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주지하다시피 기본적으로 사실적인 매체이다. 하지만 작가가 선택한 표현대상과 표현방식에 따라서는 회화와 같이 비사실적인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다. 표현대상의 외형적인 특성과 카메라 메커니즘의 특성을 이용하기에 따라서 최종 결과물의 외관이 달라지는 것이다. 카메라렌즈로만 인지할 수 있는 세계와 컬러를 시각화할 때 최종 결과물 자체가 추상적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번에 청담동에 있는 갤러리 봄에서 전시한 최영돈은 시간이 누적되어 있는 벽을 표현대상으로 다루었다. 작가는 컬러가 감각적이면서도 충후한 벽을 컬러사진으로 재현하는가 하면, 벽의 질감이 두드러지는 흑백사진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극사실적으로 재현하여 추상적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디자인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추상표현주의 회화작품을 보는 듯하다.
이번에 작가는 전시작품을 컬러와 흑백사진으로 다양하게 전시했다. 그런데 시각적인 요소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대상 자체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컬러와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벽의 표면을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게 시각화해 정신적인 요소가 느껴진다. 그로 인해 작가의 내면적인 영역이 표현대상을 통해 시각화되어 감상자들을 정서적으로 유혹한다.
작품 한 장 한 장을 세부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작가의 컬러감각과 사진적인 테크닉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서 최종 결과물이 생산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표현대상의 외형적인 느낌과 작가의 시각적인 표현능력이 만나서 시각적으로 강한 느낌을 전달하는 결과물이 생산된 것이다. 화가가 붓을 터치하여 만들어진 것 같은 시각적인 요소와 표현대상의 질감과 세월의 흔적이 작품의 표면을 이루는 요소들인데, 작가는 이러한 요소들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해서 가장 사진적인 결과물을 생산 한 것이다.
벽을 표현대상으로 다룬 사진은 시각적으로 입체감과 원근감이 제거되어 밋밋한 결과물이 생산될 수 있는데, 작가는 대상 자체의 컬러와 질감을 효과적으로 재현해 그것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대 현대사진은 주지하다시피 다양성 그 자체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작가가 발표한 작품을 이해 할 수 있다. 이번에 최영돈이 발표한 작품들은 화려한 수사법을 선택해 현대성을 반영하는 결과물은 아니다. 하지만 세련되고 숙련된 사진적인 표현능력과 대상 자체의 컬러가 효과적으로 어우러져 작품으로서의 당위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가장 사진적인 결과물을 보여준 전시로 기억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사진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덧붙이는 글 | 기간: 2010-08-16~2010-09-10 장소: 갤러리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