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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을 낙마 위기로 몰아갔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존부 논란'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당초 이 논란은 처음 이 의혹을 제기한 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이 강행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처럼 보였다. 줄곧 '특검'을 주장하던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조 청장이 임명된 이후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회피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지난 4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차명계좌 발언이)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다시 일파만파 번지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이날 "차명계좌는 검찰 선에서 끝날 것"이라며 특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여의도에 불고 있는 바람이 쉽게 잦아들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발끈'한 민주당, "이인규 전 중수부장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야"

 

당장 민주당이 발끈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던 이 전 중수부장이 불출석 이유로 "야당도, 여당도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 반드시 '진위'를 밝히겠단 입장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6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이 전 중수부장이 취중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기사화된 만큼 책임져야 한다"며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 조직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 전 중수부장은 술자리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어야 했다"며 "야당에선 얼마든지 이 전 중수부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 요구할 수 있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오겠다고 얘기하라"고 지적했다.

 

강창일 의원도 "인사청문회에 나오지 말라고 한 야당 정치인이 누구인지 밝혀라"며 "삼류소설 같은 망발을 했는데 누구의 사주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이 전 중수부장을 압박했다. 그는 또 "이 전 중수부장이 밝히지 않는다면 국회의 국정감사든 혹은 국회모독죄든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노' 그룹도 이 전 중수부장의 발언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분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고 사람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는 전직 검사이네요"라고 비난했다. 이 전 중수부장의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 준 셈이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도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마치 무슨 의혹이 있는 것처럼 냄새를 피워 국민에게 불신과 짜증만 불러일으키지 말고 밝힐 것이 있다면 다 밝히라"며 이 전 중수부장을 질타했다.

 

진땀 뺀 이귀남 "의심스런 자금흐름, 규명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

 

이 전 중수부장의 발언은 이날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에서도 여·야 간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박영선 의원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 발언은 보면 볼수록 문제가 심각하다, 형법 127조(공무상 비밀 누설)와 국회법 12조(증인감정 위반)를 위반한 상황이다"며 "누가 못 나오게 했는지 법무부에서 보고해달라"고 촉구했고, 같은 당의 이춘석 의원도 "이 전 중수부장의 발언이 사실이냐, 아니냐"고 이귀남 법무장관을 다그쳤다.

 

특히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를 책임져야할 사람들로부터 이런 얘기가 왜 계속 흘러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국 반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차명계좌 존재 여부 논란을 일으킨 조 경찰청장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언급하며 "법무장관은 역사적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사를 지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차명계좌가 다시 문제된 것은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역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그대로 덮고 넘어갈 수 없다는 의미"라며 "차명계좌가 어떤 범위까지 있었고, 어떻게 (수사가) 중단됐는지까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법무장관은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간의)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에 대해선 규명할 것은 규명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차명계좌 존재 여부는)수사 중이므로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그는 "이 전 중수부장이 그런 말을 한 게 사실이고 실정법 위반의 단서가 있다면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불거진 '차명계좌 특검론', 그러나 여·야 모두 '속내'는 달라  

 

한편, 차명계좌 존부 논란은 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각 당마다 '초점'을 달리해 이 전 중수부장 발언의 진위 규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우에 따라, '차명계좌 존부 논란'이 다른 방향으로 '확전'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유선진당은 "이제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이 전 중수부장을 인사청문회에 출석하지 말도록 여야가 막았다고 했는데 이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공정한 사회일 것"이라며 "(특검을)계속 피하면 구린 데가 있어서 피한다고 국민은 볼 것"이라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특검'에 반대해왔던 민주당도 "한나라당이 당론을 정해 요구하면 논의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조영택 대변인은 "검찰 수사에서 진위가 가려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민주당의 초점은 이 전 중수부장의 '해명'에 맞춰져 있다. 조 대변인은 "이 전 중수부장은 할 말이 있으면 국정감사 등에 증인으로 출석해 시비를 가리고 의혹을 해소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고 전현희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청문회에 나오지 말라고 한 야당의 유력 정치인이 누구인지 밝혀라"고 요구했다.

 

반면,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측이 이미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조현오 경찰청장을 고소·고발했으므로 이 조사를 지켜보고 정치권이 어떻게 할지 논의하면 된다"면서도 "이 전 중수부장의 말대로 야당 인사 중 1만 달러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조현오, #이인규, #노무현, #차명계좌,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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