭 의원 자료를 인용한 '호남 경제지표 전국 최하위'란 제목의 기사에서 "호남 지역의 근로소득자 평균급여 감소폭과 저소득 가구에 적용되는 근로장려세제 지원비율 등 지역의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가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리드에서 강조했다.

 

이날 <전남일보>는 1면 '영산강 4대강 사업 공사 타지역 건설업체 '잔치''란 제목의 기사에서 역차별을 부각시켰다. 기사는 리드에서 "광주·전남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형 공사를 타 지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선호 의원의 국감 자료를 인용했다.

 

기사는 "영산강 사업 10개 공구 12개의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11개 원도급 업체 가운데 광주·전남소재 업체는 5개 업체에 불과하다"며 "하도급 공사에 대한 지역 건설업체 참여비율은 더욱 저조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4대강 영산강 사업 공사 총 사업비 7294억여원 가운데 하도급 시행액은 24.5%인 1789억여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전·충청] "혁신도시 조성 공정률 전국 꼴찌"

 

이 지역 언론들은 4대강 사업과 혁신도시건설의 역차별을 부각시켰다. <대전일보>는 15일 1면 '4대강 사업도 지역업체 외면'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4대강 사업이 대형 건설사의 배만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형 공사 수주를 수도권 지역 대형 건설사들이 따내고 있고 하도급으로 내려가면 지역업체 참여비율이 더 낮아져 상생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14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과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의 발언을 부각시킨 것이다. 또한 이날 <대전일보>와 <충청투데이>의 '충북혁신도시 조성 공정률 전국 꼴찌', '충북혁신도시 조성 '게걸음'…전국 꼴찌'란 각각의 제목을 단 두 기사가 시선을 끈다.

 

국감 자료를 인용한 기사들이다. 15일 국회 국토해양위 백성운·허천(이상 한나라당) 의원이 충북도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다. 이들 기사는 "지난 8월 말 현재 충북혁신도시 5개 공구의 공정은 11.0%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부진했다"며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공정은 평균 38.8%으로 충북은 이보다 27.8% 포인트나 떨어진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경남] "이러고도 부산이 2대 도시?"

 

15일 <부산일보> 1면 '이러고도 '2대도시'?'란 제목이 이 지역에선 단연 시선을 끈다. 무슨 내용일까? 역시 국감 자료다. 기사는 먼저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15일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를 인용해 "2009년 부산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68.6%로 전국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민노당 권영길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부산대의 학생 1인당 국고 지원액은 2007년도 913만원에서 지난해 754만원으로 159만원 가량 줄었다"며 "뿐만 아니라 서울대에 비해 재학생 수가 더 많은 부산대의 국고지원액은 지난해 2199억원으로 서울대(5527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사는 또 "2010년 부산의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46만3956명으로 2009년 학령인구에 비해 2만2469명(4.6%)이 줄어 전국 시·도 가운데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국감장서 드러난 부산 경제·사회여건 이러고도 '2대 도시'?'란 제목을 뽑은 이유들이다.

 

<국제신문>은 이날 '부산본사 5년에 '서울 독식' 여전한 한국거래소'란 제목의 사설에서 비슷한 푸념을 쏟아냈다. "한국거래소가 부산에 본사를 둔 지 5년이 지나도록 지역 출신 인사가 한 명도 이사진에 끼지 못한 것은 부산 홀대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고 사설은 꼬집었다. 사설은 이어 "전체 15명의 이사 가운데 상임이사 7명은 물론 비상임이사 8명 중에도 부산 출신 인사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며 "이러려면 무엇하러 본사를 부산에 두었는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원·제주] "전국 제일 비싼 통행료... 우린 어선사고 발생률 1위"

 

<강원도민일보>는 14일 '전국서 제일 비싼 통행료 해명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도로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지역적 시각에서 분석했다.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의 1㎞ 주행요금은 40.5원인 데 반해 서울∼춘천 97원, 부산∼울산 74.2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고속도로 요금의 2.4배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도로공사는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건설의 10%의 지분을 갖고 참여, 11.9%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1%의 지분을 갖고 참여한 부산∼울산의 8.0%보다도 높아 강원도를 상대로 장삿속에만 신경 썼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사설은 "서울∼춘천 고속도로 통행료가 왜 타지역보다 비싸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해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국토해양위원회 김진애 의원이 제기한 '최초 책정 공사비 1조4296억원이 마무리 단계에서 1조7871억원으로 3500억원이나 부풀려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런가 하면 제주지역에선 '꼴찌'대신 '1위'란 제목으로 차별성을 부각시킨 기사가 주목을 끈다. <한라일보>는 15일 '제주 어선사고 발생률 전국 1위 불명예'란 제목의 기사 리드에서 "제주도가 어선사고 발생률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의 15일 제주자치도에 대한 국감자료에서 밝혀졌다"는 기사는 "어선세력수를 감안한 제주도의 어선해난사고 발생률은 10%로 전국 1위를 차지하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 시도에 비해 어선세력수가 적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어선 10척 중 1대꼴로 어선사고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역주의만 나오면 신문들은 그간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는 듯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신문의 존립 이유가 '현실성, 공시성, 정기성, 기록성, 보존성'이란 점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의제 설정들이다.


태그:#지역주의, #전국 꼴찌,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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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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