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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06년부터 시작된 징계 문제가 끝이 나는 듯합니다.

지난 1일 고려대 전 출교생들에게 내렸던 무기정학 징계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났습니다. 출교, 퇴학, 무기정학으로 이어지며 계속됐던,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에 맞서 싸웠던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법정에서 모두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반대로 고려대는 5연패를 한 셈이고요.

고려대 5연패... 항소할수록 드러나는 대학의 신자유주의

고려대가 지난 2006년 4월 이른바 '교수 감금 사태'로 출교 조치했다가 2년 동안 천막농성을 벌인 뒤 법원 판결로 복학해서 일부는 졸업까지 한 학생 7명(졸업생 3명)에게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무기정학을 결정했다.
일명 '고대녀' 김지윤씨를 비롯한 학생과 가족들은 3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적 총학생회가 당선되는 등 학내에서 진보적 움직임이 커지자 학생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비판세력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장계철회를 촉구했다.
 고려대가 지난 2006년 4월 이른바 '교수 감금 사태'로 출교 조치했다가 2년 동안 천막농성을 벌인 뒤 법원 판결로 복학해서 일부는 졸업까지 한 학생 7명(졸업생 3명)에게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무기정학을 결정했다. 일명 '고대녀' 김지윤씨를 비롯한 학생과 가족들은 3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적 총학생회가 당선되는 등 학내에서 진보적 움직임이 커지자 학생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비판세력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장계철회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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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본관 밤샘 시위를 명분으로 저를 포함한 고대생 7명은 입학 사실조차 삭제되는 '출교'라는 극단적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날 시위에 뒤늦게 참가했던 학생까지 포함돼 징계의 기준조차 납득할 수 없는 징계였습니다.

학교 측의 행동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2005년 이건희 명예박사학위 수여 반대 시위,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등 대학의 기업화에 앞장서서 맞섰던 학생들에 대한 표적, 보복 징계라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출교 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학교 측이 항소이유서에 밝힌 징계 배경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반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이 점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2007년 10월 법원의 출교 무효 판결 후 학교는 사과한다면 다시 고려해보겠다며 징계수위를 퇴학으로 조정해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 2008년 '퇴학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결국 2009년 1월 법원은 '퇴학은 무효'라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렇듯 학교 측의 갖은 꼼수에도 저희는 결국 강의실로 돌아왔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계속된 천막 농성, 5번의 법정 다툼 끝에 얻은 결과였습니다. 전 사회적 연대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끝났다고 생각할 때인 2009년 4월, 학교 당국은 갑작스레 저희에게 무기정학을 내렸습니다. 학교 측이 잘못된 결정으로 학생 7명이 2년의 세월을 허비한 것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였습니다.

지난 1일 이번 판결문에서도 "무기정학처분을 위한 학생상벌위원회에서는 원고들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을 염두에 두고 그 효력을 처분일 전에 발생하도록 하는 논의를 하였는데"라며 이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습니다.

학교 당국으로서는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에 저항하는 고려대 학생운동-이른바 '이건희 반대 시위'로 표출됐던-을 억누르기 위한 초강수였던 만큼 쉽사리 물러서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학생 탄압의 선례? 승리의 선례!

최근 중앙대, 동국대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등 많은 대학들이 대학시장화, 기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는 학생들의 저항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어김없이 고려대 당국처럼 징계카드를 꺼내들고 있습니다.

징계는 징계 당사자만이 아니라 그 행동을 지지하는 학생들까지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학교 당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대학 기업화 선두에 선 대학에서 연신 징계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중앙대에서는 현재 구조조정에 반대했던 학생이 퇴학을 당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학교는 저희에게 퇴학을 내리며 "전국적으로 선례가 되는 케이스"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대 출교가 전국적으로 '탄압의 선례'로 남지 않고 '승리의 선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정당하고 신중한 징계양정 절차 없이, 일단 무거운 징계처분을 하고 피징계자가 소를 제기하여 무거운 징계처분에 대해 무효확인 판결을 받으면 그때서야 가벼운 징계처분으로 수정하여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징계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징계권을 남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무기정학 무효판결이 학교의 징계권 남용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번 판결에서 자신감을 얻어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에 제동을 거는 학생들의 저항이 계속 벌어지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레프트21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김지윤 기사는 고려대 출교생 7인 중 한 명입니다.



태그:#고려대, #출교, #무기정학, #징계,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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