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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을 위한 기도

 

굽이굽이 흐르는 아름다운 강에

사람과 온갖 생명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게 하신 하느님

 

모든 생명들의 터전인 강을 독차지하려는

인간들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강에 살고 있는 숱한 생명들이

신음하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허옇게 속살이 도려내어지는 강의 아픔을

저희도 아파하게 하시고

생명의 강을 지키게 하소서

 

생명의 원천이신 주님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해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고 하신

당신 말씀을 저희가 깊이 깨닫게 하시고

강을 보호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고 있는 생명의 강을 향한 기도, 그 간절한 기도의 장인 생명평화미사가 낙동강이 흘러가는 경북의 주도 안동에서 봉헌됐다.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안동교구 연대'는 9월 6일(월) 오후 2시 안동교구 목성동 주교좌 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이날 미사는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의 주례로 봉헌됐다. 미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안동시청까지 안동 시가지를 걸어가는 '생명평화 행진'을 벌였다. 시청을 방문해서는 안동시장에게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강을 죽이는 행위는 도적질과 마찬가지

 

태풍 말로의 영향으로 종일 비가 내리는 굳은 날씨임에도 많은 신자와 안동시민들이 미사에 참석해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고 있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권혁주 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강은 인류의 공동재산이다. 그러므로 이 강을 죽이는 행위는 도적질과 마찬가지"라면서 "강은 흘러야 하고, 물은 고여 있으면 모든 생명이 위험해지고, 인간생명도 위험해진다. 이것은 상식적인 이야기다. 정부는 이런 상식도 설득하지 못한다. 더구나 강에 위락시설까지 세우게 되면 강이 더욱 위험해진다"며 이런 기본적인 상식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또한 "개발은 창조질서를 보존하는 원칙에서 최소한으로 행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으로 강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한 후에 범국민적인 지지 속에 필요하다면 단계적으로 해나갈 일이다"며 그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제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향해 "지금은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되는 기회다 . 여러분의 기도가 구름을 뚫고 하늘에 이를 것이다. 힘을 내고 기도하며 여러분의 역할을 끝까지 수행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4대강사업으로 신음하는 낙동강의 강물, 모래, 자갈을 봉헌


강론 후 미사 봉헌시간에는 이날 특별한 예물이 봉헌됐다. 바로 낙동강에서 가져온 모래와 자갈과 물이 그것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고 있는 낙동강의 분신인 이들을 성당 안으로 직접 모셔옴으로써 이날의 기도는 더욱 절실하고 간절해 보였다.

 

안동 시가지를 돌며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미사를 마친 후 참가자는 안동 시가지를 걸으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쳤다. 지난 창원 생명평화미사 후의 행진과는 달리 방송차량이 함께하면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친 덕분인지 많은 안동시민들이 행렬을 보면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행렬이 지나가는 도로변의 한 안동시민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일 반대하는데, 왜 4대강 사업을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강행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안동 시가지를 30여 분 걸어 안동시청에 당도했다. 시청 앞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는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함께 낭독했다.


"우리가 강을 살려야 하는 이유도 강이 생명의 모태요, 생명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강은 한낱 흐르는 물이 아니라 미생물과 갖가지 동식물의 삶의 근거지요 농어민의 살림의 터전입니다. 강을 흘러야 합니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납니다. 강이 허옇게 속살이 벗겨지는 고통은 곧 우리의 아픔이며, 강의 죽음은 뭇생명들이 죽음입니다."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부와 국회를 향해 다음과 같이 외치며 그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할 것을 요구했다.

 

하나, 정부는 군사작전처럼 마구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을 일단 중지하고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확실히 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라.

하나, 정부는 찬성과 반대 양측 전문가를 초청하여 대국민 TV공개토론회를 개최하라.

하나, 국회는 4대강사업을 심의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라.

 

한편, 이후에도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기도의 행위'는 계속된다고 한다. 9월 13일(월)은 대구 고산성당에서 대구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고, 10월 4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4대 종단 단식 기도회'가 열리고, 10월 18일에는 금강권역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생명평화미사, #4대강사업, #낙동강, #안동, #권혁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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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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