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농촌 지역 폐교 직전의 학교에서 시도된 '작은학교', '새로운 학교'에 대한 시도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급기야는 작은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주민들의 입주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천정부지로 오른 전세값과 집값에 원주민이 다른곳으로 쫒겨날 상황까지 됐다.

2008년 경기도에서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남한산초등학교 등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면서부터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0년 곽노현 서울교육감 등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이후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혁신학교에 대한 지정을 통해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모색이 다방면에서 시도되고 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 큰 꿈 키우는 작은 학교 면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 최석희

관련사진보기


지난 18일 혁신학교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위치한 조현초등학교 견학을 다녀왔다.

조현초등학교는 2009년 경기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이중현 교장선생이 공모제로 부임한 이후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학교교육을 특색있게 운영하고 있다. 이중현 교장은 부임한 이후 교사들과 함께 밤늦도록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교육과정을 준비했다. 5개월 동안 준비해서 우리 사회와 아이들의 변화, 학교여건,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조현교육과정 9형태'라는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이중현 교장이 부임하기 전에는 학년별로 1개의 학급에 전교생이 90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170명으로 늘었다. 학교 소문이 나면서 조현학교 주변에서도 다른 혁신학교처럼 집을 구할수 없다. 1년 사이 땅값이 평당 8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오르고 전세값도 배 이상 올랐다. 양평군 용문면에는 9개의 리(里)에 5개의 부동산이 있는데, 부동산이 보유한 땅을 다 처분했을 정도로 조현초등학교에 관심이 높았다.

혁신학교로 왜 사람들이 몰릴까? 이중현 교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획일성을 꼬집었다.

"강남이나 마라도나 경기도도 똑같은 책으로 똑같은 교육을 한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가? 세상도 변하고 아이들도 변했는데 교육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학교에서 1년에 400~500명을 상담하는데, 조현의 장점으로는 먼저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것을 꼽았다. 전입해온 학부모 60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90% 이상의 학부모가 도시의 경쟁교육을 벗어난 사교육 없는 교육을 장점으로 꼽았다."

조현초등학교는 1944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런 만큼 학교의 나무는 우람하고 시원하다.
▲ 정문옆 나무들 조현초등학교는 1944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런 만큼 학교의 나무는 우람하고 시원하다.
ⓒ 최석희

관련사진보기


조현에는 '조현 오름길'이라는 학력증진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찾아내서 칭찬을 해주면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조현 오름길로 아이들과 신뢰를 형성하면 아이는 성취감을 맛보고 학교생활에 목표의식을 갖게 되며,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춘 아이로 거듭난다.

조현학교에서 학력은 논술로 평가한다. 2학년 논술평가시간에 '얼음이 녹으면 (    )가 된다'는 수업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물이 된다'고 했다. 어느 아이는 '꽃이 핀다'고 했다. 어느 것이 정답인가? 객관식으로 하면 개성이 없고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 객관식이면 물이된다가 정답이지마나 논술평가일 경우 답은 둘다 맞다.

조현학교의 통지표에는 학생의 자기평가가 실려 있다. 학생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교사의 평가와 유사하다. 교육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한다. 매년 검사결과는 학생별로 철해 학교 전과정에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조현교육과정 9형태

기초학력 저하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기초학력 지도를 교사가 하기에는 여력이 없다. 조현학교는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전담으로 지도하고 있다. 기초학력이 낮은 아이들을 보면 결손가정이 많다. 그런 아이들은 공부에 전념할 수가 없다. 이런 아이들은 마음부터 안정해야 한다. 조현은 부모가 동의하면, 아이들 미술 심리치료를 1주에 2회씩 한다. 심리치료사를 1명 채용했는데, 치료사는 담임과 부모를 상담하면서 치료하고 있다.

5개월 동안 이중현 교장과 교사들이 밤늦게까지 회의를 통해 조현교육과정 9형태를 만들었다.
▲ 조현교육과정 9형태 5개월 동안 이중현 교장과 교사들이 밤늦게까지 회의를 통해 조현교육과정 9형태를 만들었다.
ⓒ 최석희

관련사진보기


꿈나무 안심학교 프로그램은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야간 보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맞벌이 부부와 결손가정의 아이들은 방치되는 경우가 있는데 안심학교를 통해 부모들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아이들의 방치를 막을 수 있다.

또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 면 단위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안심학교에서는 간식과 저녁식사까지 모두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조현학교는 문화예술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연극과 무용, 디자인, 뮤지컬을 학년별로 과목별로 다양하게 운용하는 거다. 체육과목에서 무용시간은 12시간이다. 12시간 동안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가르치는 것이다. 스스로 몸으로 표현하고 친구가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공감하고, 자기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무용으로 만들면서 사회성과 감수성, 창의성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현에는 '발전학습'이라는 게 있다. 요즘 아이들의 특성 중 하나가 마니아적 특성이다. 어느 중학교의 한 여학생 이야기 이다. 그 친구는 '국영수' 성적이 바닥이어서 교사와 면담을 했다. 그 학생은 애완견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국영수는 바닥이었지만, 애완견에 대해서는 수의사 수준의 지식이 있었다. 그 교사는 아이에게 국영수를 조금만 하면 수의과대학에 들어갈수 있다고 지도했단다. 바로 N세대의 마니아적 특성을 보여준다.

지금의 교육은 분과 중심의 교육이다. 현대에는 통합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문화예술적 마인드, 교양과 소양이 전공과 통합되야 융합적인 다빈치적 인재를 키울 수 있다. 지금의 기술은 기술융합적이다. 아이폰이 그렇고 자동차가 그렇다. 그래서 조현은 과학과 윤리 예술적 측면에서 환경문제를 다룬다.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준다.

조현에서는 학교 앞 논 1000평을 임대해서 직접 손으로 모내기를 했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심었다. 우렁이 농법으로 우렁이가 김을 매고 아이들은 관찰한다. 계절마다 변화를 관찰하고 열매가 자라 식량이 되고 밥을 해먹고 다시 반복하면서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준다.

학교에서 1000평의 논을 임대해 우렁논법으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 학교앞 논 학교에서 1000평의 논을 임대해 우렁논법으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 조현초등학교

관련사진보기


조현에는 일 년에 34시간 어울마당 프로그램이 있다. 어울마당은 전교생이 스스로하는 자치활동, 공동 활동이다. 아이들이 3월에 기획하고 진행한다. 동아리 활동은 아이들이 스스로 문화예술 등을 만들어서 하는 활동이다.

조현은 일 년에 6번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진다. 작가와의 만남을 가진다고 아이들이 바로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중에는 작가와의 만남을 가진 이후, 이 작가가 이 작품을 만들었구나 생각하면서 더 주의깊게 본다.

학교 교육과정 지원 프로그램 중 학년별로 학습도서를 활용한다. 음악시간에 베토벤 관련 교육을 하면 베토벤 전기를 읽게 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베토벤의 작품 하나를 다 듣지 못하지만, 전기를 읽으면 교육시간은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또 경기도는 중국 산동성의 도시와 양해각서(MOU)가 체결되 있다. 6학년은 중국의 자매학교로 3박4일 국제교류를 무료로 다녀온다. 중국의 도시에 공자등의 유적지가 있어 교육효과도 아주 좋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변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조현초등학교는 많이 놀러 다닌다. 봄이 되면 산으로 들로 나가고, 학교앞 논에서 모내기도 하고, 생태탐방도 다니고... 많이 다니는 편이다. 학부모 중에도 불만이 있었다. 놀러 다니는 것보다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푸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나중에 "선생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아토피에 심하게 고생하는 학생이 전학을 왔다. 얼굴까지 심하게 번져서 피가 터질 정도로 심각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보통 아토피는 시골에 살면 3개월이면 자연 치유된다. 아토피가 나으면 학생은 얼마나 좋겠는가. 그 아이는 3개월 만에 적극적인 아이로 변화되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학생이 많다. 올 3월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는 학생이 조현학교로 전학이 왔는데, 아이가 교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불러도 오지 않고, 교실에 가방만 던져놓고는 끝이다. 결국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담임의 배려이다. 담임만이 아니라 교감, 교장 선생님이 아이를 만나면, '너 정말 잘한다'는 칭찬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결국은 아이를 변화시킨다. 2분이라도 아이를 몰입시킬수 있다.

교사와 교감 교장의 관심을 통해 아이는 학교 오는 것을 좋아하게 한다. 그때 부모님을 만나서 "아이를 심하게 대할 것이다. 아이가 교실에 안 들어 오면 앞으로 학교에 못 오게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부모님의 협조를 구한다. 지금 그 아이는 선생님한테 안긴다. 교실에 들어가고 프로그램에 조금씩 참여한다.

결손가정 아이가 있다. 엄마는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오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고 있는데, 상당히 폭력적인 아이였다. 보통 하루에 다섯 번을 싸워야 하루가 가는 아이였고 싸울 때는 돌을 던져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형적인 애정결핍에서 오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 교사가 그 아이의 장점을 찾아주고 칭찬해 주고, 또 친구들에게 장점을 이야기 해주고 인정해 주면 그 아이도 기분이 좋아지고 서서히 변한다. 그 아이는 3월에는 하루에 5번 정도 학교에서 싸웠는데, 5월에는 하루에 한 번으로 많이 줄어 들었다.

하루는 아침에 그 아이가 주차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에 가라고 했는데 그 아이는 자리를 뜨지 않고 있더라. 담임선생님이 오자 달려가 안겼다. 교육이 변하면 아이들도 변한다. 학년이 올라가면 담임도 함께 올라가 계속 담임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면 교사는 새롭게 교육을 준비해서 어려울 수 있다. 한 학년을 계속 맡으면 그 학년의 특징을 너무 잘 알게 된다. 그래서 조현은 학년 담임제로 운영한다.

학교버스에 조현 초등학교의 교육목표가 요약되있다.
▲ 생태 문화 예술이 숨 쉬는 학교 학교버스에 조현 초등학교의 교육목표가 요약되있다.
ⓒ 최석희

관련사진보기


어떻게 하면 혁신학교가 성공할 수 있는가?

혁신학교에 대한 준비는 누가 해야 하는가? 교장과 교사, 학부모다. 지역에 혁신학교에 공감하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교과부가 정책연구학교에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언론에 부각되는 게 없다. 작은학교, 새로운학교, 혁신학교는 언론플레이해서 알려진 것이 아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져서 알려진 것이다.

먼저 교사들이 변해야 한다. 혁신 학교에 대한 연수를 해야 된다. 두 번째로 학부모들이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교사들은 혁신학교를 위해 밤늦도록 토론하고 강의안을 새롭게 마련하느라 힘든데, 학부모들이 왜 국영수 교육을 안하냐고 말하면 혁신학교를 추진할 수 없다. 학부모들의 동의를 구하는게 중요하다. 교장은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서울교육청의 혁신학교도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있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학교가 변해야 아이들의 삶이 변한다. 서울의 현재 역량으로 볼 때 혁신학교를 대대적으로 지정할 수 없다. 한 개 구에 한두 개씩 지정해서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들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는데, 돈이 아니라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도시형 모델도 가능하다

이중현 교장선생님이 조현의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간담회 모습 이중현 교장선생님이 조현의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최석희

관련사진보기


혁신학교, 새로운 학교는 주로 농촌지역의 폐교직전의 작은 학교를 통해서 시작되었다. 한학급 학생이 25명 전후인 학교에서 시작되었고 규모가 작은 학교에서 먼저 계획하고 있다. 그러면 1000명 규모의 학교는 불가능한가? 남한산초등학교의 서길원 선생이 성남의 보평초등학교의 교장으로 부임해서, 도시형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 안의 학교라는 말이 있다. 1000명 규모의 학교를 전체로 보면 학생수가 많은 학교이지만, 학년을 하나의 학교 단위로 고민을 하고 학년을 책임지는 교사들에게 권한을 주면 한 학년이 하나의 작은 학교 모델로 움직일 수 있다. 도시형 모델의 경우 1, 2학년 3, 4학년 5, 6학년씩 구분해서 학교안의 학교 방식으로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그럴 경우 도시형 혁신학교도 가능하다.

이중현 초현초등학교 교장은 2007년 부임해서 내년으로 4년 임기가 끝난다.  공모제 교장의 경우 6개월마다 지침이 바뀌다 보니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내부형 공모를 다시 응할 수도 없고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혁신학교의 경험이 소중하니까, 교장 자격연수를 받게 해서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


태그:#조현초등학교, #혁신학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