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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빠지는 사랑은 로망일 게다. 이게 어찌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할까. 음식에 흠뻑 빠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도 큰 행복일 게다.

 

해장국의 대명사 중 하나인 콩나물 국밥. 지난 주 수요일, 난생 처음으로 전주의 한 식당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왜 전주 콩나물 국밥이 유명한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왜냐하면 4천 원에 숨은 콩나물 국밥의 진수가 녹아 있었다.

 

 

콩나물 국밥과 어울린 모주가 나를 사로잡다

 

깍두기, 열무김치, 미역무침, 젓갈, 청양 고추, 달걀, 김 등이 나왔다. 먼저 달걀에 김을 가루 내 섞었다. 계란의 텁텁하고 비릿한 맛을 즐기지 않는다면 콩나물 국밥에 계란을 넣지 않고 그냥 마시면 된다.

 

다음으로 콩나물 국밥이 나왔다. 콩나물은 아삭이는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렇지만 여기까진 다른 곳에서 먹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를 알았을까, 이어 모주가 나왔다.

 

해장술로 타는 속을 다스린다는 모주를 따랐다. 모주의 달짝지근한 맛은 혀를 즐겁게 했다. 도수도 약하고 한약의 향도 있어 부드러운 맛이 단술인지 수정과인지 구분이 모호했다. 모주는 이렇게 나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속을 다스리는 모주는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술

 

모주는 밑술 혹은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 술이란 뜻이다. 하지만 전주에서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계피, 삼, 칡, 깨 등 8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여 알코올 성분이 거의 없어졌을 때까지 끓여낸 것을 말한다.

 

모주는 광해군 때 인목대비의 어머니가 귀양지에서 빚던 술이라고 해서 '대비모주'라 부르다가 줄여 불렀다는 설과 어느 마을에 술을 많이 마시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가 막걸리에 각종 한약을 달여 아들에게 줘 '모주'라는 설이 있다.

 

어찌 됐건, 모주는 술꾼을 자식으로 둔 어머니의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술이었다.

 

콩나물을 건져 먹었다. 무한 리필인 콩나물을 건져 먹는 재미도 솔찬했다. 깍두기 등 다른 밑반찬 맛은 상관없을 정도였다. 모주를 곁들인 콩나물 국밥은 맛의 진수를 선사했다. 명불허전 역시 콩나물 국밥의 고장 전주였다.

 

처음으로 전주에서 먹은 콩나물 국밥과 모주는 전주와의 사랑을 예고하고 있었다. 언제 어느 때든 콩나물 국밥이 생각날 때 전주를 찾아가야 할 사랑의 전주곡이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콩나물 국밥, #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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